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2.달날. 맑음

조회 수 1323 추천 수 0 2007.11.21 18:31:00

2007.11.12.달날. 맑음


찬 아침에 하는 걸레질은 만만찮지요.
한 주를 시작하는 ‘첫만남’입니다.
그런데 한 녀석이 징징댑니다.
늦게 잔 잠에 고단이 묻어있었거나
다른 이와 다투었거나
뭔가 불편한 일이 있거나
겨울 들머리 아침 문을 다 열어놓고 하는 비질에
힘이 들 수도 있었을 테지요.
그런데 아이들과 지내면 어느 때쯤
다음 단계를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유치원에서 초등생으로 넘어갔을 때,
혹은 초등생이어도 어느 정도의 유치원적 행위를 받아주다가
이제는 네 나이를 찾아야지 하는 식의.
너 몇 학년인데 어쩌구 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늘만 해도 그 아이에게,
아마도 그 아이를 만난 3년 간 거의 없었던
(이번 학기에만 꼭 두 번째였네요),
요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태와는 달리 우는 소리에 달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거지요,
네가 지금 몇 살인데 하며.
헌데, 한편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일이
잔인하기도 합니다.
기준이 무엇이더란 말입니까.
나이 마흔에 자기 생을 후려치며 새로이 변하는 이도 있고,
나이 스물에야 말귀를 알아듣는 이도 있으며
평생 철딱서니 없이 살다 가는 이도 있지요.
다, 다, 자기가 못 견디는 거지요.
‘그’를 보는 ‘나’ 말입니다,
아이들을 보는 우리들 말입니다.
교육, 어쩌면 기다리는 일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순간 ‘자기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시기’를.
무엇 때문에 급하겠는지요...

아이들과 ‘우리말글’에서 전 학년 교과서를 훑어나가고 있습니다.
교과서를 잘 쓰고 있는 거지요.
단지 특정 학년에 끼워 맞춰진 대로가 아니라
우리 식으로 취할 것 버릴 것 가려가며.
물론 아침마다 장편동화는 여전히 읽어나가고 있답니다.
오후에 아이들은 마늘을 깠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맡겨진 일입니다.
그들이 하는 김장 준비이지요.
한동안은 잘기도 잔 우리 밭에서 난 마늘이랑
씨름 씨름하겠니이다.


영동생명평화모임.
정봉수, 이영현, 최아선, 손석구, 성백일, 옥영경이 함께 했습니다.
농부들은 한 판 가을걷이를 끝내고 책에 묻혀 사는 생활을 전했고,
거창에서 작은 마을을 만들어보려는 소식도 들었고,
공동체인력을 배출할(물론 그게 전부가 아닐) 생명평화아쉬람 이야기도 지나갔고,
새로 함께 한 이의 살아온 세월도 들었습니다.
자연히 이야기는 ‘공동체’에 서성여
책보다 공동체에 대해 서로가 하는 생각들을 쏟게 되었네요.
새로운 이를 통해 결국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
모임을 돌아보는 자리가 되고 있었지요.
“그 어렵다는, 예, 바로 그 공동체를 어찌 해보겠다고
대해리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새 얼굴에게 소개가 그리 되데요.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갈무리를 하고 일어섰는데
모임의 젊은 피(?)들이 손석구님 댁에 2차 모임을 갔습니다,
맛난 효소가 있다 하기.
이제 우리 모임이 좀 더 일상에 근접해야지 않을까 하는
고민들을 모아봤습니다.
12월 한 해 결산모임에서 새해 방향이 가늠되겠지요.
고마운 일입니다,
이 천지간에 생각의 결이 닮은 이들이 만난다는 것.
“겨울 들머리,
바람 찹니다.
뚜벅뚜벅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소서.”
넷째 번 달날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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