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캔 고구마,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고구마 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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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골에서 텃밭 농사도 돕고, 산나물도 채취하며 사는 열네 살 홈스쿨러다. 나는 여기서 하루의 반은 공부를 하고, 하루의 반은 농사일(물론 농사일도 공부라고 생각한다)을 한다.

 

오늘(13일)은 지난 봄에 심은 고구마를 캐러 가는 날. 텃밭에 가니 고구마 줄기와 풀이 뒤엉켜있다. 텃밭에 풀이 너무 많아서 고구마 줄기들에게 미안하다. 일단 고구마 줄기를 낫으로 벤다. 그 다음 줄기에서 잎을 분리한다.

 

고구마는 버릴 것 없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나눠준다고 생각한다. 잎과 큰 줄기는 효소로 만들어 먹고, 작은 줄기는 김치를 담그거나 나물로 해먹는다. 또 뿌리인 고구마도 먹을 수 있다. 특히 고구마 줄기 김치는 별미 중의 별미다. 우리집은 작년에 배추 값이 금값이었을 때 고구마 줄기 김치를 많이 담가 먹었다.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 이 집 저 집 퍼주고 나니 금세 바닥나기도 했다. 짭조름하게 맛있는 그 맛…. 올해는 많이 담가서 우리집 먹을 것도 넉넉하게 챙겨 놔야겠다.

 

본격적으로 고구마를 캐기 시작한다. 고구마 캐는 건 요령이 좀 필요하다, 사실 무슨 일이나 그렇지만.

 

흙을 고구마와 너무 가깝게 파면 고구마에 상처가 나 껍질이 다 벗겨진다. 고구마를 캐려고 호미로 땅을 찍으니, 갑자기 '퍽'소리가 난다. 자세히 보니 고구마가 반 토막이 나버렸다. 정성을 다해서 조심조심 파야한다.

 

"우와!"

 

제대로 고구마 캐는 법을 숙달하고나니 재미가 붙었다. 고구마 근처 땅을 파고, 줄기를 쑥 뽑으니 고구마가 줄줄이 나왔다. 하루종일 힘들게 캤다.

 

이제는 고구마를 숙성시켜야 한다. 물론 당장 먹을 수도 있지만 고구마를 약 1주일간 숙성시키면 녹말이 포도당으로 변하면서 당도가 높아진다. 어머니는 고구마를 캐느라 배가 고파진 나를 위해 고구마튀김을 만들어주셨다. 생고구마를 얇게 썬 후 밀가루를 붙여서 반죽에 담가서 튀겼다. 역시 엄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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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다 버리고 싶지?" "그러게…. 왜 이렇게 많아?"
ⓒ 류옥하다
고구마

 

그런데 일이 다 끝난 게 아니었다. 고구마 줄기 껍질을 까는 일이 남았다. 줄기를 데친 뒤 하나하나 껍질을 벗겨야 한다. 손톱이 아프다. 우리집에 찾아왔던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같이 한다.

 

"갖다 버리고 싶지?"

"그러게…. 왜 이렇게 많아?"

 

나물을 먹을 땐 좋은데 캐고 다듬는 게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수고에 비해 줄기 값이 너무 싼 것 같다.

 

고구마는 여러 가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농작물이다. 명절에 먹는 고구마튀김, 생일 때 먹는 고구마 케이크,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나눠먹는 고구마 강정, 점심에 시간이 없을 때 먹는 고구마 샌드위치….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군고구마'다. 우리집은 구들방인데 아궁이에 불을 땔 때 넣었다가 한참 후 불이 꺼질 즈음 고구마를 꺼내 먹으면…. 캬~!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구마를 캐고 나니 '이제 겨울 식량이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류옥하다 기자는 열네 살 학생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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