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27.달날. 맑음

조회 수 1028 추천 수 0 2008.11.04 07:26:00

2008.10.27.달날. 맑음


또 다른 이웃에서 무가 또 왔습니다.
무를 거두셨다며 아직 잔 우리 무를 걱정하시며
맛보라 나눠주신 것입니다.
멀리 양양의 무운샘이 그동안 자주 들려주시던 팔점서법을
드디어 연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잊지 않고 물꼬 홈페이지에도 올려주셨지요.
나눔,
물꼬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요...

달날 첫수업은 영어입니다.
아침 두 시간은 외국인 선생과 보내지요,
대학생들 틈에서.
오후의 영어는 엄마가 선생입니다.
그런데 영어시간마다 아이는 눈 때록때록 한데
정작 선생은 좁니다.
아이는 자꾸 묻고
엄마는 엉겹결에 대답을 하고
그러다 화들짝 놀라며 정신차려 확인해주고...

저녁엔 영화 한편을 봅니다.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
‘청춘의 조난 신호
행복은 자꾸만 비싸지는데... 우리도 꿈을 살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카피는 그러하였더랬습니다.
젊은 연인들에게 삶은 지독합니다,
현실은 참혹합니다.
게다 감독조차 결코 그들에게 관용적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감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서민적인 감수성과 리얼한 묘사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로 이만큼의 감흥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평범하고 흔한’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소재의 확대’를 이야기하는 이상한 풍토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노동석 감독은 청춘영화에서 의례 등장하는 ‘스타’가 등장하는 순간 현실의 청춘을 지나치게 과장하게 된다는 생각에 주변부로 점점 떠밀려갈 수밖에 없는 청춘을 주변 인물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진실감으로 가득 찬 연기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되었다.”
평단의 누군가가 그리 쓰고 있었지요.
다른 누구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식과 내용의 일치를 넘어서서 형식과 소망을 하나로 만드는 마음의 영화’.
이 작품의 제작일지를 먼저 읽으며
예술영화전용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그토록 보고 싶어 했으나
산골을 빠져나가 그거 한 편 보기가 어려웠던 2004년 말이었습니다.
뭐, 당연하겠지만, 팔리기 쉽잖은 영화였지요.
전국 만 명 동원이 목표하고 했다던데,
목표는 달성했을까요?
글쎄...
사람들은 현실을 보려고 극장에 가지 않는다지요.
현실도 불편한데 그 불편함을 더하러 돈까지 내며 가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너무 현실같이 그려 팔리지 않았던 TV 드라마들이 있었지요.
가난과 카드빚에 쪼들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남녀 이야기라니
대번에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 총 제작비는 3000만원, 감독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 명의 스텝이 4개월 동안 주말에만 모여 마티즈 승용차 한 대를 타고 친구집과 거리, 승용차 안에서 이 영화를 완성했다 합니다. 여섯 명의 스탭 중 두 명은 병석과 재경 역을 맡은 주연들로 두 사람은 각자 실명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촬영분이 아닐 때에는 연출부로 카메라 뒤에 섰던 거지요.)
여주인공이자 스텝이 쓴 촬영일지의 마지막은 그런 거였습니다.
엔딩 장면. 그냥 울면 되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다.
시간은 가고 테이크는 점점 늘어나고 스텝들은 지쳐가고...
계속 되는 촬동 도중에 갑자기 감독님이 내게 “고맙다, 괭했다”란 말을 하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자주 삶은 더 영화적입니다.
마음이 먹먹해졌더랬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영화,
그런데, 이 영화 좀 보셔요,
얼마나 따스한지요.
사람들이 소중해지는 영화입니다.
그래도 착한 그들이 희망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리 묘사됩니다.
‘수십억의 제작비가 든 영화들이 결코 보여주지 않았던 삶의 스펙터클 무비’.
꼭 봐야지 했는데,
아이가 커서 이제 이런 영화를 같이 봅니다.
우리는 삶을, 현실을,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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