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부름'

조회 수 2134 추천 수 0 2018.07.18 04:55:08


어떤 부름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문태준/창비/2012) 가운데서)



밥 먹자 건네는 어머니의 음성이

오래되었으나 견고한, 먼 우레와도 같은 성주의 부름 같다.

성주를 위해 대원정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부름,

결코 거역할 수 없고, 우리를 존재케 하는 오직 복종해야 하는,

그러나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 이의 부름.

나는 작고 연약한 푸른 벌레 한 마리,

어머니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로 다 기어가서 닿고 싶은,

어머니 말씀의 온기의 그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온 힘 다해서 이르고픈 밥상으로 가는.

나도 오늘 그 밥상 앞에 앉고 싶다.

울 엄마의 김 오르는 밥 한 술 뜨면 

가뿐하게 병상을 차고 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수 있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07654
5878 옥쌤 잘도착햇구 현우때문에요. secret [1] 김현곤 2010-07-18  
5877 죄송.. secret [1] ㅎㅅㅇ 2010-10-15  
5876 안녕하세요 secret [1] 희중샘 2010-10-19  
5875 옥샘께~~ secret [1] 김유정 2010-10-21  
5874 옥쇔! secret [1] 김경철 2010-12-26  
5873 옥쌤~ secret [1] 수현 2011-01-05  
5872 8월 첫번재 계자에 참가하는 아이입니다. secret 성찬이엄마 2004-07-31 1
5871 옥샘~~ secret [1] 해달뫼 2004-12-29 1
5870 물꼬의 모든 선생님께... secret [1] 시끄러운 성빈이 2005-05-02 1
5869 평가글을 보냈는데, secret 수진-_- 2006-02-24 1
5868 생일노래 악보 구하고 싶습니다. secret [2] 조헌정 2008-03-13 1
5867 옥선생님. ^^ secret [2] 승아씨 2008-04-10 1
5866 [답글] 계절학교에대해... secret [1] 이지호 2008-07-09 1
5865 옥샘만 보세요 ^^* secret [2] 그렇게 2009-01-07 1
5864 옥샘 보세요! secret [4] 김유정 2009-03-28 1
5863 혹시나해서,,, secret [1] 윤지 2009-07-20 1
5862 옥쌤께 secret [5] 오인영 2009-11-21 1
5861 옥쌤!! 인영,세훈,세영맘입니다. secret [1] 조영주 2009-11-26 1
5860 옥샘! secret [1] 전경준 2009-11-28 1
5859 전화번호 secret [1] 이금주 2009-12-02 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