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6.달날. 살짝 흐린

조회 수 396 추천 수 0 2023.10.24 00:08:44


나흘 내내 난계축제 먹거리 장터에 손을 보태느라 고단이 밀렸고,

쉬엄쉬엄 하루를 보내다.

각 읍면 단위 새마을협의회 남녀 회장들이 꾸리는 식당이었더랬다.

 

오후에는 달골의 들깨를 벴다.

대엿새 뒤 털 때까지 말릴 것이다.

참깨처럼 베는 순간부터 바닥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들깨가 껍질 안에서 여물어 있는 거라

베 놓고 여러 날 말렸다 털기 전에야 천막을 깔아도 되는.

저게 사람 노릇하겠나 싶었더니 저리 장가도 가고 한다,

여린 한 목숨을 그리 말하듯

저게 들깨가 되겠나 했던 농사였다.

쑥쑥 크게 자라지는 못했지만 열매를 달았고,

넘들 들깨 턴다 바쁘다 하기 때가 되었나 보다 했던.

 

지난 13일 밤 10

올해 내는 책의 편집회의를 한 시간을 넘게 했다.

오늘에야 끼적여둔 회의 내용을 살핀다.

이번 책은 드디어 물꼬 이야기를 담기로 했던.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앞은 물꼬 교육, 그리고 뒤는 물꼬 사람들 이야기를 담으려던.

특히 물꼬 사람들 부분은,

그들의 아름다운 헌신은 물꼬를 꾸려온 힘이고,

그걸 가장 잘 아는 내가 그것을 기록하고 그들을 찬사해야 마땅하다 여겨왔던.

그리하여 세부적으로

물꼬 소개, 교육과정, 가치관(배경), 사람들, 계자 제목들(그것에 계자주제가 있으니)로 얼거리를 짰더랬다.

그러나 이것이 물꼬를 아는 사람, 거쳐 간 사람들에게는 그 역사가 중요하겠지만

과연 대중서가 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

그렇잖아도 물꼬의 특수를 어떻게 보편으로 담지해낼 것인지 고민이더니.

이제는 에세이(에피소드 중심)가 아니라 그야말로 교육 인문서를 내셔야지 않겠는가,

편집부의 강력한 의견이었다.

썼던 원고를 엎고 다시 써보기로 한다.

 

1부 교육의 기반과 바른 가치관: 교육 목적, 내용

2부 변화와 성장: 교육과정, 활동

3부 관계와 소통: 사람 노릇

4부 미래 교육과 희망: 교육은 희망이 있는가

 

아직 막연한데 대략 이런 그림이 되지 않을지.

이리 되니 이번 책에 넣기로 한 물꼬 풍경 삽화가 아무래도 책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들,

해서 철회키로.

지난 번 책에서부터 삽화를 그리겠노라는 화가분이 계셨는데

다음 작업으로 또 밀리게 되었을세.

호흡을 좀 가다듬고 다시 써보자.

아무래도 올해 책은 해를 넘기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96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1986
6495 6월 7일주, 우리 아이들이 한 일 옥영경 2004-06-11 1985
6494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84
6493 124 계자 이튿날, 2008. 1.14.달날. 꾸물꾸물 잠깐 눈방울 옥영경 2008-02-18 1982
6492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1982
6491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1979
6490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1979
6489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1978
6488 8월 23일, 류기락샘 출국 전날 옥영경 2004-08-25 1977
6487 39 계자 이틀째 1월 27일 불날 옥영경 2004-01-30 1977
6486 2009. 7.13.달날. 지난 밤 큰비 다녀가고, 두어 차례 더 옥영경 2009-07-30 1964
6485 124 계자 사흗날, 2008. 1.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2-18 1959
6484 122 계자 여는 날, 2007.12.30.해날. 눈 옥영경 2008-01-02 1950
6483 12월 2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950
6482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1950
6481 6월 15일, 야생 사슴과 우렁각시 옥영경 2004-06-20 1949
6480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1949
6479 아흔 다섯 번째 계자, 6월 25-27일 옥영경 2004-07-04 1947
6478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43
6477 6월 28일, 그럼 쉬고 옥영경 2004-07-04 194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