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생태공동체에 들어오려는 이에게

조회 수 8841 추천 수 0 2007.02.16 17:14:00


물꼬생태공동체/자유학교물꼬
2007. 2. 2. 달날


물음: 공동체(물꼬생태공동체)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길 가운데 공동체에 들어오겠다고 생각한 건 일정정도의 자신의 자유로움(사실은 더 큰 자유를 얻는 지혜를 얻었거나)를 내려놓을 각오를 가진 것이기에 용기 있는 길을 선택하신 그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1. 우리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 목표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우리 공동체를 짐작할 수 있는 낱말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생태공동체(자발적 가난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삶), 유기농법을 통한 자급자족, 사회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조화, 연대, 창조, 명상, 그리고, 우리의 가치관을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곳인 학교...

- 영성: 명상을 기초로 하는 삶
- 생태: 자발적 가난을 통해 단순한 삶
- 자립: 유기농법을 통한 자급자족
- 섬김: 조화
- 나눔: 우리의 조화와 평화를 작고 여리고 힘없는 존재들과 나누는 삶
- 상생: 자유
- 그리고 그것을 가르치고 재생산하는 학교

그러므로 ‘자유학교 물꼬’((물꼬생태공동체의 바탕 위에 있는 산골공동체배움터)의 이념 안에 우리 공동체의 목표가 들어있습니다.

“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 오르는 나!”

이 공동 목표에 이끌려 그 속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와야만 합니다.
공동체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스스로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사이좋게 그리고 즐겁게 어울려 살아가는 곳은 얼마든지 많이 있으므로 단지 그 까닭만으로 이 공동체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대는 실망할 것입니다. 내가 정녕 삶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넘어 이 생에서 자신의 소임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정말로 그러한가’를 물으십시오.

2. 공동체가 하는 선한 일에 기꺼이 자신을 쓰겠다는 각오가 있어야겠습니다. 공동체에 발을 디디는 건 자신의 결정이지만 공동체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쓰일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기꺼이 쓰이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그저 서로 좋은 것만을 위해 함께 모여 사는 곳이라면, 아이들의 교육만을 위해 모였다면,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더 높은 목적을 수행하고 더 큰 세계에 봉사하려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뜻입니다.

3. 흔히 공동체에 들어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들어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계획이지, 공동체 안에서의 계획은 아닙니다. 자신의 계획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음을 분명히 아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자신을 내주고 공동체에서 사는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확신컨대 그만큼 되돌려받을 것입니다.

4. 누구든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어 공동체에 참여합니다. 당연합니다. ‘공동체’라는 낱말이 이미 드러내는 ‘함께’에 같이 하겠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개인주의적인 생활 습관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와 공동체의 목표,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고 해서 개인의 자유가 헤쳐지는 건 아니며, 공동체의 정체성인 목표에 중점을 두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배운다 해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는 않다마다요.
처음 한 해는 오직 관조하고 그저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 가늠하고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조율하시기 바랍니다. ‘겸손’은 꼭 공동체가 아니어도 우리 생의 최고의 덕목이겠습니다.

5. 사람은 교묘하게든 드러내놓고든 은연중에든 이익에 관여하게 됩니다. ‘내가 좀 손해보고 말지’, 이게 공동체적 마인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6. 이 공동체의 중심에는 학교가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특히나 이 학교에서의 배움이 무엇인가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나무 풀 개미 무엇이나 딱히 가르치지 않아도 생명의 길을 찾아가듯이 우리 아이들이 그러할 것을 믿습니다.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끊임없이 반성하는 곳이지요. 뭘 안 가르치려는 이곳입니다. 이곳을 둘러싼 자연이 이미 좋은 스승일 것이며 이곳의 어른, 또 이곳을 드나드는 어른들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것입니다.
지금 자녀를 둘러싸고 있는 교육적인 문제, 예를 들어 교사하고의 갈등의 문제라든가가 이곳이라고 꼭 다르다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살이에 벌어지는 일이 여기라고 없을까요. 그대가 도망쳐온 바로 그 문제를 이곳에서 직면할 수도 있답니다.

7. 사람이 사는데 그리 많은 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곳이 생태공동체로 나아가려는 방향을 가진 곳이기에 더더욱 덜 쓰고 살려지요. 사람이 많이 쓰면 다른 존재가, 내가 많이 쓰면 다른 이가 쓸 게 모자라기 마련입니다. 지구는 한정된 덩어리이니까요. 그래서 스스로 가난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이곳입니다.
짐을 꾸릴 때 최소한의 것만을 꾸리십시오. 그렇다고 지금 지닌 것을 버리지는 마시고 싸 짊어지고 옵니다. 그래서 공동체를 위해 내놓는 거지요. 산골살이란 게 그다지 필요할 것도 없지만 무엇이나 요긴하기도 하답니다. 그 짐을 쌓아두고 훗날을 기약한다면 공동체에 들어오는 걸음을 늦추거나 멈추시기 바랍니다.

