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빈들 여는 날 / 2009. 4.24.쇠날. 흐리다 간간이 빗방울


서둘러야겠는 아침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점심을 물꼬서 먹을 것이고
오후차로 사람들 들어와 4월 빈들모임이 시작될 것입니다.

낮에 왔다 밤차로 올라간다던 품앗이 수진이를
엊저녁 영동생명평화모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실어와
그예 하룻밤 자고 가라 했지요.
해건지기 수행도 같이 하고
아침을 멕여 다시 태워 보냅니다.
표고 따고 두릅 따서 상에 올렸지요.
저들 어렸을 땐 물꼬가 언덕이 되더니
이제 저들을 기대며 물꼬가 살아갑니다.
내 맘이 이리 느꺼운데
저들 부모님은 얼마나 기특하고 예뿌려나요.
대학 입학하고는
한 해가 훌쩍 넘어갈 동안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 얼굴 봬주고 가니 어찌나 좋던지요.
서로 열심히 사는 게 힘이다마다요.

날 흐리더니 빗방울 떨어졌습니다.
그림 재료로 쓸려고 사진을 찍으려던 이들이
빛을 담지 못하니 다음으로 일정을 늦춰야겠단 연락입니다.
점심 공양을 한다하였는데,
얼마 전 영동의 큰 어르신 한분이
실어 보내주셨던 국수도 꺼내놓고
고명을 색깔대로 잘 준비하였는데,
아구, 아쉽니다.
하지만 덕분에 사람들 맞이 청소도 여유가 있었고,
갈아엎어져 기다리고 있는 옥수수밭에
씨앗도 놓았더랬지요.

“엉?”
점심차로 부산에서 김정희엄마와 미성이가 왔습니다.
새끼일꾼들 계원이와 태훈이네 가족이지요.
오랜 병상을 지키며 물꼬 늘 그리워라시고
지난 여름엔 계자 하나를 온전히 뜨거운 가마솥방에서
부엌바라지하셨습니다.
한참 전에 홈피에 4월 빈들모임엔 가고자 한다시더니
정말 오셨지요.
“따로 연락이 없어 못 오시나부다 했지요.
오마 해도 오기 쉽잖으니...
으레 다른 이들 말하듯 언제 한 번 갈 생각이다, 그렇게 읽었지요.”
“그렇게 남기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따로 연락드리면 더 신경 쓰이실까 봐...”
새벽같이 만들어진 수수경단을
한 가득 싸서 오셨답니다.

저녁차로 무주에서 한의사인 이현승님이 명학이랑 넘어오셨고
강원도 홍천의 한 보건진료소에서
스물아홉의 젊은 의사 김호성님이 오셨습니다.
신청도 아니 한 이가 참가비까지 보내놓고
출발해야는지 말아야는지 확인 연락이 없다며 문자를 보내왔는데,
이번에는 마감되었으니 되돌려드리거나 다음 빈들로 넘겨드리겠다,
그리 답문자 넣으려다
그래도 목소리로 인사하는 게 낫겠어서 전화했는데,
마감하는 날 밤에 보냈던 긴긴 메일이 스팸함에 가 있었지요.
그게 단양의 안성만님 문수연님 그리고 기랑(기파랑)이네였답니다.
그리 저녁들 먹고 달골 올랐지요.

계자에 다녀가는 윤찬이는 동생 윤한이와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엄마 김현정님과 아빠 정영학님이랑
밤에 도착한다 했고,
안동에서 박성호님 김선영님이
지나와 재연이랑 내일 합류한다 했으며,
아, 서울에서 슬아네 네 식구가 지난 몽당계자 다녀간 덕에
이번 빈들모임은 쉰다는 전갈 있었습니다.
하여 스물이 조금 넘게들 모이겠네요.

“물꼬, 소문대로 대단합니다.
맨 처음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청소부터 하라고,
그것도 청소로 명상을 한다고...
학교 다니며 청소 하나만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우면
다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안성만님의 말대로 청소로 명상을 하는데,
정말 명상다웁게 해서 서로를 잘 자극하였지요.
창고동 현관 천장과 부엌, 욕실의 묵은 먼지도
다 털어내들 주셨습니다.
이어 춤추고 놀고
그리고 이야기마당이 있었지요.
교육, 공동체, 물꼬, 그런 주제들이었습니다.
마침 제도교육 현장에 있는 이도 있고
홈스쿨링을 준비하는 이도 있고
제도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이들도 있어
얘기 풍성하고 진지하데요.
일정 하나 마칠 때마다 마음 나눔을 해서라고도 하고
워낙 들을 귀를 가진 이들이어 그럴지도 모른다고 하였는데,
아는 이야기나 나열하는 게 아니라
거기 자신의 현재 고민을 잘 담아 겸손하게 꺼내놓으니
듣는 이들도 귀 쫑긋 세울 밖에요.
분위기가 영 예사롭잖은 첫날이었답니다.

조무래기 녀석들이 있으니
아주 신들이 나서 창고동 아래위층을 굴러다녔습니다.
우리가 무에 그리 대단한 걸 한다고
저 아이들의 재미를 자르겠는지요.
방해자로서가 아니라 분위기를 돋워주는 이들로 보면
외려 그리 좋은 맞장구가 없습니다.
그리하야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어른들도 물꼬와 잘 어울렸던
4월 빈들 여는 날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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