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나무날. 맑음

조회 수 1225 추천 수 0 2011.09.10 01:07:21

 

 

오늘 만난 이가 그러하듯

물꼬 일에 대해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양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음...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일에 화가 좀 났고,

 우리가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리고 움직였을 뿐입니다.

교육, 현재의 이 시스템 안에서만 사람이 가르쳐지는 것일까,

정말 그토록 중요한 것들을 하느라

우리가 그 모진 책상 앞의 시간을 보내야하는 걸까,

의문스러웠고,

의심한 대로 다른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교육이 발전하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정말 인간이 보다 합리적인 삶의 방식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걸까,

어쩌면 쏟아지는 숱한 교육적 지침들을 챙기기보다,

어떤 게 좋은 교육인가 그것을 비교하기보다,

차라리 그 세계를 나와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게 더 쉬웠던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여기 이르렀지요.

분명 좀 더 잘할 수 있는 길들이 있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요.

 

경주에서 나흘째. 34도.

대해리도 푹푹 쪘다 합니다.

더위가 무를 밀었던가 보지요,

무밭에 싹이 오른다는 소식 소사아저씨가 전해왔더랍니다.

너무 더워서 이곳도 일을 멈췄습니다.

점심엔 침을 맞고 돌아온 뒤

대야에 발 담그고 책을 읽었비지요,

숙소로 쓰는 컨테이너 안은 숨이 턱턱 막혀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말을 위한 겨울먹이가 준비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그제 풀을 베느라 트랙터가 다녀갔고,

어제 하루는 말리고,

그리고 오늘,

그걸 자르고 엮고 테이프로 감싸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지요.

“엄마, 내 말이 맞지!”

늘 논에 구르는 허연, 대형 머시멜로 같은 덩어리가 궁금하더니

짚을 싸매고 있었던 게 맞았던 겁니다.

아, 일이라곤 그저 일하는 분들 얼음 띄워 드리는 게 다였네요.

 

별 생각 없이 면소재지 한의원에 들린 첫날

그만 약침이라는 것을 맞고, 그 부작용 심각했지요.

부어오른 침 자리들이 가라앉지 않고

가려움이 날로 심했습니다.

그래도 날마다 가서 일반침을 맞고 있네요.

어째 먼 곳 와서 이러고 있습니다요.

하지만 아이는 재미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교 졸업을 앞둔 형 하나 이곳에서 일을 익히고 있는데,

친구처럼 함께 다니며 짐승들을 돌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게다 말도 타고 있지요.

제법 속보도 하더이다.

어디 가서나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배움을 잘도 찾아내는 아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또래들이 어느새 7학년 가을학기이네요.

 

품앗이 준샘은 장성 첫 부임지에서 첫날을 무사히 보냈답니다.

좋은 교사가 될 줄 압니다.

품성 좋은 교사를 만난 그 아이들, 복이겠습니다.

아름다운 청년의 새날에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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