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련의 민들레일에 대해서 3년을 함께 하고 있는 김상철/김정희 밥알님이 써서 밥알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동의를 얻어 드나나나 게시판에 올립니다 - 자유학교 물꼬

물꼬 3년차 부모로서 일련의 갈등을 바라보며 - 김상철

요즘의 어수선한 정황들 속에서 많은 분들이
남은 한가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듯 합니다.
개인적으론 뭐가 그리 궁금해? 하면서도
새로운 학부모을 맞이하고 새학기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도 정리가 되어야 되지않나 하는 맘에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10여년의 준비끝에 물꼬가 상설학교로 문을 열었고
지난 2년동안, 함께 했던 가정들이 순차적으로 나가게 되면서
2가정만(공동체식구 포함) 남게 되었네요.

왜 그렇게 많은 가정들이 나가게 되었을까요?
물꼬에서도 여느 사회가 똑 같이 자연스레 오해와 갈등들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그 갈등과 오해가 원할하게 해소가 되어지지 않아 일어난 일들이라고 봅니다.

물꼬는 물꼬대로 오랜 준비기간이 있었어도
막상 상설학교로 시작함으로 생기게 된 여러 어려움들과 맞부딪히게 되었고,
학부모들은 학부모들대로 예상치 못 했던 다른 상황들과 부딪히면서 또한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어려움들과 오해들이 갈등으로 이어지고
그 갈등이 재대로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쌓이고 쌓여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싶습니다.
남은 저희 역시 그런 갈등이 왜 없었겠는지요.
같은 학부모들간의 갈등, 그것의 연장선으로 이어진 학부모와 학교와의 갈등..
저희 역시 힘들디 힘든 시간들이였습니다.
다른 분들 처럼 물꼬를 떠난다는 생각도 깊이 했었던 적도 있었구요.
단지 나간 부모들과 우리가 달랐던건 그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자 했냐는것이지요.
그 분들은 학교를 나감으로써, 그리고 우리는 학교에 남음으로..

애들을 물꼬로 보내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으며 다시 곱씹어 곱씹어보며 정말 어렵게 결정을 내렸지요.
당장 1,2년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 아니라 최소한 10여년 후를 생각하며 내린 결정이였지요.
그런 만큼 부모가 힘들어서 그만둔다는 것은 더욱 심사숙고를 해야한다 생각했었습니다.
왜냐면 우리 애들은 2여년동안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보냈다는 것 만큼은 확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만약 아이들이 그렇지 않았다면 떠나는 걸 쉽게 결정을 할 수 있었겠지요.
어른들과의 일로 애들에게 어찌 보면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리고 이제 상설학교 3년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서로가 미흡하고 서툴렀을 것이며 또한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서 서로가 고쳐나가고 맞춰나가고 다독거리면서 가야겠지요.

그 누구보다 고생많으셨고 애 많이 쓰셨던 분들이고 어찌보면 밑거름이 되셨던 분들이였는데...
제 개인적 생각으론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서로가 적극적으로 갈등을 풀려고 노력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맘이 많이 듭니다.
끝까지 2년을 함께 했었던 2가정은 더욱 그랬었구요..
하지만 우리의 결정이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였듯이
그 분들은 그분들대로 그 상황에선 최선의 선택이 아니였나싶습니다.

앞으론 학교는 학교대로 그리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부모들대로
지난 시간을 거울삼아 더욱 신중하게 서로에 대해 살펴보고 이해하고자 하지 않을까 합니다.
나간 분들이 원하는 바도 이것이며, 또한 남은 우리가 앞으로 할 일 중에 하나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합니다. 선배로서 같은 학부모로서..

애들이 기나긴 겨울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지 이제 2주가 넘었습니다.
함께 했던 친구들이 모두 나간 상황에서 아이들 역시 힘들어 한 건 사실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이란 시간을 한 형제처럼 함께 보냈는데
애들이라고 아무런 감정이 없었겠는지요.
방학 끝날 무렵엔 물꼬 가는걸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일단은 학교생활 다시 시작해보고 그때 다시 얘기해보자며 그렇게 개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 생활이 너무 즐겁다며 앞으로도 계속 있을거라는
아이들의 즐거움 가득 배인 목소리와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어봅니다.

함께 했던 분들과 즐거웠었고 서로 힘이 되어 주었던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서로 한마음이 되어 즐거웠던 적도 많았지요.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분들과의 인연 역시 우리에겐 소중하기에
앞으로도 계속 소중하게 연을 맺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늘 모임에서 얘기하곤 했었던,
내가 평화롭기를 또한 그대가 평화롭기를, 우리 모두가 언제까지나 그러하길 기원합니다.

