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21.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11.05.02 10:39:03

 

이른 아침 해건지기를 통해 우리는

날마다 몸 수련과 마음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 먼저 해건지기를 했는데 옥샘이 하신 말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사람의 마음속에는 밭이 있는데, 그 밭에서는 사랑, 행복, 기쁨, 긍정이라는 것과 슬픔, 짜증, 분노, 미움 등의 식물이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것에 내가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할지는 나에게 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즐겁게 살자라고 하셨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도 이왕이면 100일학교를 긍정적으로 즐겁게 보내자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은 뭔가 중요한 교훈을 얻은 듯한 하루였다.‘

(여해의 날적이에서)

 

해건지기 둘째마당은 볕을 쪼이며 마당걷기.

그때 소사아저씨는 벼를 찧고 계셨습니다.

달에 한 차례 찧던 방아를

아이들 오니 닷새마다 찧고 계시지요.

무지막지하게 먹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일을 많이 해서 그렇다는 아이들의 주장,

글쎄요...

처음 본다는 도정기 구경에들 재미났더랍니다.

 

오전은 두 가지 일을 놓고 나누어 움직였습니다.

한패는 표고장에서 간장집 뒤란 새 표고장으로

표고목을 수레로 옮겼습니다.

수레를 타고 노는 재미도 쏠쏠했다지요.

다른 패는 부추밭을 맸습니다.

부추가 온전하려나, 적이 걱정 없지 않았지만

망가지는 건 배움값으로 치려지요.

하은이는 잡초에서 떤 흙으로

빈대떡도 굽고 쿠키도 만들고 케잌도 빚었으며

광대나물이랑도 놀고 꽃 가지고 반지도 만듭니다.

“풀 하나 뽑는데 10분이네...”

할머니가 된 것처럼 다리와 허리가 몹시도 아팠더랍니다.

그 곁에서 다운이는 시골 아낙처럼 열심히 호미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패에서 지루해지거나 힘이 들거나 혹은 다른 패가 궁금하면

서로 옮겨 다니기도 하였지요.

 

새참으로 서울서 보내왔던 쭈쭈바(?)를 냈습니다.

그런데, 봉지에 든 채 냉장고 문 쪽으로 있던 것이라

아직 단단히 얼어있지 않아

몇 개는 아주 주스였다고 몹시 아쉬워들 하였지요.

그때 방문자들이 있었습니다.

황간의 월류봉 아래서 퇴직 후 민박을 하는 허정범님과 전동춘님,

귀농자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분들로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계시지요.

차 한 잔들 나누고 떠나셨습니다.

 

“무지개다!”

무지개가 떴습니다.

밥상을 준비하는 모둠이 들어와 부엌을 바삐 오갈 적

바깥에서 막 일을 마친 아이들이 소리쳤습니다.

“어디, 어디, 어디?”

목을 뺐지요.

남쪽 하늘에 길게 화려하게 걸쳐진 무지개로

우리 맘도 그리 울긋불긋하였더랍니다.

이 산골이 주는 선물들이 앞으로도 또 얼마나 많을지요.

 

점심이 푸졌습니다.

한국화 샘이 오시는 날입니다. 밥공양에 애씁니다;

비지찌개에 김치전, 부추겉절이, 마늘장아찌, 그리고 떡볶이와 고구마샐러드.

곧 아이들은 화선지를 놓고

지금 피고 지고 있는 매화와 이곳에서 보게 될 포도를 그렸습니다.

그림 못 그린다 생각해왔다던 선재,

그려놓은 그림 앞에 퍽 흡족한 표정이었지요.

미죽샘 가실 적 아이들이 만들었던 두부와 비지를 나누었습니다.

 

오후의 짜투리 시간엔

감자밭과 쪽파밭에 거름을 뿌렸습니다.

발효가 된 거름은 뜻뜻하였습니다.

‘거름이 따듯해서 포근한 집이 생각났다’는 승기였고,

‘따듯해서 찝찝하더라’는 여해였으며

‘더러웠는데, 자꾸 하니 더럽게 느껴지지 않더라’는 준이었지요.

 

저녁, ‘물꼬가 들려주는 이야기’ 있었습니다.

1. 왜 일을 하는가?

이 시대 공부라는 것이 머리만 키운다.

그래서 건강하게 키우려고,

그리고 먹고 사는 것 알려고 일한다.

일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닥칠 어려움에 대처할 방법을 몸으로 일러준다.

2. 어떻게 말할 것인가.

교육이 무엇인가. 사람노릇하고 살자는 것 아닌가.

“너, 싫어.”

그런 말법이 정말 자유로운 것인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한 것이 타인을 상처 입히는 것이라면

그 말법을 다듬어야지 않겠는가.

같이 일할 때도 “안 해.”라기보다

“하기 싫었어. 이해해줘. 같이 못해서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잖겠는가.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3. 같이 하고픈 사람이 되자

세상만사 마음 먹기 나름이다.

같이 하고 싶고, 보면 즐거운 사람이 되면 서로 행복하지 않겠는가.

서랍에 부엌칼 하나 넣으면서도 툭 던져 넣고,

하기 싫은 표정으로 툴툴거리고 싫은 낯빛이 역력하고,

누군들 그런 사람이랑 같이 일하고 싶겠는가.

4. 기꺼운 순종

옳은 일, 진리가 있다.

그것을 선택하는 건 나다.

지나간 일 지나갔으나 앞으로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

옳은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거부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옳은 일을 가르칠 때 기꺼이 순종할 줄도 알자.

 

그리고 ‘부엌안내’가 있었습니다.

1. 먹는 태도

밥은 하는 자의 솜씨이기도 하지만 먹는 자의 태도와 자세이다.

짜면 물 넣고, 싱거우면 국간장을 넣으면 될 일이다.

‘무식한 울어머니’ 그러셨다, 맛 그것도 다 세치 혀끝이라고.

한편, 하는 자의 정성 또한 왜 중요치 않겠는가.

2. 재료 쓰는 법

가까이서 구할 수 있는 것들 많은데 장을 보는 것에 너무 익숙하진 않은가.

그리고, 형편대로 살기.

3. 설거지법과 뒷정리하는 법

그릇을 기름기에 따라 분류하고 세제 적게 쓰기.

씻은 그릇 바구니에서 배식대로 옮겨 엎기.

싱크대 물기 닦고 행주 반듯하게 널기,

음식물 찌꺼기 거름통에 버리고 수세미정리.

마지막으로 대걸레로 바닥 닦기.

 

아이들이 밥을 하고 청소를 하며

그간 별 생각 없이 스쳤던 일상적인 일에 대해

오가는 생각들이 많은 모양입디다.

그런 게 눈에 보이는 게지요.

‘매일 매일 밥하는 엄마 고맙다.

열심히 배워서 집에 가서 할 거다.’

강유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닐 겁니다.

아이들이 생활을 익혀가는 과정을 보며

기특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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