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름
늙은 어머니가
마루에 서서
밥 먹자, 하신다
오늘은 그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를 푸른 벌레처럼 다 기어가고 싶다
막 푼 뜨거운 밥에서 피어오르는 긴 김 같은 말씀
원뢰(遠雷) 같은 부름
나는 기도를 올렸다,
모든 부름을 잃고 잊어도
이 하나는 저녁에 남겨달라고
옛 성 같은 어머니가
내딛는 소리로
밥 먹자, 하신다
(<먼 곳>(문태준/창비/2012) 가운데서)
밥 먹자 건네는 어머니의 음성이
오래되었으나 견고한, 먼 우레와도 같은 성주의 부름 같다.
성주를 위해 대원정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부름,
결코 거역할 수 없고, 우리를 존재케 하는 오직 복종해야 하는,
그러나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말 이의 부름.
나는 작고 연약한 푸른 벌레 한 마리,
어머니 말씀의 넓고 평평한 잎사귀로 다 기어가서 닿고 싶은,
어머니 말씀의 온기의 그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고
온 힘 다해서 이르고픈 밥상으로 가는.
나도 오늘 그 밥상 앞에 앉고 싶다.
울 엄마의 김 오르는 밥 한 술 뜨면
가뿐하게 병상을 차고 저 햇살 아래로 걸어나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