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산골 농부 "콩 털었어요!"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고마운 콩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9210&PAGE_CD=

 

열네 살 나는 산골에서 공부를 하면서 농사도 돕는 홈스쿨러이다.

 

며칠 전 밭에 있던 콩을 수확했다. 다른 집들은 벌써 콩을 털고 있는데, 우리는 많이 늦었다. 드디어 며칠 동안 밭에서 말린 콩 줄기들을 마당으로 들여와서 타작을 시작한다.

 

일단 도리깨로 콩깍지와 콩을 분리하기 위해 수확한 콩 줄기를 탈탈 털어준다. 도리깨가 그냥 위 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콩을 터는 기구인줄 알지만, 사용법이 의외로 복잡하다. 왼손을 받침대로 해서 오른손을 이리저리 돌려주다보면 탕탕 하면서 콩을 두드릴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콩을 터는 모습은 쉬워보였는데 정말 어렵다. 처음에는 도리깨에 많이 맞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어휴~ 지금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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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질
ⓒ 류옥하다

자, 이제 콩과 낙엽 부스러기들이 남았다. 이것들을 '키'라는 도구로 콩만 남게 해준다. 키가 오줌 쌌을 때 머리에 이는 용도로 아는 아이들이 많겠지만 원래 목적은 이렇게 곡식을 터는 데 있다.

 

처음에는 키를 그냥 위로 아래로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 걸, 아무리 털고 털어도 달라진 게 없다. 콩은 낙엽부스러기보다 무겁다. 그러니까 높이 올렸다가 공기놀이에서의 꺾기를 하듯 살짝 밑에서 받아내면 낙엽들만 날아갈 것 같았다. 성공이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내 쪽으로 불더니, 내가 낙엽을 뒤집어썼다. 눈이 엄청나게 따가웠다. 더군다나 미세한 낙엽 때문에 밤에 간지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

 

  
키질
ⓒ 류옥하다

콩이 거의 다 까졌다. 콩들을 보니 덜 익은 콩, 모양이 쭈글쭈글한 콩, 우리가 심은 종자가 아닌 콩들까지 섞여있다. 이제는 약간 덜 까진 콩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까주어야 한다. 보통은 전부 다 도리깨로 깔 수 있지만, 우리는 덜 마른 콩이 섞여있어서 콩깍지와 콩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손 아프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깐다. 아까우니까.

 

지난봄에 콩을 심은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콩을 다른 집들보다 몇 주 늦게 심었다. 그런데도 지금 콩들이 아주 잘 여물었다. 대견하다. 봄에 조그마한 콩을 모종판에 두세 개씩 넣고 며칠이 지나니 싹이 나왔다. 그걸 옮겨 심고 닭똥으로 만든 거름도 주고, 친구들하고 여름에 뙤약볕에서 풀도 뽑았다. 그때는 콩이 정말 조그마했는데 그새 이리 자라 열매를 맺었다.

 

"우리 아들 크는 것 같네."

 

어머니가 그러셨더랬다. 우기에는 장마에 이랑이 무너져서 콩들이 쓰러질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참 꿋꿋하게 서서 살아남았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콩은 식물성 단백질이 높은 작물이다. 단백질, 지방, 섬유소 등이 풍부하여 밭에서 나는 고기라 불린다. 건강을 지켜주고, 성인병 예방이나 다이어트, 변비, 암, 고혈압에 아주 좋다.

 

우리의 밥상에서 콩은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우리집은 콩 없이는 못산다. 해마다 우리집은 메주를 쑨다. 메주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콩을 삶아서 으깨서 모양을 만들면 메주가 된다. 으깨는 게 좀 힘이 많이 든다. 자루에 넣고 엄청 밟아야 한다. 으깬 걸 좀 덜어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엎어 씌워 하루 이틀 두면 청국장이다.

 

이 메주를 말렸다가 소금물에 담구어 놓았다 가르면 그 소금물은 간장이 되고, 메주는 부숴서 된장을 만든다. 그리고 메주를 부술 때 양념을 좀 해주면 막장이다(사실 이건 좀 모르는 얘기다). 또, 메주를 으깨 파, 양파, 마늘, 고추, 소금,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을 넣어 섞으면 쌈장이 되는 거다. 

 

콩으로 만드는 식품으로는 또 두부가 있다. 우리 집은 고기의 대안으로 두부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 콩을 불려 갈아서 끓이고, 찌꺼기는 비지로 끓여먹고, 국물에 들기름을 넣고 간수를 차례로 넣으면서 저어주면 응고가 되어 순두부가 된다. 그것을 자루에 넣어 꾹 누르면 두부가 되고, 국물은 두유다. 이건 빵 만들 때 우유 대신 쓴다. 

 

두부는 종류도 다양하다. 굳히기 전 먹는 순두부, 고운 손이 아니고는 문드러진다는 연두부, 새끼로 묶어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단단했던 막두부, 콩즙을 끓이다 태워 탄내가 나면 탄두부, 기름에 튀겨먹는 유부... 우리의 밥상에는 이 밖에도 콩고기, 콩국수, 콩나물 등 많은 '콩'들이 올라와있다. 

 

콩은 단순히 음식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쓰인다. 옛 어르신들은 동상에 걸렸을 때 콩에 발을 담가놓으면 동상이 풀렸다고 한다. 독극물을 마셨을 때 검은 콩의 콩깍지나 콩을 달여 먹으면 해독을 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하고, 끓는 물에 피부 화상을 입었거나 어린이가 피부 단독을 입었을 때도 검은콩을 끓인 물을 발라주면 쉽게 치유된다고 동의보감에 나온다 한다.

 

나도 화상을 입었을 때 어머니가 콩물을 발라주셨다. 그리고 내가 어릴 때부터 열이 나면 두부와 밀가루를 으깨고 섞어 천에 말아 머리에 올려주셨다. 그러고 나면 정말 열이 내렸다.  타작을 마친 콩들이 한가득 쌓여있는 게 기분이 좋다. 콩으로 맛있는 장, 요리들을 해먹을 수 있겠다. 물론 의약품으로도 쓸 것이다. 콩, 고맙다.

 

  
1차로 수확한 콩
ⓒ 류옥하다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네 살 학생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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