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학년도 입학문의(더하여 공동체식구문의)에 답합니다 >
- 물꼬 상설 5년을 되돌아보며 -

옥영경


* 줄기찬 문의들에 반복하고 있는 대답을 이제 이 글로 대신합니다.


1.
먼저 짧은 대답부터-
따로 입학절차는 없습니다.
일찍부터 물꼬는 대안학교로 불리기를 원치 않았으며(기존의 대안학교라는 규정틀에 속하지 않으므로) 2004년 상설학교를 문을 열 때부터 이 ‘산골동체배움터’는 ‘홈스쿨링의 확대형태’로 스스로를 설명해왔습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이 별반 없는데 굳이 찾자면 상설학교‘형식’을 과거처럼 유지하지는 않습니다. 제도를 벗어났으면서도 여전히 ‘학교’체제에 얽매여 있었던 오류에 대한 반성입니다. 그러므로 “물꼬는 상설학교 ‘안 한다’”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러니까 학교이면서 학교가 아니라 하고 학교가 아니면서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는 게지요.
하여, 같이 아이를 키울 이들, 다시 말하면 함께 이 산골에 살며 좋은 이웃으로 홈스쿨링을 할 이들이 오실 수 있겠습니다. 물론 물꼬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전제이겠지요.
정리하면 따로 입학제도가 없으며(정녕 내가 혹은 내 아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자신에게 충분히 묻는 것이 그것을 대신할 수 있겠지요), 다만 물꼬 삶의 전체 흐름을 위하여 아이들이 물꼬를 시작하는 것은 새 학년을 여는 3월 첫주 달날의 ‘첫걸음례’(개강식)로 합니다.

2.
자유학교 물꼬는 여전히 학교이고, 여전히 물꼬생태공동체 아래 있습니다. 여기서 ‘학교’는 정확하게 따져들면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어른도 배우고 아이도 배운다는 뜻이겠습니다. 물꼬는 학교를 효율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아이 하나가 있어도 사람 하나만 있어도 학교가 있어야하지요. 그런데 그 학교는 방 하나일 수도, 마당 한켠 일수도, 의자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저희를 담은 듯한 좋은 영화 한편을 발견했습니다: 스티브 핑크의 .) 물꼬는 ‘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라는 학교 이념(동시에 공동체 이념이기도 한) 아래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3.
2004학년도를 돌아봅니다. 함께 고생한 다른 이들의 이름자는 빼고 서술자인 제 얘기만 하겠습니다. 해건지기라는 수련과 명상으로 아침을 시작하여 낮에는 아이들과 공부하고 일하고, 저녁에는 함께 잤습니다. 하루 24시간 근무였던 셈이지요. 아이들은 달에 한 차례 집에 갔으니 주말에도 공동체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주말 하루는 모든 식구들을 위해 종일 밥을 했습니다. 무리한 날들이었지요. (아, 물론 하루 하루가 벅찬 감동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몰라...”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
얼마 전 공동체식구들이 나눈 이야기 한 대목입니다.‘그럴 수밖에’없었다는 걸 다 설명할 길이 없으나 ‘운동 마인드’정도로 대체할 수 있겠습니다. 가까운 과거 한 정권의 많은 정책적 실패도 바로 그 운동하는 마인드로 어떤 사안들에 대해 접근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안 되는 상황인데도 당위로 몰아붙이는 근본주의 같은 것 말입니다. 왜? 대의였으니까요. 그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게 여성부였지요. 항상 논란이 많은 사건을 돌아보면 딱 운동 마인드였던 겁니다. 물꼬 역시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반성문일까요? 아닙니다. 그저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일 뿐이지요.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 속에서 엄청난 에너지로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스크라(불꽃)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그 뒤의 몇 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려 합니다!

4.
첫해에는 멀리서도 아이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만
그게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 삶과 부모 삶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한 예이지요).
무엇보다 그것이 반 생태적인 일이라,
또 삶터와 배움터가 하나일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이후에는 물꼬가 있는 대해리로 삶터를 옮겨야만
아이가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학교를 시작하고 1년 반이면 나타난다는 갈등을
여느 곳처럼 물꼬도 피해가지 못했지요.
다시 보지 못할 만큼 서로를 할퀴는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의 한 때의 빛나던 날들이
얼룩져버렸다는 사실입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나
역설적이게도
그 갈등이 물꼬에 비로소 ‘자유’를 주었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5.
지금 물꼬는 그리 활기차지는 않습니다만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때 물꼬의 저조기에 다소 의기소침함이 없지도 않았지만
인류사 가운데 찬란했던 문화도 보십시오.
흥하고 쇠하고 때로는 망했고 잊혀졌습니다.
하물며 한 개인사에, 작은 단체에 그런 일이 왜 없겠는지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 자연스러움...
그걸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된 것이 올해의 가장 큰 성과이겠습니다.
만물은 나고 자라고 죽고 다시 생겨납니다.
물꼬도 그러합니다.
별 수 없지요, 다만 한 발 한 발, 뚜벅뚜벅 걸어갈 뿐입니다.
그게 삶이지요.
새로운 학교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새로운 공동체들이 나타나고 흩어지는 가운데
오늘도 이 산골에는 한 아이가 공부하고 일하고,
산촌유학처럼 가끔 아이들이 학기 중에 몇 씩 와서 머물고 있으며,
1994년부터 변함없이 하던 계자(계절자유학교)가 꾸려지고,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 공동체 식구들과 방문자들이 살아가고 있고,
물꼬의 소중한 삶과 뜻에 동의하는 이들의 손발이 이어지고...

여전히 물꼬는 꿈꾸고 나아가고 있답니다!

(2008. 7.1.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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