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두메 산골
우산을 받쳐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개울 따라 구불구불 오르는 산 길
예술의 전당이 아닌 자연에서
웅장하고 정교한 교향악을 듣습니다.
시냇물의 우람한 관현악 연주에
우산에 부딪는 싸락눈이
쌈바리듬의 캐스터넷 연주로
배경을 깔았습니다.
때로는 광란으로 더러는 우아한 몸짓으로
지휘봉을 잡은 바람의 모습은
가히 압권입니다.
여기에 산새들의
화려한 현악 삼중주가 겹쳐집니다.
이 아름다운 노래를
매일 듣고 자라는 물꼬 아이들
심성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습니다.
삼라만상의 들살이를 닮아감이겠지요.
그들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신의 축복인 양 환희가 넘칩니다.
하루하루가 보람의 날이었습니다.
고맙고 또 감사합니다.
병술년 사월 스무이레 나무날
대전에서 홍사숙 드림
가시는 걸음에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습니다.
언제든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