* 덧붙이는 글 <민들레에 실린 글을 읽고>
뒤 늦게 민들레 출판사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읽고나서 이렇게 다시 몇 자 적어봅니다.
왜냐면 그 글로 봐선 가장 가진 것 없고 시간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못한 우리가 가장 먼저 물꼬를 떠났어야 했었는데 우린 여전히 물꼬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재정적 후원과 시간적 후원에 대한 우리의 이해>
2년을 함께 하면서 유독 우리만이 재정적, 시간적 후원이 다른 가정에 비하면 턱 없이 적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다른 가정이 매달 기십만원씩 후원하고 빔 프로젝트며 학교에 필요한 값진 것들을 선듯 후원하는 동안 우린 단 돈 만원도 후원 못한 달도 많았으며 고작 제철 과일이나 농산물 등으로 후원을 대신 하기도 했었지요.
그리고 다른 부모들이 일주일 씩 학교 살림을 돌아가면서 할 때도 우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여지껏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당당했었기 때문이며
우리의 양심에 비춰 최선을 다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늘 학교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과 미안한 맘, 그리고 우리가 정말 물꼬 학부모로서 자격이있나 하는 생각은 늘 떠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면 물꼬 샘들의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은 여느 부모 못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니 어찌 보면 부모 이상으로(친부모인 나도 저럴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구나 싶은 느낌이 든 적도 많았습니다 . 이는 나간 부모들도 인정을 하고 있는 부분이구요.
왜냐면 학부모 회의때면 늘 그렇게 얘기들을 했었으니까요.
그러기에 늘 부족하다는 맘이 드는건 아이를 보낸 부모로선 당연한 맘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밝히고 싶은 건 학교와의 갈등이 있기 전에 같은 학부모간의 갈등이 시초가 되어 이런 일 까지 일어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의 시작은 바로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구요.
만약 우리가 다른 부모들과 같이 재정적 후원을 할 수 있었고
또 시간적으로도 넉넉해 학교에 손을 보탤 수있었다면 이런 일들이 애초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갈등이 시원스레 풀리지 않으면서(이건 전적으로 우리 탓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학교와의 갈등으로 전이되고 그 와중에서 이런저런 또 다른 갈등들이 불거지고....
그러기에 앞으로도 나간 부모들에겐 물론이도 학교에도 늘 미안함이 맘 한켠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정적인 후원에 있어서도 학교에서 우리에게 내니 안내니, 적니 많으니 하며 직접적으로 부담스런 얘기를 한적이 없었구요.
다만 학교 재정이 힘들어져서 그렇다며
애들 학용품과 바깥 배움 샘들에 대한 기본 예우에(기름값정도의) 대한 금전적 부분에 대해 요청한 적이 있었으며 그 일은 학부모 모두 흔쾌히 동의를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대출까지 받아서 학교를 지원한 건 교실 바닥 보일러 교체 비용이였으며 이는 아빠들이 학교에 입학 선물로 중고 버스를 한대 사주려고 나온 얘기가 보일러로 대체된 것이며 엄연히 따지면 지원이 아니라 학부모간의 합의된 선물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솔직히 물꼬에서 금전적으로 부담을 느낀 건 바로 이런 부분들이였지요. 다달이 내는 후원금보다 밥알 회비등 학부모들간에 합의된 부분에 대한 금전적 부담이 더 크게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입니다. 왜냐면 꼬박꼬박 어김없이 내야 했으니까요. 있는 이들에겐 얼마 안되는 금액이 없는 이들에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서너번 있었던 학부모들과의 나들이에도 애들만 보내거나 늘 빠지곤 했었구요.
그리고 문제가 된 애들 기숙사 비용도 관한 건도 작년 마지막 학부모 모임때 이렇게 얘기가 되었습니다.
기숙사 비용을 보태고 안보태고가 아니라 『말 한마디라도 관심을 가져주었음 좋겠다.』
어찌보면 지극히 인간적인 학교측의 섭섭함의 표현으로 우린 받아들였었는데
학부모로서 무책임하고 안이하다는 학교측의 글이 학부모에겐 학교의 빚을 갚아 주길 바랬다는 걸로 이해된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소통의 실패에서 온 오해라고 봅니다.
학교로 봐선 학부모들이 안이하게 보였을 수 있고 학부모로 봐선 그럼 빚을 갚아 달라는 얘긴가 하고 여길 수도 있고..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문제가 될 일이 아닌 것이 서로를 잘 살펴보지 못 한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솔직한 심정은 정말 빚을 낼 수만 있다면 흔쾌히 그렇게 해서라도 보태고 싶었구요. 이는 다른 부모들도 그러했으리라 봅니다.

가끔씩 내가 학교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곤 합니다.
지금 물꼬 샘들처럼 그렇게 남의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그렇게 키울 수있을까??
과연 각양각색의 학부모들을 대하며 그렇게 학교를 꾸려갈 수 있을까??
결론은 늘 난 그렇게 못한다로 내려지곤 하지요.
정말 힘들 것입니다.
물꼬가 지난 2년동안 학부모들과의 소통에 미숙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건 학교도 인정을 하고 있구요.
반면에 학부모들도 소통에 소극적이였다는 건 인정을 해야겠지요.
지난 2년을 보내면서 느낀 건 물꼬를 단순한 학교로 이해해선 안된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제사 『물꼬는 학교가 삶터요, 삶터가 곧 학교다』라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러기에 단순히 학교로서의 잣대로 이해하고 평가해서는 큰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난 시간 물꼬 내에서의 갈등외에 개인적으로도 정말 힘들디 힘든 시간이였지만
그럴때마다 물꼬 샘들의 위로의 한마디는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커가는 모습에도 많은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 나중에 이곳에서도 물꼬와 같은 학교를 만드는게 아이들의 꿈이자 부모인 우리의 바램입니다.
지난 시간들이 힘들었던 만큼 삶에 크나큰 배움을 준 시간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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