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시죠? *^^*

조회 수 1007 추천 수 0 2007.04.10 22:39:00
117번째 계자 때 품앗이 일꾼으로 갔었던 김재현입니다.
어제 수업 때 대학원 선생님 한 분이 오셔서 초등학교 현장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현직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1년 남은 대학생활을 보내는데 힘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이번 겨울 때 물꼬에 다녀갔다라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속으로 참 반가웠습니다. 우리 학교 선배님과 물꼬라는 연이 있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문현진 선생님이셨어요.
이번 학기는 참 바쁜 학기입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거든요. 그림도 그려야 하고, 꽃과 채소도 키워야 하고, 톱질을 비롯해서 재봉과 뜨개질도 해야한답니다. 또 납땜을 하기도 하고, 지난 주는 요리도 했어요. 김밥과 오므라이스, 된장국을 직접 만들어 봤답니다. 요리를 하면서 계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던 피자랑 만두가 생각났어요.그 땐 참 즐겁고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 이제 5월이 되면 마지막 실습을 갑니다. 오늘 실습학교가 정해졌습니다. 또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담에 또 뵐 수 있겠죠? 보고 싶습니다. ^^

p.s. 계자가 끝나고 보냈어야 하는 글이 있습니다. 참 많이 망설였던 글이에요. 부끄러웠던 내 생각이 담긴 글이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물꼬에서 돌아온지 2주가 지났습니다. 참 좋았던 추억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일주일동안 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형길샘이 마지막 날, ‘샘들 갈무리’시간에 저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짧아집니다. 그러면 삶이 힘들어집니다.” 집에 돌아오기 전 날 밤, 하루재기에서 제 삶을 5분 내로 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자신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제까지 항상 생각만 많아서 고민과 방황만 하고 실천을 하지 못했던 저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늦었고 뒤늦게 후회만 반복하며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사실 전 이번 겨울 계자 참여를 많이 망설였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말입니다. 작년 여름에 우연히 교내 게시판을 통해 물꼬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해 여름 마지막 계자에 참여 신청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재입학 문제로 인해 아쉽게 물꼬에 가지 못하게 되었고 다음 겨울 계자에는 꼭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좋아 교사가 되기 위해서 학교에 다시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여름 내내 캠프에서 일을 하고, 다른 배움터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터라 제 생활이 부끄럽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2학기 때 학교와 상관없는 제 개인적인 다른 문제로 인해 힘들어하면서 어느덧 겨울방학이 되고 보니 아이들과 함께 있을 제 미래의 모습도 희미해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임용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4학년을 앞두고 공부를 해야 하는 겨울이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나설 자신이 없어 이번 겨울 계자 생각을 일찌감치 접었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아무리 해도 다시 공부를 할 의욕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 같이 지내다 보면 힘이 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물꼬 홈페이지에 들어가 겨울 계자 일정을 확인했고 마지막 계자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어렵게 참가 신청을 해서 117 번째 계절 자유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말입니다.
물꼬에 들어오는 일요일 아침까지도 참 많이 망설였습니다. 제 자신의 고민을 안고 가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계속 집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날 참 정신없이 행동했습니다. 하마터면 열차도 놓칠 뻔 했고 말입니다. 만약 열차를 못 탔다면 이번 계자에 함께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영동역에서 물꼬에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이번 계자에 함께 하는 다른 샘들을 만나게 되어서 물꼬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대해리에 내려서 처음 바라본 풍경은 참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산골짜기에 들어선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높은 산들, 그리고 계단식으로 놓여진 논밭들을 보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일주일 동안 지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이번 계자기간 동안 아이들을 소홀히 대할까 싶어 참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자꾸만 힘이 떨어져 처음 며칠 동안은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물꼬에서 떨어져 지낸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다른 샘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한 것이 계자 내내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주는 사람들이 고마웠습니다.
물꼬에 대한 첫인상은 학교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학교라는 말 대신 자유학교라는 말을 쓰는 것 같습니다. ‘물꼬는 자유’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렸을 때 방학이면 내려오던 시골 할머니집이 생각났습니다. 맘껏 뛰놀 수 있고 신기한 것도 많고 다닐 곳도 많은 세계였던 그 곳이 떠올랐습니다. 푸근한 첫인상을 지니신 옥영경 교장샘을 비롯해서 다른 샘들을 만난 교사미리모임도 그랬습니다. 참 편안한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계자가 끝날 때까지 이런 느낌은 유지되었습니다.
이번 계자 기간 동안 유독 눈이 가고, 마음이 가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지우와 선우.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아직 몸도 마음도 어려서 그런지 자꾸만 정이 가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참 작은 아이들이 너무나 귀여웠습니다. 제 외투 양쪽 주머니에 작디 작은 손을 집어넣고 다닐 때, 제가 앉아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무릎위에 천진난만하게 앉아 있던 모습들, 산을 오를 때나 공차기를 할 때 한없이 씩씩했던 일들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제 꿈은 교사가 되는 겁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행복한 웃음을 머금는 모습을 꿈꿉니다."

함형길

2007.04.10 00:00:00
*.155.246.137

반가워요 재현샘~..~ 시간이 지난 후 함께 했던 '그 때'를 다시 떠올려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현진샘도 115계자 - 한껏 누리셨답니다...영동역 근처 카페에서 갈무리 때, 재현샘께 한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느리고 행동이 느리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라고 한 것은, 우리 마음에 항상 숨어 있는 '우유부단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생각이 많다기보다는 마음이 산만하고 욕심을 버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인생을 피곤하게 느끼는 거지요..지금은 실습 중일까요? 재현샘의 반가운 이름을 들어 기분 좋네요^^ 남은 학기, 바쁘고 신나게 보내시고 또 물꼬에서 뵐까요~

물꼬

2007.04.13 00:00:00
*.155.246.137

안녕하세요. 재현 샘
너무 반갑네요.
실습이지만, 재현샘은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건강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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