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눈 날리고 바람 붑니다.

재작년 새해 벽두 곧 계자인데 그만 뒤란 화목보일러가 얼어 터져

밤을 새워가며 고치고 여러 날 아궁이 앞에서 씨름하던 기억은

겨울 앞에 우리를 더욱 긴장케 하였지요.

불을 때지 않아도 강제로 물을 순환시켜 얼지 않도록 했는데,

그땐 어찌나 날이 혹독했던지 그마저도 소용이 없어

마을의 여러 곳이 그랬더랍니다.

하물며 북쪽으로 노출된, 볕들지 못하는 바람 쌩쌩한 뒤란인 바에야...

하여 영하 5도만 내려가면 자기 전과 이른 새벽 불을 때주고 있지요.

그러니 땔감이 또 그만큼 많이 필요한.

올해는 뒤란 언덕 아래 태풍에 쓰러졌던 나무들을 끌어와 요긴하게 쓰고 있군요.

소사아저씨가 여러 날 움직이고 계십니다.


몇 해 합류하고 싶은 수행모임이 있었고,

너무 먼 거리로, 혹은 안내하는 측에서 새로운 구성원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아

자료만 얻거나 소식만 더디게 주고받다가

오랜 기다림 끝에 그예 지난 봄 함께 하게 되었는데,

인연을 맺었던 때로부터 여러 해더란 말이지요.

오늘은 각 지역에서 수행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있어 동행했더랍니다.

“제가 ○○○입니다.”

“아...”

자료를 챙기며 수 년 목소리로 인사만 오가던 분을 드디어 뵙고

눈시울이 다 붉어졌던.

간절한 마음들은 그렇게 닿습니다.

그래서 때로 시간은 인간의 삶 위에 무색합니다.

가끔 많은 사랑이 어긋지기도 하지만

사랑은 그 결이 질기기도 하여 언젠가 우리를 한 자리에 앉게도 하는 듯.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 그리고 잃어버리지 않는 것.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 연은 또 이어질지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76 2015. 9.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5-10-07 647
1775 2015. 6.21.해날. 소나기 한 줄기 옥영경 2015-07-23 647
1774 2015. 6. 2.불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47
1773 2015. 5.11.달날. 흐릿한 하늘, 저녁, 먼 태풍, 그리고 비 옥영경 2015-06-25 647
1772 2015. 4.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5-30 647
1771 2015. 4. 7.불날. 비 옥영경 2015-05-07 647
1770 2015. 4. 5.해날. 부슬비 옥영경 2015-04-29 647
1769 2015. 1.11.해날. 맑음 옥영경 2015-01-30 647
1768 2014. 9.17.물날. 비 잠깐의 아침, 그리고 흐림 옥영경 2014-10-15 647
1767 2014. 5. 6.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47
1766 2014. 4.23.물날. 맑음 옥영경 2014-05-23 647
1765 2015. 5. 8.쇠날. 조금 어두워진 오후 / 11학년 소풍 옥영경 2015-06-24 646
1764 2015. 4.16.나무날. 거친 모래 바람 옥영경 2015-05-13 646
1763 2015. 2.10.불날. 맑음 옥영경 2015-03-11 646
1762 2014. 4.24.나무날. 흐려간 오후, 그리고 몇 방울의 비 옥영경 2014-05-23 646
1761 2014. 4.14.달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46
1760 2015. 8.27.나무날. 소나기 옥영경 2015-09-18 645
1759 2015. 7. 4.흙날. 가끔 구름 옥영경 2015-07-30 645
1758 2015. 4.24.쇠날. 구름도 가끔 섞인 맑은 옥영경 2015-05-30 645
1757 2017.10.30.달날. 춥고 흐린 / 첫얼음! 옥영경 2018-01-05 64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