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또? 그렇다, 또!

시골에서 건물을 건사하고 사는 일이 그러하다.

오래고 낡은 학교 건물은 그것대로, 또 허술하게 지어진 그리 오래되지 않은 달골 기숙사도.

누수를 발견하고서부터 22일 나무날 공사를 마칠 때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다.

물론 여러 날 걸쳐 해야 할 청소가 아직 남았다.


2월 어른의 학교가 끝나고(고맙기도 하지!)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듯

햇발동 현관에 물이 흥건했더랬다.

닦아도 금세 차올랐다.

물이 낮은 곳으로 갈 것이라는 진리 외에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고는

수도관이거나 보일러관이라는 것 밖에 없었다.

아무렴 지하에서 배 나오거나 빗물이기야 할까.

한 이틀은 물이 차는 상황을 지켜보았고,

그리고 다음은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5일 밤엔 점주샘 무산샘이랑 1층 욕실 바닥으로 가는 물 흐름 줄기가 보여

그것을 따져 좇아가니 그 곁의 다용도실인 듯하였다.

거실 바닥보다 낮은 다용도실이었으니.

벽지를 타고 습이 오르고 있었고, 장판을 들추자 물 흥건.

그때만 해도 수도가 틀림없는 줄 알았지.

다음날 이웃마을 설비기사 건진샘을 불러 

수도관을 따라 다용도실 쪽과 부엌 싱크대 쪽 바닥을 깼다. 아니었다.

건진샘은 진즉에 보일러로 원인을 보고 있었는데,

이제 보일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관이 너무 깊이 묻혀있어 열화상 카메라도 소용이 없었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1층 욕실 앞 세탁기 앞 쪽을 팠으나 아니었다.

일 년 내내 누수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집었다던 어느 댁,

훌륭한 기술자를 만나 마침내 해결을 했다던데,

당연하다, 그간 파헤칠 만큼 예제 다 팠던 거다.


햇발동 거실과 부엌의 보일러 공사라면 치가 떨린다 할 만치 고생한 전적이 있다.

2012년 여름과 가을 겨울에 걸쳐, 그리고 다시 2013년 봄까지 이어진.

물이 스며 나오는 거실 바닥과 싱크대 앞이 시작이었는데,

한 업자가 몇 날 며칠 1층 바닥을 다 깨고 관을 다시 놓았다. 동관이었다.

"이제 절대 그럴 일 없어요. 동관으로 했다니까!" 

일이 끝나 소파에서부터 짐을 다 들이고 여러 날 청소를 하였는데, 물은 다시 샜다.

이런! 알고 보니 토목하는 사람들이 보일러 일에 덤빈 것이었다.

보일러 배관으로 동관을 잘 쓰지 않는다는 것도 이후 알았다.  

쇠를 굽히면 당연히 그 부분이 약해지니까. 그래서 엑셀로 다들 작업하는 거라고.

그리고 깊이 묻지도 않는다는데, 관을 퍽 깊이 묻었던.

다시 세간을 들어내고 공사를 하여 겨울을 넘겼다.

그러나 이듬해 물이 다시 새고 새로운 업자가 들어와 공사를 했다.

그런데 바로 또 물이 새네, 알고 보니, 세상에! 보일러 분배기 밸브에서 새고 있는 물이었다.

그해 11월 2일 비로소 매듭이 지어진 장장 2년에 걸친 바닥공사였더랬다.

물론 돈도 그만큼 들어간 일이었고.

새로 집을 짓고 말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던.

굽어진 부분이 약한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 동관이니

언젠가는 엑셀로 다 바꾸어야 할지도 몰랐다.


다시 청진기처럼 쓰이는 도구가 들어왔다.

기사님의 짐작대로 굽어 돌아간 동관이 문제였다.

힘쓰는 일을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강상의 이유로

누수 지점을 찾는 것은 건진샘이, 작업은 다른 이를 부르기로 했다. 

이 기회에 동관이 안고 있는 문제를 아주 없애기 위해

조금 보기 흉하더라도 천정으로 새로 파이프를 내자는 의견과

바닥을 파서 새로 엑셀을 깔자는 의견이 엇갈렸는데,

위로 관을 빼는 문제는 미관상의 문제가 없잖기도 했고

바닥을 파는 건 일정도 너무 길고 비용 또한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전체 바닥 공사 대신 문제의 부분만 파기로 했다.

“또 문제가 생기면 또 거기만 파서 땜질하면 되고!”

공사를 맡으실 분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주신 셈.

그렇지, 미래를 끌어다 너무 걱정할 것도 아니다.

22일 쇠날, 실제 작업은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이란 게 참 그렇다, 그렇다. 

긴 날의 씨름에 견주면 허망하다할 만치 짧게 끝난 해결이었다.

뭐 어쨌든 끝났단 말이지, 휴우,

벽지도 발라야 하고, 바닥에 뜯어놓은 바닥재도 붙여야 하고,

시멘트 먼지 뒤집어쓴 쌓인 이불들도 빨아야하지만.


벌어진 일 덕분에

벽에 구멍을 내고 햇발동 오신님방에 있던 온도조절기를 거실 쪽으로 뺄 수 있었다.

전체 고른 난방을 위해 한밤 누군가 자고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던 어려움 컸더니

드디어 밖으로 나왔네.

보일러실에 까놓은 배관도 쌌다.

아, 골바람을 견디지 못한 바깥 대나무풍경이 하나씩 조각을 떨어뜨리기 한참,

오늘은 역시 또 보수공사하는 덕에 사다리 써서

내려 줄을 다시 맸다. 아주 새 악기를 만들었다.

이 작은 일도 사람을 뿌듯하게 만든다.


오늘은 직접 미장을 다 했네.

어느 구석을 잠시 때우는 정도야 여기 살면서 왜 아니 해봤겠는가.

그런데 오늘은 일 같은 미장이었다.

사이집 수돗가 자리로 파서 편편하게 해둔 곳에 벽돌을 쌓고 미장을 했다.

안 바닥 작업이야 다른 날 이어갈 게다.

몰타르를 개는 김에 더 개어 달골 다리 앞 쓰러져 있던 ‘길없음’ 팻말에도 부었다.

팻말은 있는데 안내판을 보내주었던 이는 본지 오래다.

누군가 오고 누군가는 가며,

누구는 훗날 다시 보기도 하고 이적지 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립지 않은 이가 어딨을까...


어딘가 이 시간 또 어디서 조금씩 구멍이 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는 일이 그렇다, 그렇다.

한 번씩 사는 일이 고되지만, 봄이 왔잖아!

사는 일이 어디 날마다 파도만 일던가.

문제? 해결하거나 못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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