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31.달날. 살짝 흐린

조회 수 263 추천 수 0 2023.08.06 03:52:45


해가 가리기도 했으나 34.

폭염경보가 계속 되고 있었다.

온열질환 사망자들의 소식,

무더운 시간대 야외작업 자제, 나홀로 농작업 자제,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양산착용...

안전문자가 하루에도 몇 차례 들어오다.

 

계자 준비 주간 첫날.

계자 신청서들을 확인.

아주 가끔 여행자보험용 주민등록번호가 들어오지 않거나 잘못 기록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에서부터 아이들에 대한 기록들 읽어두기.

일머리 잡기.

172계자 밑돌: 휘령 현철 영철 영경

지난겨울부터 계자 교장을 맡고 있는 휘령샘은 밖에서 교무실 일을,

현철샘은 하루 들어와 아침뜨락 풀을 같이 잡아주기로.

 

멀리서 오는 움직임이 덜 바쁘라고

이번 계자는 시작 시간은 낮 2시로 해보자 하였으니

원래대로 돌리기로.

버스로 움직이는 이들이 정오께 들어오고,

2시에 올 걸음도 낮밥을 챙겨먹고 오기 편치 않은.

172계자 부모모임방에서 투표를 해보니 한 가정만 2시로 하자고 했다는 연락.

정오 물꼬 대문에서 만나자 공지하다.

아무래도 시작을 같이하면 좋을 테지.

 

해 지고서야 바깥으로 움직이다.

아침뜨락 지느러미길에 물이 겉으로 흐르는 곳 있어

괭이질로 물길을 만들어주고,

달못의 버드나무들이 벌써 한참 커버려 걸음에 걸리고 못도 가려

가지들 톱질.

들어간 길에 바위들 둘레 풀을 뽑아주고.

산이 머금은 물이 많은 이즈음은 밥못 물관리도 살펴야 하는데,

아래 달못으로 드는 밸브는 어제부터 활짝 열었더니

아주 바닥에 가 있는 밥못의 물이었다.

밸드 어여 잠그다.

아래 운동장은, 구역별로 며칠 동안 예취기 돌아갈 것인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볕이 약할 때 일부 풀을 쳐내다.

 

모기가 많은 저녁이었다.

교육 일정 하나를 끝낸 저녁이면 영상물 하나를 보고는 하는데,

어제 봤던 영화가 다시 뒤돌아봐지네... : <흔적 없는 삶; Leave No Trace>

피터 록의 <My Abandonment> 원작.

천천히 가는 영화가 좋다.

말이 많이 않은 영화가 좋다.

숲이 담겨 좋다.

어떤 걸 설명하는 건 많은 말이거나 많은 영상이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 던지는 대사와 장면으로도 충분한.

아버지 윌과 딸 톰이 국립공원 숲에 숨어 산다. 불법이다.

그들은 한 번씩 숲을 나와 먹을 것을 비롯 몇 가지를 구하지만

대개 숲에서 얻은 것들도 산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아버지로부터 읽기를 배운 딸은

또래보다 영리하고,

아버지는 야전에 익숙하다.

사회복지국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집이 제공되지만

그들은 다시 숲으로 달아난다.

거기서 아버지가 머리와 다리를 다치는 사고가 나고,

숲 가까이 캠프생활을 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곳에서 참전 의무병이었던 이가 치료를 하며 딸에게 말한다.

괜찮아질 방법을 찾으려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윌은 참전 군인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던.

전쟁을 겪고, 그것도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았던 이라면

누구인들 온전한 삶이 가능할 수 있겠는지.

캠프에 사는 한 여성이 벌을 치는데,

톰에게 벌과 인사케 하던 대목.

박스에 가득한 이 생명체들과 신뢰관계를 가진다는 건 꽤 멋진 일이야.”

이 박스가 윌을 상징하는 듯도.

그리고 사회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듯도-신뢰를 가진 안전망을 만들어 주어야.

아버지는 그 캠프에서조차 떠나려하고

딸은 이제 남고 싶어한다.

머무실 수 있었더라면 머무셨을 걸 알아요.”

딸은 그렇게 아버지를 숲으로 보낸다.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하는 말이 큰 목소리보다 더 강하게 닿는 듯한 영화.

고통과 비극과 상흔을 말하지만 넘치지 않고

수선스럽지 않게 말하는.

글도 그리 쓸 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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