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쌀과 보리

조회 수 2231 추천 수 0 2004.06.20 01:58:00
학교 울타리 너머
호두나무 감나무 밭둑에 선, 우리들 밭이 있지요.
옥수수도 심고 콩도 심고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둔,
아, 다음 계단밭엔 고추도 심어둔.
그 한가운데 거름더미 있습니다.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 가끔 그 거름더미를 헤집지요.
밭 맬 때 아니어도
자전거 끌고 나간 아이들이 자주 그곳에 에둘러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어미가 낳은 새끼 두 마리가 얘깃거리였지요.
이제 더는 어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저러다 새끼들 죽겠다고.
그러다 지들끼리 새끼들을 데려온 게 그제였지요.
집을 만들고 이불을 챙기고.
성학이는 새끼 먹을 우유값을 자기가 내겠다 했습니다.
쌀과 보리라고 불렀지요.
아이들은 고양이를 데리고 학교 구석구석 안내도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룻밤을 넘기며 움직이질 않았지요.
아침 일찍 어른들 아침모임이 끝나고
용주샘이랑 아이들은 고양이를 묻어주러 갔습니다.
우리가 데려온 게 옳았을까,
그들 삶을 방해한 건 아닐까,
어쨌든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입을 모았지요.
우리들이 돌 하나도 삶 터를 옮기는 데에
이번 경험은 좋은 지침을 낳았겠다 싶더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76 39 계자 사흘째 1월 28일 옥영경 2004-01-30 1703
6575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1930
6574 39 계자 닷새째 1월 30일 옥영경 2004-02-01 1956
6573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24
6572 물꼬 홈페이지를 위해 오셨던 분들 옥영경 2004-02-02 1531
6571 39 계자 이레째 2월 1일 옥영경 2004-02-02 1723
6570 39 계자 여드레째 2월 2일 옥영경 2004-02-03 1731
6569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1943
6568 39 계자 열흘째 2월 4일 옥영경 2004-02-05 1794
6567 계자 39 열 하루째 2월 5일 옥영경 2004-02-07 1737
6566 계자 39 열 이틀째 2월 6일 옥영경 2004-02-07 1679
6565 39 계자 열 사흘째 2월 7일 옥영경 2004-02-08 1680
6564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045
6563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1981
6562 39 계자 마지막 날 2월 9일 옥영경 2004-02-12 1642
6561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31
6560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152
6559 가족 들살이 하다 옥영경 2004-02-20 1768
6558 품앗이 여은주샘 옥영경 2004-02-20 1987
6557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1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