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조회 수 1714 추천 수 0 2017.05.18 15:23:48



518. 오늘은 다섯 살 아이의 어린이집 학무보 참관 수업일 이었다.

오전에 잠시 들려 수업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땅 위에 피어난 천사들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미소, 그것은 더 할 것 없는 가장 소중한 행복.

그 행복 속에서 문득.. 5.18의 엄마들, 4.16의 엄마들이 떠올랐다.

그 엄마들이라고 한때는 이토록 작은 천사였을 자신의 아들이, 딸이.. 다 피지도 못 한 그 가여운 꽃들이..

어느 날 국가에 의해 그렇게 잔인하게 짓밟히거나, 방관된 채 스러져갈 줄 상상이나 해 보았을까.

해마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꽃물 드는 4월이, 5월이 다시 올 때마다

엄마는, 엄마들은 심장 가득 배어드는 그 핏물을 어찌 감당하며 살까.

난 아이를 보며 웃다가도 어느새 먹먹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이집에서 돌아와 앉은 일상의 책상.

그제야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를 읽고, 제창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었다.

같은 노래를 같은 마음으로 부른다는 것. 그 작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가슴 속, 아니 우리들 가슴 속

갈 길을 잃고 흐르던 비통의 눈물은 어느새 희망의 눈물로 새 물꼬를 틔우고 있는 듯 했다. 


90년대, 스무살 시절.. 내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칼끝을 갈 듯 부르던 그 노래.

어느덧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절망에 깔려 조금씩 날이 무디어진 그 노래.

오늘은 꼭, 그 노래를 한 땀 한 땀 꾹꾹 눌러 써 보고 싶다.

그리고 다짐해 본다.

내 비록 이 시대의 깃발은 되지 못 할지라도,

이토록 아름답게 앞서서 나가는 당신을 지치지 않고 따를 수 있는 산 자가 될 것임을.

아직 모두 끝나지 않은 5.18의 시대, 절대 눈 감지 않고 잠들지 않고,

선명히 깨어나서 외치는 산 자로 존재할 것임을.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오늘의 기록을 하다, 문득 지난 5월 3일~5일의 물꼬가 떠올라 함께 남깁니다.

이런 내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 물꼬를 틔워주는 물꼬.

잘 계시죠?

꼭 그래야 합니다.


    


옥영경

2017.05.20 02:01:47
*.226.207.238

이렇게 또 소식 닿으니 반갑기 더합니다.


오늘은 종일 자두밭에서 알을 솎았습니다,

가까이서 우는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먹는 것 어떤 것도 수고롭지 않은 것이 없군요.


밤 운전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를 들었습니다.

명문으로 회자될 겝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며 화염병 뒹구는 거리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렸습니다.


자주 소식 나누어요.

수범이도 형규샘도 보고 싶다 전해주시기.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계신 곳도 그러하시기.


옥영경 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6942
5817 이제 되네~!!!!!!! [1] 다예~!! 2001-03-06 3823
5816 잘 왔어요~ [4] 해인이 2012-08-11 3760
5815 민혁이 잘 도착했습니다^^ [3] 미녁맘 2011-08-19 3758
5814 ㅎㅎ 조금 늦었지만...ㅎㅎㅎ [10] 서울시장 오세훈 2011-08-25 3740
5813 반갑습니다 조봉균 2001-03-05 3737
5812 잘 도착했습니다! [9] 인영 2011-08-20 3728
5811 밥바라지 샘들께; 오늘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자주 그렇기도 하지만 물꼬 2012-11-13 3724
5810 자유학교 물꼬 어린이 카페도 있어요! [1] 평화 2011-01-31 3716
5809 힘들게 캔 고구마,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고구마 캤어요! image 류옥하다 2011-10-19 3699
5808 저는 기억나는데... 김희정 2001-03-06 3695
5807 가끔 세상이 이런 이벤트도 주어야...-병아리 났어요!- image 류옥하다 2012-05-19 3641
5806 잘다녀왔습니다 ~ [5] 이세인_ 2019-06-24 3634
5805 [피스캠프] 2017년 여름 태국/유럽 시즌 프로그램 종합안내 image 피스 2017-06-08 3561
5804 김희전? 조봉균 2001-03-08 3559
5803 저를소개합니다 [1] 박세나 2012-07-11 3557
5802 새해맞이 예(禮) 물꼬 2013-01-02 3542
5801 많이 고맙습니다. [3] 윤혜정 2019-08-10 3541
5800 10대를 위한 책이지만 20대에게도, 그리고 부모님들께도 권한 책 옥영경 2019-02-05 3530
5799 안녕하세요!! 김재은 2001-03-05 3513
5798 [답글] 어엇~? 이제 되는건가여? 테스트 2006-10-26 35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