사흘로 잡은 일정이다.
오늘 자고 내일 산 오르고,
모레 설악산에 마련한 작은 둥지에 들렀다 밤에 돌아오는.
열흘에서부터 아무리 못 잡아도 대엿새는 기본인 설악산 길인데
이번엔 갑자기 돌아와야만 할 일이 생겨 예정과 달리 말미가 그리 짧아진.
설악산을 드나드는 동안 개방된 등산로 가운데 수렴동 계곡만 빠졌다;
영시암에서 봉정암 사이(오세암을 거치는 쪽 말고).
백담사로 올라 수렴동대피소 거처 소청대피소 곁에서 밤을 나고
이튿날 내려오는 계획.
먼 길을 갈 땐 느지막히 출발하게 된다.
며칠 전부터 멧골을 비울 준비를 하지만
꼭 당일 아침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생겨.
주부들이 돌아보는 가스는 잠갔나 그런.
아주 그러려니 하니 이른 낮밥을 먹고 나서게 되는.
마감해야 할 짧은 글일 때도
길을 나서면 어떤 변수가 기다릴지 모르니
서둘러 아침 11시까지는 어떻게든 송고하고 떠나는.
하지만 이번에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이른 아침에 떠나기로.
오전 일들을 포기하는. 눈 딱 감는.
나가 있는 날이 사흘 밖에 되지 않기도 해서.
대체로 내비게이션을 켜서 움직인다.
알려주는 길이 비슷하고
막히기라도 하면 알려주는 길 역시 가본 적이 있는.
그렇더라도 양양IC에서 빠졌더랬다.
이번에는 달랐다. 여태 알려주지 않은 길.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부고속도로, 이어 영동고속도로로, 중앙고속도로에서 홍천IC로 빠지는.
오! 비용도 덜,
마지막 100km 정도를 국도로 달리는. 그래서 내겐 길이 더 좋다 여겨지는.
인제로 가서 한계령 넘어 오색으로 왔다.
오색에서 늘 묵는 댁의 노모가 밥상에 도토리묵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는 왜 안 왔어?”
지난 일정에 도토리묵을 쑬 때
동행했던 점주샘이 손을 거들었던.
대신 먹고 맛을 전하겠네.
이번 산오름은 물꼬의 논두렁이 된 훈샘이 산오름에 동행하기로.
겨울산은 혼자 드는 게 아닌.
당신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진즉에 손꼽으셨던.
내일 눈 예보가 있는데,
아직 국립공원에서는 탐방로를 열어놓고 있다.
아침 7시에 주인댁에서 밥을 같이 해먹기로 했고,
도시락도 거기서 준비키로.
행동식이며 간단히 끓여먹을거리들, 가스와 버너들을 꾸려둔다.
별 없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