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8도의 아침.

해건지기를 끝내고,

책방 청소하고 복도도 닦고.

주말의 어른 계자 준비다.

 

한복치마를 하나 짓고 있다, 주에 하루 이틀 한복공방 작업실에 가서.

그것조차 주를 건너뛰기 잦다.

여섯 폭을 붙인 옷감에서

가슴둘레와 여미는 부분의 길이가 되도록 주름을 잡아주어야 한다.

나누고, 안주름과 바깥주름을 계산해 마름하고.

, 이제 주름을 잡으며 핀을 꽂아나간다.

어라! 오차가 있을 걸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난다?

끝까지 주름을 다 잡고 재보았다면 일이 너무 많을 뻔하였네.

첫 폭은 해온 대로 두고 다음 폭에서 주름을 잡고,

다시 재고 다음 폭을 해나가고.

? 마지막 폭에 갔는데 차이가 또 제법난다.

해오던 대로 주름을 잡아준 뒤

사이사이 안주름 겉주름을 조금 넓게 잡아 전체 치마폭을 줄여준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배움이라.

순조로왔으면 생각하지 못하고 지날 곳들이었다.

폭마다 주름잡고 전체 길이를 재야 하는 까닭을 이젠 알았고,

주름에서는 핀을 왜 넓게 꽂아야 하는지도 안다.

그래야 주름이 더 명확하게 잡혀지니까.

마침내 원하는 치수가 나왔나니!

다음 걸음에서는 핀 꽂은 부분을 재봉질할 것이고,

다음에는 다릴 것이고,

그 다음에는 치마말기를 만들.

 

좋네요.”

공방 어른이 전통문갑을 셋 가지고 계셨다.

좋아요? 가져가요!”

정말요? 그럼 하나만요.”

셋 가운데 주고 싶은 걸 주시라 하니

색깔이 비슷한 둘을 남기고 나머지 하나를 내주셨다.

내게 지금 필요치 않은 걸 선뜻 정리하시는 그 마음을 배운다.

좋은 것은 그러기 어려운. 쥐고 있고 싶으니까.

그런데 턱 하고 내놓으신.

차에 실으면서는 또 그런 마음 들었네.

나는 이것을 잘 쓸 수 있는가?

좋다고 마냥 들일 건 아닌.

마침 그것을 두고픈 자리가 생각났던 바.

사이집 툇마루에 놓다.

물꼬는 있어야 할 그곳에 딱 그 물건을 잘 두는 곳이라고들 한다.

물건들의 쓰임을 잘 살피는.

그것 역시 지구를 살리는 길 하나라 여기는.

허니 좋은 걸 주는 데 받지 않는다 서운해들 마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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