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하는 날.

사전투표를 했고, 오늘은 다른 데 쓰기로 했던.

 

곡성군 북쪽에 자리 잡은 동악산 오르다.

곡성사람이 과거 급제를 하면 산이 아름다운 풍악을 울렸다는 동악산.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이 휘돌고 청계동 계곡의 빼어난 풍경을 안고 있다.

남북으로 두 산덩어리가 놓여있는데(북봉을 동악산, 남봉을 형제봉. 그런데 최고봉은 형제봉이라네.)

그것을 가르는 재가 배넘어재. 

산들목에 있는 도림사에서 정상 시루봉에 올랐다 원점회귀가 최단코스.

왕복 5km. 빠른 걸음이면 두어 차례 쉬고도 2시간이면 족하다.

내넘어재를 지나서 동악산 시루봉으로 가도 되고,

시루봉 갔다가 배넘어재를 지나 내려와도 되고.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에 서면 동악산이 왜 100대 명산인지 안다고들 한다.

그 아래 치유의 숲에 오래 머물다.

고사리를 뜯고,

청계동 계곡에서 소리를 하고.

 

곡성 압록역에 갔다. 신행을 갔던 곳이다.

그 곳은 내 소리 스승님의 뿌리가 있었고,

그 역사에는 잊히지 않는 소나무 한 그루가 한가운데 있었던.

곧 태어났던 아이가 스물다섯 살이다. 그 시간 건너 다시 간.

지금은 닫힌 역.

기차는 그 전 역인 가정역에서 멈춘다.

가정역을 들어오는 기차가 내는 소리에 돌아보며 손을 흔들자

기차 안에서도 손들을 흔들었다.

기차마을에서 떠나온 이들이 가정역에 부려졌다.

태풍 루사에, 또 큰 비에 두 차례 무너졌던 다리가 새 현수교로 태어나

사람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너른 섬진강이었다.

 

문자가 왔다. 현 대통령이 어디서 투표를 했는가 주소지를 보란다.

현 대통령 부부 뒤에 무속인이 있고,

그 무속인의 본명이 숫자 2천과 관계있다는 말을 귓등으로 들어왔다.

웃기잖은가. 그들 뒤에 그 무엇이 있다한들 아무렴 한 나라의 정책이 거기 맞춰지기야 할 것인가.

말도 안 된다 일축해왔다.

그런데 오늘 한 지성인의 너무 구체적인 그 문자에 정말 그러한가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투표지인 주민센터 번지는 1996.

아니네. 그저 가까운 수치일 뿐이네.

, 그런데 그 전체가 관공서 부지였고, ... 2000번지가 맞았다.

정말 대통령은 그곳에 가서 투표를 해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걸까?

의대 증원 2천 명 뿐 아니라 곳곳에 2천이란 숫자가 내밀어졌다는데,

이만하면 우연도 지나친 우연이 맞다.

김장행사 시민 2, 중앙부처 인턴 2, 후쿠시마 오염수 어민지원예산 2천억 증액,

비수도권 취업준비 청년 2천명, 학폭 조사업무 2천명 투입, 신년음악회 2천명 참석,

늘봄학교 전국 2천 곳, MZ 공무원 2천명 직급 승진 추진, 로봇테스트필드에 2천억 투입,

명동성당 쌀 2kg 후원,

이만하면 숫자 강박장애로 의심할 만하다.

늦은 밤까지 총선투표 개표방송을 보았다.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은 명백해 보였으나,

국정을 이토록 엉망으로 해나가도 30%가 넘는 굳건한 지지라니...

우리는 서로 생각이 잘 변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한 번쯤 밀고 

저 좋은 사람은 왜 저 사람들을 지지할까 그런 생각을 좀 해보지 않겠는지.

그런 것들이 쌓여 보다 진보의 자리가 더 넓혀지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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