以心傳心의 눈
고재종
눈이 내린다. 날이 정글며 이윽고 하나 둘 밝혀대는 등
불, 그 빛으로 제 이름을 찾는 마을에도 저렇듯 고조곤히
눈은 내려서, 한 폭의 짙은 유화를 친다.
나는 이때쯤 외로 떨어진 주막에서 홀로 내장국에 소주
를 마신다. 하마 더욱 커진 눈망울로 저렇듯 푹푹 눈 내리
는 밖을 외양간의 황소처럼 바라보며.
이런 날은 윗길 아랫길 다 끊겨도 마음의 길은 하늘로
열리는가. 제 키의 고독을 기도로 바꾸는 갱변 미루나무의
저 오롯함이라니.
또 나는 하릴없이 슬퍼지는 게 시방 눈발 아래서도 지붕
없는 까치집이며 시방 눈 속을 상사말같이 뛰는 굴뚝각시
의 맨발 탓이다.
하지만 이런 날, 하염없는 날, 백열등 따순 어느 집에선
늙은 부처가 제 몸을 썩혀 들쿠레한 향기를 만드는 청국장
을 끓이리라. 마주 앉으리라.
눈은 내려서, 무장부장 내려서, 이 가난함이랑 외로움도
푹푹 젖어서, 나는 세상의 그리운 것들을 참 많이 헤아리
고 마음은 또 뜨거운 것으로 가득해지는 때.
이때쯤 광 속의 씨오쟁이에선 작은 씨들이 서로 옹송거
리며 몸 부빌 것도 생각다 보면, 저 눈발 속 이심전심 아
닌 건 하나도 없을 듯하다.
뒤란의 대처럼 그 축복의 무게로, 나도 그래 이 저녁은
고조곤히 휘며, 소주 한 잔 더 마시며, 혹여 먼뎃산의 길
잃은 은빛 여우의 울음도 들을 일이다.
그러했습니다. 산 오르는 날,
눈 내리는 가운데, 대열의 마지막을 선우지우와 걷던 눈길이며
마을로 내려와 인가와 외양간의 소와 그리고 눈 덮여 가는 들판을 보는 것이,
술과 이 詩 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번 계자에서 특별히 이렇다할 것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공동체식구들과 서른 남짓의 아이들과 그리고 품앗이, 새끼일꾼들과
그저 어느 하루를 살아가듯이 그리 보냈습니다.
한가지 기분좋은 일은 아이들과의 일상 외에,
산 오르는 날 멋진 풍경을 경험한 것입니다.
내려오던 중 싸리비로 내리다 이내 함박눈으로 쌓여
조금씩 덮여가고 젖어가던 산과 들과 그리고 사람의 마을.
물꼬라고 특별할 게 있을까요.
일상을 일상답게,
사람살이를 사람살이답게,
산과 들과 냇가를 두고,
불과 몇 십년 전 우리네 아버지어머니할아버지할머니들께서
사시던 강산을 살리며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더한 재미, 더욱 진한 감동 - 이 과연 보태고 더해져서 오는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마음을 좀더 순하고 엷게
흔들림이 적어질수록,
우리의 작고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점점이 퍼져 나가는 것이
웃음이 되고 눈물이 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이 겨울,
계자에 다녀왔음을 인사드립니다.
형길샘,,
말을 너무 어렵게 써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