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3. 흙날. 맑음

조회 수 1325 추천 수 0 2008.05.16 00:35:00

2008. 5. 3. 흙날. 맑음


남정네들은 목욕을 가고
아이랑 저는 수영장에 갑니다.
수영가방을 챙긴 아이가
그만 널려있던 엄마 수영수건을 못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걸 수영장 앞에서 알아차렸네요.
“괜찮아. 알아서 할게.”
안되면 그냥 옷 입은 채 말리면 되지요, 날도 좋은데.
그런데 수영장을 나올 무렵 아이가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사람들한테 수건을 보낼까 하고...”
“어른이니까 어떻게든 알아서 해. 걱정하지 마...”
엄마를 지키러 가야한다고 어린이집에서 울었던 적이 있는 아이입니다.
아빠가 시카고에서 다섯 해를 보내며
말마다 아빠 대신 엄마를 지키라고 해준 이야기가
너무 큰 무게로 어깨에 얹혔던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이 들기까지 하데요.

텃밭에 있는 것들을 좀 솎아냅니다.
지나는 어르신들이 들여다보고는 늘 걱정이 많지요.
아욱이 영 부실합니다.
가물기도 해서이지요.
여러 번 솎아 겉절이 샐러드에 쓴 청상추 적상추 열무 백옥무 쑥갓은 괜찮은데,
시금치도 너무 촘촘합니다.
“비료를 좀 뿌리지?”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는 할머니들의 조언.
글쎄요, 좀 더 두고 볼 량입니다.
그런데 토란이 영 소식이 없네요,
그늘진 곳이 꼭 습한 곳은 아니니.

“여보, 얘 봐라, 요새 정치하겠단다.”
세 살 때부터 버스기사가 꿈이었던 아이는
산악인이기도 한 버스기사가 된다더니
요새는 정치를 해볼까 생각중이라나요.
“이명박 하는 꼴을 보니...”
참내,
이럴 때 너나 잘하라고 핀잔을 주어야 하는 건지 어때야는 건지, 원...
“그전에 나라 다 망해먹겠다야.”
아빠의 말을 또 아이가 받습니다.
“쇠고기 파동 말야...”
그러다 광우병 걸려 국민들이 죽으면 대운하에 다 파묻는다는
이명박괴담도 나오고...
이 산골에 살아도 아이는 신문을 통해 혹은 어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계를 이해해가고 있습니다.
학과 공부야 좀 덜하지만
앎의 영역이야 좁지 않을 수 있을 겝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576 ‘우리끼리 계자 5박6일’(8.13~18)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26 534
1575 2019.10.14.달날. 흐림 옥영경 2019-11-27 534
1574 2019. 7.18.나무날. 도둑비 다녀가고 흐림 옥영경 2019-08-17 534
1573 2019. 5.30.나무날. 아주 조금씩 흐려가다 조용한 밤비 / 너의 고통 옥영경 2019-08-01 533
1572 2019. 5.20.달날. 비 내리다 개고 흐림, 아침 거센 바람, 저녁 거친 바람 / 조현수님은 누구신가요? 옥영경 2019-07-20 533
1571 9월 빈들 여는 날, 2019. 9.28.흙날. 잠깐 빗방울 댓 옥영경 2019-10-31 532
1570 2019. 6. 8.흙날. 구름 조금 / 보은 취회 옥영경 2019-08-04 532
1569 2월 어른의 학교(2.25~27) 갈무리글 옥영경 2022-03-24 531
1568 2020. 3.20.쇠날. 맑음 옥영경 2020-04-17 531
1567 2019. 6. 6.나무날. 저녁, 비가 시작는다 옥영경 2019-08-04 531
1566 2022. 4. 6.물날. 맑음 / 설악산 아래·6 옥영경 2022-05-03 530
1565 2019. 9.23.달날. 갬 옥영경 2019-10-31 530
1564 2019. 6. 2.해날. 맑음 옥영경 2019-08-02 530
1563 168계자 이튿날, 2021. 8. 9.달날. 맑음 / 동쪽개울 수영장 개장 [1] 옥영경 2021-08-16 528
1562 172계자 여는 날, 2023. 8. 6.해날. 맑음 옥영경 2023-08-08 527
1561 2020. 4. 5.해날. 맑음 옥영경 2020-05-28 527
1560 2019. 7.19.쇠날. 밤, 태풍 지나는 옥영경 2019-08-17 527
1559 2020. 3.21.흙날. 맑음 옥영경 2020-05-03 526
1558 2023. 3.18.흙날. 살짝 퍼진 해 옥영경 2023-04-05 525
1557 2022. 1.18.불날. 흐리다 해 / 학습의 밑절미 옥영경 2022-01-27 52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