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해날. 빗방울

조회 수 643 추천 수 0 2014.06.24 00:20:52

 

 

마늘종을 뽑았습니다.

세상은 어수선하고,

그래도 날 것 나고 먹을 것 먹고.

 

이번학기 위탁교육을 내내 미루어 오고 있었습니다.

6월을 넘기면 7월엔 아일랜드에 있고, 8월엔 계자,

그러면 가을학기로 넘어가게 되지요.

이번 달에는 그예 7학년들 위탁교육 시간을 배정하기로.

연락들 오고갑니다.

 

앞날을 생각하면 겁이 나고 곧 시작될 하루를 떠올리면 부질없다,

라는 문장 앞에 위로를 받습니다.

나의 불순함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 당신도 그렇구나,

누구나가 그렇기도 하구나.

기를 쓰고 살아도 죽으면 끝인데

굳이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하면서 전전긍긍이라니

결국 헛되이 죽고 말 거라는 절망감이,

라는 문장 앞에서 또 위로 받습니다.

아, 더러 겪는 일이구나,

누구든 그럴 수 있구나.

앨런 와츠는 <불안이 주는 지혜>에서 우리를 그리 위로합니다.

삶에는 어떤 의미나 목적이 있다는 우리들의 건강함(?)에 찬물을 붓는 책.

그런 것 없거든, 하고 고개 팩 돌리는 책.

삶에 어떤 의미나 목적도 없다고?

그런 식의 생각은 자신의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기 위한 믿음일 뿐이라

싸늘하게 말하는 책.

그러면?

그런 거 없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합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이해하려면

먼저 나가 누구인가,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나는 생각의 산물일 뿐,

실제는 매 순간을 경험하는 나가 있을 뿐이라 합니다.

생각하는 것을 산다는 것과 동일시하지만

사실 삶이란 생각이 아니라 겪음이며 경험이라는 거지요.

거기에 두려움 같은 낡은 이름을 붙이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랍니다.

알지 못함을 두려워하신 대신 ‘설렘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면’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런데, 와츠가 말해줘서 그걸 아나요?

수행하다 보면 그런 결론과 만나게 되지 않던지.

 

서해바다에 세월호가 가라앉고

아직도 민간 잠수사들은 바다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누가 그러데요,

사막을 건너는 법은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는 거라고.

사는 일이 그러합니다.

슬픔인들 한순간 보내집디까.

천천히 조금씩!

세월호는 이 유월의 시작 앞에서도 바다 속으로 바다 속으로 잠기고

우린 한발씩 슬픔을 건너야 하건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76 2014. 2. 9.해날. 눈 옥영경 2014-02-28 650
1775 2019. 4.13.흙날. 맑음 옥영경 2019-05-12 649
1774 2019. 4.10.물날. 비바람, 간간이 비 흩뿌리고 옥영경 2019-05-12 649
1773 2019. 4. 6.흙날. 맑음 옥영경 2019-05-07 649
1772 2015. 6.14.해날. 아침 쥐꼬리 소나기 옥영경 2015-07-20 649
1771 2015. 5.2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49
1770 2015. 4.24.쇠날. 구름도 가끔 섞인 맑은 옥영경 2015-05-30 649
1769 2015. 3.23.달날. 맑음 옥영경 2015-04-24 649
1768 2014.12.30.불날. 흐림 옥영경 2015-01-06 649
1767 2014. 9.17.물날. 비 잠깐의 아침, 그리고 흐림 옥영경 2014-10-15 649
1766 2015. 5. 8.쇠날. 조금 어두워진 오후 / 11학년 소풍 옥영경 2015-06-24 648
1765 2015. 4. 7.불날. 비 옥영경 2015-05-07 648
1764 2015. 2.10.불날. 맑음 옥영경 2015-03-11 648
1763 2015. 1.11.해날. 맑음 옥영경 2015-01-30 648
1762 2014.12. 4.나무날. 다시 눈발 옥영경 2014-12-18 648
1761 2014. 9.15.달날. 맑음 옥영경 2014-10-15 648
1760 2014. 9.16.불날. 맑음 옥영경 2014-10-15 648
1759 2014. 4.24.나무날. 흐려간 오후, 그리고 몇 방울의 비 옥영경 2014-05-23 648
1758 2015. 9.1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0-16 647
1757 2015. 9.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5-10-07 64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