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3.흙날. 흐려지는 오후

조회 수 1205 추천 수 0 2007.11.13 10:36:00

2007.11. 3.흙날. 흐려지는 오후


대해리 미용실 문을 엽니다.
어째 올 해는 한 번도
마을 어르신들 머리는 손봐드릴 짬이 없었네요.
기껏 공동체 식구들 머리나 겨우 손질합니다.
바람이 좀 불어
늘 하는 창고 뒤란을 벗어나 교무실 앞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산뜻해진 젊은할아버지 머리입니다.

어제 나들이 가느라 못했던 손말을 하기로 합니다.
애들을 부를 것도 없지요,
예서 주말도 삐대니까.
시간, 참 무섭습니다.
곧잘들, 정말 말처럼들 손말을 합니다.
하다 보니 잘 하는 거지요.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잠시 난 짬,
기락샘과 간장집에서 지나간 사진들을 봅니다.
십년이 금방입니다.
96년 생태와 공동체와 교육을 주제로 했던 3개월의 세미나에서
같이 열심히 공부를 했고(물꼬사회교육원 1기였지요),
물꼬의 품앗이일꾼으로 성실한 자원봉사자였던 그랑
혼례를 올리고 아이 낳아 기른 지 십년입니다.
아, 서울에서 도시공동체를 실험하던 연남리에
기락샘이 이사를 들어오기도 했었네요.
영동으로 삶터를 옮기고,
겨우 말을 텄던 아이 손을 잡고
일곱 개 나라 공동체와 학교들을 둘러보고 돌아와,
십년 뒤 세운다던 약속대로 상설학교 문을 열고,
다시 네 해가 흘렀습니다.
그 사이 그는
시카고에서 박사과정을 끝내고 돌아왔지요.
잘도 흘렀던 날들입니다.
지나고 나면 다 쉽지요.
지금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고구마를 쪄서 썰어 넙니다.
고구마 빼때기입니다.
고추를 내다 널며 볕이 아까워라시던 어머니,
이맘 때 꼭 더 생각키지요.
그런데 겨울 오기 전, 그러니까 쟁여넣을 것도 없이
이미 이것들은 광주리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펴놓은 광주리를 지나며
아이고 어른이고 오다 가다 하나씩 집어먹을 테니까요.

오후엔 오랜만에 수영을 갔습니다.
종관샘이 아이들을 붙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물꼬 논두렁(후원회원)인 림부장님께도 오랜만에 인사드렸네요.
늘처럼 우리 지은 농산물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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