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의 ‘조용한 일’

 

 

대보름입니다.

달집 태우는 일이 사라진지는 오래이나

아쉬워 마을회관에선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합니다.

소사아저씨는 회관에 기웃거리다 앞집 할머니댁 들러

건너온 할머니들과 한참 이야기가 재밌었다지요.

가마솥방 창문 쪽 물이 얼어 조금 걱정을 일게 하더니

오늘 그예 나왔다는 소식도 전해왔습니다.

 

대해리를 나온 지 며칠,

덕소에서 성빈이와 혜준이네를 만났고,

이튿날엔 홍대 들머리에서 품앗이샘들과 콘서트에 있었고,

어제는 발해 1300호 14주기 추모제가 있었고,

그리고 내일은 인천에서 특강이 있고,

모레는 홍천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오늘은 징검다리 하루.

20대 초반 선배들을 좇아다녔던 기운으로 늦도록 자리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배가 탈났고, 앓고 있던 어깨도 심해져 종일 뒹굴었지요.

주에 한 차례 쓰고 있는 칼럼이 오늘 마감이라

겨우 일어나 앉아 툭탁툭탁 써서 보냈더랍니다.

 

류옥하다 선수는 오늘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라이브러리 & 리브로’>.

8,000부 가량 발행하는,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읽는 서평지로

발행인으로부터 온 의뢰였지요.

33호째 발간했다 합니다.

<15세 하다의 책끼읽끼>라는 고정 칼럼을 만들고 싶다고,

우리 고유 얼을 다룬 책 책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써주면 좋겠다고,

원고 분량과 고료와 연락처들이 함께 왔지요.

오마이뉴스에 간간이 글을 싣더니 더러 읽는 사람이 있었던가 봅니다.

당장 쓰겠다는 저(아이)였지요.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는 아이에게 그저 하라고 하는 한 가지가 글쓰기.

일이야 당연히 하고 사는 거고.

어미로서 아이 교육에 늘 무심하다 싶으니 이런 일로도 위로를 받네요.

무엇보다 주제가 퍽 좋습니다.

얼을 잃은 지 오래인 땅이 아닌가 한탄하는 시절을 건너가고 있으니

아이에게도 좋은 공부가 될 시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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