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아침] 나도 어머니처럼

조회 수 2125 추천 수 0 2019.05.07 14:04:35


나도 어머니처럼



왜 사느냐고 물으시면
죽지 못해 산다
나를 위해 산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누구를 위한 기도냐고 물으시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서
무엇을 바라기 위해서 기도 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무엇을 위해 그리 애쓰느냐 물으시면 
내 한 몸 편하고 빛나기 위해서
누가 알아주길 바래 땀 흘린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한번도 삶을 회의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원망하지 않으며
몸져 아픈 날조차 이마 짚으며
당신의 의무를 소홀히하지 않으셨다

한평생 어머니는 위해서, 위해서만
당신의 노동 당신의 기도 
당신의 젖과 눈물을 온전히
이못난 자식 위해 바쳐주셨다


그아들인 나 역시 위해서, 위해서만

살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삶과 정성을 다 바쳐주신 내겐
그 사랑 내 몸에 가두어둘 권리는 없었다

끝내 죽음 앞에 세워져
죽음만은 피해가고 싶던 그 순간에도
나도 어머니처럼 성실하고 치열하게
온몸 바쳐 투쟁할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박노해, <참된 시작> 가운데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8619
5838 어째.. 아무도 글을.. 혜이니 2001-03-04 4396
5837 물꼬 바르셀로나 분교(^^)에 올 준비를 하고 계신 분들께 [1] 옥영경 2018-05-04 4380
5836 큰뫼 농(農) 얘기 38 고추씨앗의 파종(싹 튀우기) 큰뫼 2005-02-16 4341
5835 쓰레기를 줄이면 사랑이 는다?-열네 살이 읽은 노 임팩트 맨(콜린 베번/북하우스/2010) [1] 류옥하다 2011-09-07 4301
5834 윤동현샘의 한약사 합격 소식을 뒤늦게 전합니다 [1] 물꼬 2018-02-21 4290
5833 열네 살 산골농부 " 콩 털었어요!" image 류옥하다 2011-11-07 4261
5832 2005년 5월 12일자 비빔툰 file [1] 벽돌아, 뭘 보니? 2005-05-12 4233
5831 145, 146, 147번째 계자 아이들과 샘들에게 [21] _경이 2011-08-19 4226
5830 [펌]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기간과 셀프 집 소독 물꼬 2022-03-05 4177
5829 잘 도착했습니다. [2] 윤희중 2019-06-23 4117
5828 호치민, 그리고 한대수 image 물꼬 2015-03-10 4110
5827 2월 어른의학교(2.25~2.27) 사진 올렸습니다 관리자 2022-03-25 4076
5826 Podjęła Murzynką Mora, igysiquc 2017-02-27 4040
5825 3월 애육원 들공부 다녀왔지요. 김희정 2001-03-05 4006
5824 147계자 함께한 이들 애쓰셨습니다. [11] 희중 2011-08-21 3995
5823 八點書法/ 팔점서법의 비법을 공개하면서 file [2] 無耘/토수 2008-10-27 3959
5822 밥알모임, 물꼬 아이들은 새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7] 관리자3 2005-01-05 3918
5821 감사합니다! [7] 연규 2011-08-28 3911
5820 八點書法/ 영자팔법과 팔점서법의 비교는 구조와 기능의 차이 imagefile [1] 無耘/토수 2008-10-27 3901
5819 우리 마을 반장은 열여섯 살, 바로 접니다 image 류옥하다 2013-04-12 388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