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30.나무날. 맑음

조회 수 262 추천 수 0 2023.12.12 11:09:25


겨울90일수행 중.

책도 더 가까운 시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마이클 셀런버거/부키/2021)

두 번 화나게 한다.

그간 환경론자들의 말에 우리가 놀아났단 말인가 싶어서 분노하고,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해 지나치게 편중돼

사실을 교묘하게 또 예의 없게 다루는 저자에 나중에는 기만당했다는 생각에 더 큰 분노를 하는.

과학서(데이카가 있는)라기보다 우리들이 밥상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목소리 높이는 것 같은.

자연이냐 번영이냐의 선택문제이기보다

성장에 어떤 문제를 앞에 두어야 하는가의 문제.

생활이 너무나 열악한 곳에서는 경제를 앞세워야 할 게고,

일정 정도의 경제성장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생태파괴를 가져오기 전 균형을 잡아야 할 테지.

문제는 늘 지나쳐서 오는 거니까.

저자는 환경종말론 못지않게 기술만능에 치우쳤달까.

불확실성이 크다비과학적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환경주의자들이 말하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말을 비과학적이라는 말과 혼용한다. 심지어 왜곡한다.

책이 도대체 어떤 말들을 하고 있길래?

책을 먼저 따라가 보면,

 

2050 거주불능 지구, 그런 거 없다.

나사 기후학자에 따르면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모든 이야기는 헛소리란다.

정작 고래를 구한 건 기술과 경제 발전, 바로 자본주의였단다.

유전개발로 나온 등유가 고래기름을 몰아냈고, 식물성 기름이 고래기름을 대체해서

바다거북과 코끼리를 살린 것도 플라스틱 발명으로 거북껍질과 상아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천연소재를 사용하자는 환경주의자들과 달리

자연을 시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그것이 분해될 때까지 너무 많이 걸리는 건?)

가난한 나라는 쓰레기 문제보다 상하수도 홍수 에너지 관리 기반 시설이 더 급하다고.

(그걸 부인하는 이는 없다. 다만 다른 문제가 동시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면도 없잖기는 할 것이다.)

산업혁명은 석탄의 에너지 밀도가 나무보다 훨씬 높아서 가능했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로는

오늘날 고에너지 도시 산업사회와 문명을 지탱할 수 없다.

환경주의자와 선진국이 자신들은 화석연료로 부유해져 자동차 비행기 인공조명 난방으로 풍족히 살면서

나무와 숲을 주된 연료를 쓰는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비효율적인 신재생 에너지를 강요하며 수력 화력발전을 못하게 막고 있다

환경보호의 탈을 쓴 새로운 식민주의라는 거다.

그러면서 저자는 환경휴머니즘을 내세운다.

그것이 인류번영과 환경보호를 함께 달성하는 거라고.

기후변화, 산림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들은

탐욕과 오만의 결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발전과정의 부작용일 뿐이고,

그것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결국 원자력 지상주의자인 저자를 마주하게 된다.

 

이제 책을 나와서 보자.

기후위기 문제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문제이다. 결코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이 자연과 번영을 동시에 원하는 건 맞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많은 문제를 겪고, 회복했고, 적응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보다 발전이 더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굶어죽는 사람에게 기후변화의 위기가 들릴 수는 없다. 당연히 배부터 채워야 한다.)

보편적 풍요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쓰는 게 문제.

에너지가 바닥이 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바닥나는 게 문제 아닌가.

회복불가능하니까 혹은 회복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농업생산성이 문제가 아니라

장 지글러가 일찍이 알려주었듯이(‘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이미 인류가 배곯을 일 없을 정도의 농업생산물이 있지만

세계곡물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멀쩡한 곡물을 태운다는 시카고 곡물거래소가 문제이고,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만든 옷을 입자는 주장이 나쁜 게 아니라

의류산업에서 나온 지나친 폐기량이 더 문제 아닌가.

고래사냥이 줄어든 것만 해도 그린피스의 공로는 분명 컸다!

지구자원 한계가 있다, 인구 증가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조절해야 한다는 맬서스주의냐,

아니면

기술이 사회적 필요를 메우고 무한경제성장하고 인구 늘면 새로운 기술로 해결된다는 기술만능주의 하는,

오래 씨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문제가 생기고 부정성 저절로 해결? 그런 건 없다!

맹목적으로 기술을 반대할 것도 아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

되돌리기에 너무 먼 길을 달려야 하거나 그야말로 종말적인 상황을 만들면

정작 그 피해를 입는 쪽은 없는이들.

번영이 가져오는 결과들의 폐해를 고스란히 가난한 나라들이 떠안아야 하지 않던가.

기후변화는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더 불공평한 영향을 미치니까.

그래서 오직 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

그 치명적 위험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이미 보여주지 않았나.

원자력이 문제인 건 그 위험이 치명적이기 때문이고,

초기 건설비용과 수명을 다한 뒤에 드는 폐기비용 역시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리고 방사성 폐기물 처분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은?

저자는 자기편만 인류를 사랑하는 줄 안다.

그러나 고뇌하는 과학자들 환경주의자들 또한 없잖다.

 

이 책의 성과라면,

환경운동이 해소할 길 없는 불안을 퍼뜨렸다거나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념을 유포했다거나

실재하는 증거를 호도하거나 부정했다거나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혹은 제1세계가 이익을 취하는 방향으로 간 면이 적잖았고,

또 마치 환경주의자가 되는 게 진보주의자 또는 휴머니스트이거나 엘리트로 등치되는 것을 환기시켜준 면이 있었겠다

계급적으로 중상위층이 되는 것도.

더 큰 성과는,

기술만능주의로든 환경주의로든 그 방향에 대해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했다는 것.

자연과 번영의 균형을 더 생각해보게 했다는 것.

자기주장의 설득을 위해 그것에 맞는 자료만을 쏙 빼서 혹은 왜곡하는 발언은 당연 믿을 수 없다는 것.

나는 성장의 단맛을 누리고 너는 환경을 지키라는 윤리선을 고민하게는 한다는 것,

다른 의견을 말할 때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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