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부름'

조회 수 2113 추천 수 0 2018.07.18 04:55:08


어떤 부름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문태준/창비/2012) 가운데서)



밥 먹자 건네는 어머니의 음성이

오래되었으나 견고한, 먼 우레와도 같은 성주의 부름 같다.

성주를 위해 대원정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부름,

결코 거역할 수 없고, 우리를 존재케 하는 오직 복종해야 하는,

그러나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 이의 부름.

나는 작고 연약한 푸른 벌레 한 마리,

어머니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로 다 기어가서 닿고 싶은,

어머니 말씀의 온기의 그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온 힘 다해서 이르고픈 밥상으로 가는.

나도 오늘 그 밥상 앞에 앉고 싶다.

울 엄마의 김 오르는 밥 한 술 뜨면 

가뿐하게 병상을 차고 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수 있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6735
5895 그동안 감사하엿습니다 secret 정해정 2004-05-31  
5894 옥선생님께 secret [2] 성/현빈 맘 2004-12-23  
5893 옥샘 전화한번 부탁드릴께요. secret 관리자3 2005-03-20  
5892 물꼬방문에 앞서서 secret 정은영 2005-05-31  
5891 눈이 아주 예쁘게 내렸습니다. secret [1] 장선진 2006-12-17  
5890 조만간 가네요... secret 장선진 2007-07-25  
5889 물꼬 선생님 안녕하세요 secret 김정미 2008-01-09  
5888 125계자 신청 secret 수나 엄마 2008-06-27  
5887 아옥샘 정우요 서정우요!! secret 최지윤 2008-07-10  
5886 겨울계자관련 secret [1] 김수정 2008-12-21  
5885 정인이는 어찌할지 물어봐주세요 secret [3] 최영미 2009-07-28  
5884 옥샘~ secret [1] 전경준 2009-10-23  
5883 옥샘 하나더 여쭤볼게있습니다. secret [1] 전경준 2009-12-08  
5882 옥샘께! secret [2] 김유정 2009-12-26  
5881 옥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ecret [1] 김수진 2010-01-01  
5880 옥샘! 조용하게말할게여 ㅋ secret [1] 전경준 2010-01-11  
5879 새끼일꾼 계좌 이제야 입금했어요 secret [1] 2010-01-20  
5878 옥샘 !! 죄송하지만요... secret [1] 세훈 2010-03-20  
5877 새끼일꾼 계자에 관해 secret [1] 오인영 2010-07-14  
5876 옥쌤~ secret [1] 김아람 2010-07-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