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2일 달날. 꽃샘추위. <메주 내리기>

 

고추장집 안쪽 내 방에는 메주가 걸려있다. 지난해 12월에 김장을 할 때 만들어 짚으로 엮어 건 것이다. 원래는 밖에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걸어야 하는데 대해리 겨울이 매섭다보니 얼지 않게 안에 건 것이다.

 

겨울에는 메주가 썩는(어머니는 ‘발효’라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다.) 냄새 때문에 잠을 못 잤었는데, 이제는 한결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자 이제 봄이 왔으니 메주를 부엌 뒤란에 걸어야 한다.

 

메주를 천장에서 떼는 게 일이다. 짚으로 메주를 메어놓았는데, 그러다보니 풀 때 사방에 짚 부스러기가 휘날렸다.

 

‘아이고 내 이불...’

 

젊은할아버지께서 밑에서 잡아주시고, 내가 위에서 푼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젊은할아버지보다 키가 커졌다. 후.. 벌써 열다섯이다.

 

아이쿠. 메주 하나가 떨어졌다. 지난 겨울에 부실해보였던 메주다. ‘귀찮은데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지금에 일을 만들었다. 역시 할 때 제대로 해놔야 일이 덜 생긴다. (아. 물론 내 순발력으로 메주를 잘 잡아서 메주가 깨지지는 않았다.)

 

다 달았다. 이달 말에 된장을 담을 거다. 할머니도 도와주러 오신단다.

 

메주를 항아리에 넣고 물을 넣으면 한참 후, 항아리 안에 국물은 간장이 되고, 메주 덩이는 된장이 된다. 우리 요리에 꼭 들어가는 장들이다. 참 고맙다.

 

(열다섯 살 류옥하다)

 


이다정

2012.03.13 17:12:22
*.180.51.98

아 글에서 구수하고 부드러운 매주향이 나는듯하다^ ^하다 보고싶다

류옥하다

2012.03.14 08:00:19
*.155.246.149

저두 다정샘 보고싶어요!

여름 계자때 물꼬 꼭 오셔야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11066
5598 별학교 3주년 기념 토론회-대안교육 세밀화 그리기 그 첫 번째 file 성장학교 별 2005-05-10 2353
5597 왔다갑니다 ㅎㅎ image [1] 제주감귤 2021-02-05 2350
5596 애육원... 정무열 2001-03-28 2350
5595 잘 도착했습니다. [2] 정재훈 2022-06-26 2348
5594 [토론] 대안교육 연대는 필요하다 작은아해 2001-05-31 2347
5593 잘 도착했습니다! [1] 문정환 2021-08-14 2344
5592 시, '어떤 부름' 옥영경 2018-07-18 2344
5591 [시 읽는 아침] 셋 나눔의 희망 물꼬 2019-03-13 2343
5590 4월 빈들모임 강! 추! [1] 진주 2021-04-25 2337
5589 안녕하세요, 가입했습니다. [1] 김서연00 2021-05-17 2333
5588 큰뫼의 농사 이야기 9 (옥수수의 파종) 나령 빠 2004-04-01 2332
5587 글때문에 그러는 데요.. 정승렬 2001-03-12 2327
5586 잘 도착했습니다! [3] 진주 2017-06-26 2325
5585 여혐 남혐을 우려합니다 물꼬 2018-07-11 2320
5584 좋은 봄날, 6월 시잔치! [1] 연규 2016-06-21 2319
5583 옥샘! 이주욱입니다. [1] 대나무 2018-06-25 2309
5582 Tira-mi-su! [3] 진주 2021-05-31 2303
5581 영화<부에니비스타 소셜클럽> ... 김희정 2001-03-26 2302
5580 2018.4.29. 물꼬 imagefile [1] 류옥하다 2018-04-29 2301
5579 [펌] "교육수준 낮고 가난할수록 폭염에 따른 사망 위험 높다" 물꼬 2018-07-21 22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