8. 어느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그랬다지요.
“(나한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라. 원망이 생긴다.”
희생하는, 도움을 주기만 하는 사람은 이곳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의 마음에서 분노와 피로가 일어날 것입니다. 또 오직 자신은 받고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도 이곳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모두가 함께 느끼는 만족감과 조화가 우리를 건강하게 살게 한다는 사실을 잘 아시기 바랍니다.

9. 공동체에서 절대로 하지 말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험담’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생긴 그와 푸십시오. 그러다 안 될 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십시오.

10.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칭찬 때문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요. 다른 이의 인정과 지지 때문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여 움직이십시오.

11. 공동체로 산다고 하면(더구나 종교공동체가 아니라 하면) 열에 열이 다 어려운 길을 간다고 말합니다. 물론, 흔히 세상일이 다 그러하듯 쉽지는 않지만 한편 그저 앞에 주어진 일을 하면서 주욱 걸어가면 되는 길을 가는 것이 무에 그리 어려울까요. 사심이 없으면 없을수록 이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구나 여실히 느끼게 하는 날마다의 기적을 만나왔습니다. 심지어 돈조차도 공동체 식구들끼리의 조화와 일치를 통해 필요로 하는 만큼 나타났지요. 그렇다고 이 말이 돈에 실천적으로 접근하지도 않으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감을 기다렸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경제적 활동을 통해 영적인 가치를 구현하는가는 분명히 중요한 일이랍니다.

12. 침묵으로 진행되는 명상에 모두가 함께 해야 합니다. 공동체의 일원인 우리들에게 집중하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에게도 치유의 힘을 보내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2005학년도 가을부터 2006학년도 겨울까지 어른아침해건지기모임이 없었는데, 새학년도부터는 다시 시작합니다.)

13. ‘함께 하는 의식’은 의무입니다. 우리 식의 잔치를 같이 준비하고 함께 합니다. 첫걸음 례, 학교문연날잔치, 해보내기잔치, 동지, 봄 가을 산오름, ... 나중에는 설과 한가위까지도 이곳에서 맞을 날이 오겠지요.
특히 우리 공동체의 나눔의 첫째가는 장은 당연히 자유학교 물꼬라는 학교입니다. 공동체는 학교를 위한 헌신을 늘 전제하지요. 그러므로 학교 일정(학기 중, 방학, 휴일)에 따른 움직임은 철저하게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이 공동체는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 공동체 식구 각자가 모인 모두의 것이며 그 안에 있는 학교 일 또한 그러하니까요. 방학에도 학교를 돌보아야 하고, 휴일에도 가축을 건사해야하지요.

14. 내 모든 것, 나아가 우리의 모든 것, 내 움직임, 나아가 우리의 움직임, 우리와 함께 사는 모든 사람들은 외부인들이 공동체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됩니다. 곧게 걸어야겠습니다. 조심스러워야겠습니다. 앞서서 사는 이들을 잘 따라 살아야겠습니다.

15. 공동체를 세우는 기둥은 공동체 식구들의 사리사욕 없는 헌신입니다. 한편, 공동체구성원에게는 공동체가 또 헌신하지요.
“공동체는 생명과 정체성을 가진 나름대로 진화하는 하나의 사회이자 살아있는 실체이다. 그 사회를 행복하고 충만하게 그리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개인들의 책임이다. 그들이 사회에 주는 만큼 사회도 돌려준다. 멤버 개개인을 최대한 지원하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개인들이 그 사회를 최대한 지지해야 한다.”

16. 어느 공동체나 자주 문제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일이 대표적이지요. 예를 들면 호미가 밭에 널부러진 채 비를 맞고 있습니다. 물질을 잘 관리하는 것도 영적인 일입니다. 자연의 조화가 그러하지요. 너무나 질서정연합니다. 적절한 곳에 보기 좋게 ‘그것’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헛되지 않으며 버려지지 않지요. 그 자연의 조화로움은 에너지를 잘 모이게 하고 잘 쓰이게 합니다. 정돈합시다!

17. 그러나 우리는 그대가 급격하게 변하지 못하는 것을 압니다, ‘내’가 그러하듯이. 무슨 일이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모든 것은 늘 느리게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사람 사이도 다르지 않지요. 무한한 인내가 요구됩니다. 공동체는 배울 것이 많고 좋은점도 많지만 그러므로 공동체를 이해하고 이 삶을 살아가는데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새기시기 바랍니다.

18. 사람이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하늘이 한다지요. 그런데 하늘도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걸 사람의 손으로 한다 하였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하늘의 몫이지요.

마지막.
오직 돈만 좇는 장사꾼조차 온 힘을 쏟아 물건을 팔고 악한 일을 하는 이조차 온 마음을 모아 칼자루를 휘두르며 사이비종교조차 포교를 위해서도 밤낮으로 기도하고 외치는데, 하물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공동체 일을 하는데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해서야 되겠는지요. 더 부지런히 애쓰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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