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개월 하다 이야기

조회 수 1215 추천 수 0 2002.02.06 00:00:00

43개월 하다 이야기



하다는

일본인, 인도인, 호주인, 뉴질랜드인, 이탈리아인, 러시아인, 브라질인, 폴란드인, 중국인 내 친구들과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다.

또래로는 애쉬필드에서는 호주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예서는 한국인 아이 두어명이 전부다, 그것도 가끔 보는.

아직은 엄마랑 노는 게 더 재밌고 신이 난다는 하다.



1. 안마해주는 하다

하다는 제법 손이 야물다.

안마도 제법이다. 하기야 저도 날마다 받아보니 알겄지.

며칠 전 엄마 등을 안마하던 하다,

"이래주는 아들이 있어 정말 좋지?"



2. 오줌싸개 하다

오줌싼 하다,

옷을 벗겨놓고 냄새나니 얼른 그것부터 주물럭거려 오줌냄새를 빼는데 방에서 부시럭대는 소리.

"뭐해?"

서랍장을 열어 저 옷 찾아입고 있다.

팬티랑 바지 하나는 걸쳐입고서,

"티는 입혀줘야해, 안돼."

하고 있다.



3. 날마다 일기쓰고 기도하는 하다

엄마 세수하는 동안 먼저 이닦고 씻은 하다는 책상에서 일기장과 볼펜 두자루를 꺼내놓고 기다린다.

저가 말하고 그림그리면, 곁에서 나는 날리며 그 말을 받아 적는다.

일기는 성실을,

기도는 다른 이를 생각하고 또한 겸손함을 배우는 시간.



4.낡고 낡은 이야기를 들춰내서 되씹고 되씹는 하다

한 달쯤 됐나,

"엄마, 우리 이제 한국 가자."

"또 왜?"

"델리만쥬 먹고 싶다!"

"..."

"우리 한국가면 델리만쥬 사 먹자아.

엄마, 희정이 이모네 옛날에 갔을 때. 희정이 이모 할아버지(희정이 아부지 말이다)가

나한테 말도 안하고(사준다고) 델리만쥬 사러 갔다.

그림 보여 주면서 이거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사왔더라.

석계역에 있는 그 가게."

그게 언제적 얘긴데...

엄마는 잊은 옛적 얘기를 한 번씩 꺼내는 하다.



5. 집안일 하는 하다

한날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엄마, 나는 빨래 걷을게."

훔쳐봤더니 양말 하나를 걷다가 떨어뜨리고는 그걸 털고 있다.

차곡차곡 하나씩 가져와서 침대위에 올려놓더니

"빨래 개는 것 가르쳐줘. 이렇게 개면 돼?"

해서 개는 것도 가르쳤더니 제법이다.

설거지를 끝내고 세수하러 간 사이,

하다는 빨래를 제 것은 저 서랍장에 엄마건 엄마 서랍장에 넣었다.



6. 자기 물건 기억하는 하다

"이거 새 거야?"

올 때 사왔던 셔츠 하나를 이번에 입혔다.

자기 옷이며를 다 기억하는 하다, 낯서니까 당장 물어본다.

어데가면 잠깐 자리 옮기는데도 가방이며 죄다 챙기고 옮기는 하다.



7. 똥돼지 하다

"엄마, 나 인제 뭐 먹지?"

돌아서면 묻는다.

하루 다섯끼를 다다른 걸로 먹는 하다.



8. 참는 하다

이제 껌맛을 아는 하다, 한번씩 가게 가면 사달래는데

"엄마, 돈있어?" 하거나

"엄마, 사줄 수 있겠어?" 하거나

못사주겠다 하면

"엄마, 한 번 생각해봐 줘(사줄 수 있겠는지)."

하며 떼도 안쓰고 그만두는 하다.



9. 하다가 하는 가장 큰 걱정

영동 도서관에 가 있는 자기 장난감이 잘 있는가 하는 것.

아빠랑 하는 통화의 주된 내용도 그거다.

"아빠, 건강해요? 밥 잘 먹어요?

그런데 영동 도서관에 내 장난감 잘 보관해요? 다른 친구들이 들어가면..."



10. 한글공부 시작한 하다

낱말카드들을 널어놓고 엄마랑 하는 가게놀이.

"아저씨, '곰이 여우보다 큽니다'껌 주세요."

하다는 카드들을 찾아 비닐봉투에 넣어준다.

"네, 여기 저울에 올려주세요."

그러면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

"네, 1불 20센츱니다."

이러다 동화책도 읽는 날 오겠지.

영어가 막 쏟아지니까 우리말을 먼저 잘 익혀줘야겠다 생각.



;오스트레일리아, 영경이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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