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9.흙날. 갬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12.06.12 10:35:34

 

 

보름 가까이 독일·스웨덴 길에 오르기 위해 막 물꼬를 나섰는데,

선재네 온 가족이 다녀갔다는 기별이 옵니다.

지난해 봄 학기 내내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7학년 아이들 모두가 이동학교로 물꼬에서 보냈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아이 선재는

그 가운데 누구보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던 친구였더랬답니다.

마침 그네의 선산이 황간의 광평입니다.

해서 광평농장 조정환샘과도 서로 인사가 있었던 참이지요.

고향 갈 때 꼭 들릴 게요.”

그랬고, 그리 했던 거지요.

류옥하다가 맞고, 잘들 가셨다 전해왔답니다.

 

이른 아침부터 최대한 교무실 일을 해두고,

이생진 선생님 걸음 하시는 시와 음악의 산골 밤일도 또 두루 알렸습니다,

산골 마을에 그저 가벼운 걸음하시라 하였으나

귀한 당신의 일을 더 정성스럽게 하고파.

올 상반기 주에 한 차례 보내고 있는 글도 미리 보내놓았지요,

지난 3월 한 달여의 천산원정에 견주면 인터넷 사정이 좋을 것이나

그래도 상황이 어떨지 모르니.

다녀와 바로 빈들모임이 있어

어느 때보다 학교를 비우는 일이 마음이 쓰입니다.

어떻게 해... 가방도 못 쌌는데...”

가기 전 읽고 가야할 것들도 있었건만 한 줄을 못보고 가방 속에 넣었지요.

그나마 2주라 짐이 가벼워 후루룩 가방을 쌀 수 있었습니다.

어미가 독일과 스웨덴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류옥하다도 그 사이 남도의 한 곳에 손발 보태며 한 주를 보낼 거라

바리바리 반찬들을 쌉니다.

나가는 버스에서 면소재지 내려 택배로 보내놓을 참이라지요.

 

얼마 전 아이랑 같이

<바다엔 악어가 살지>(파비오 제다/마시멜로/2012/)를 읽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소망을 한 뼘 더 높은 곳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그건 늘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삶일 거야.”(본문 가운데)

아프카니스탄에 사는 열 살 아이가 아버지가 남긴 빚으로 인해 탈레반에 팔려가게 되자

어머니가 그를 홀로 탈출시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학대와 착취, 핍박과 폭력 속에 목숨을 건 긴 여행이 7년여 이어지지요.

이 소년이 우리를 가장 감동시킨 대목은

그가 보여준 보상을 바라지 않는 따뜻한 마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란에서 터키로 이동하는 트럭 밑 공간에

밀입국자들 50여 명이 물병 하나로 버티며 며칠을 갑니다.

그때 어떤 아이가 손톱을 뺄 때나 낼 법한 소리를 지르며 물을 찾고 있었지요.

주인공 에나이아트는 어둠 속에 여기저기 물을 얻으러 다니다

결국은 물이 남아있는 다른 아이의 것을 빼앗아 그 아이에게 건넵니다.

이 일로 인해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주 조금이기는 하지만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아이는 스스로 인간임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사람이 그런 상황조차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어떻게 이는 걸까요?

왜 우리 안에는 남을 돕고자하는 마음이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마음이 궁극적으로 이 파편화된 지구 위의 삶에서

여전히 인간이 인간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생각은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궁리/2007)에 이르렀지요.

혈연선택의 매커니즘을 최초로 설명한 윌리엄 해밀턴에 의하면

남을 돕는 것이 개체수준에서 보면 손해 보는 일이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도움이라는 겁니다.

유전자가 우리로 하여금 남을 돕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전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개체는?

로버트 트리브즈는 이것을 상호호혜로 얘기했는데,

내가 남은 돕는 것은 그가 나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십여 년 전 세상을 떠난 하버드대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지구의 역사를 기록 영화로 만들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만들기로 했을 때

맨 마지막 장면에 인간이 주인공으로 다시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자문하며

단호하게 0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삶은 우연한 것이라지요.

우리는 어쩌다 우연히 태어난 존재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지구의 역사를 하루로 본다면 태어난 지 몇 초밖에 안 되는 동물’.

게다가 몇 초 만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많은 생물학자들의 생각.

, 그럼 우리 이제 뭘 하지요?

지구의 역사의 생명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하고,

그렇게 자연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알고 배우다 보면

우리 자신을 더 사랑하고 다른 존재들도 그러게 될 거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밖에 없는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지혜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이 시대 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물으며 연대하는 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좋은 연 맺고 돌아오겠습니다.

21일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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