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계자 사흗날, 2010. 7.27.불날. 소나기 한때

조회 수 1175 추천 수 0 2010.08.04 03:31:00

138 계자 사흗날, 2010. 7.27.불날. 소나기 한때


해건지기.
몸을 깨우고 마음결을 다듬고
그리고 두 패로 나뉘어 풀을 뽑고 산책을 했습니다.
제법 따가운 아침 볕 아래인데도
동영이는 참 열심히도 풀을 뽑습니다.
“아, 이런 건 물꼬에서만 경험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정이처럼 새끼일꾼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풀을 맸다지요.

아침, 밥상머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저마다 제 지닌 재주들을 가마솥방 무대에서 펼쳐 보이지요.
오늘 아침엔 새끼일꾼 도언의 피아노공연이 있었습니다.
숨을 멎게 할 만큼 대단한 연주였지요,
피아니스트를 특별히 초청한 것 같은.
아침부터 큰 즐거움을 모두에게 주었답니다.

‘손풀기’를 하고 ‘우리가락’을 하러 고래방으로 건너갔습니다.
공연 같은 판소리 ‘춘향가’를 늘 먼저 듣지요.
‘우리가락 시간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춘향가”를 불러서 너무 들떴다. 마치 학생인양... 생각해보니 어릴 때 처음 접해본 낯선 “춘향가”가 이제는 내 가슴 한 구석에 자리잡아 맴돌고 있는 걸 보니 물꼬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준 것 같다.’(새끼일꾼 인영의 하루 정리글에서)
어릴 때부터 두 동생과 드나든 새끼일꾼 인영입니다.
“계자 다녀오면 셋이서 배운 춘향가 부르고, 그래서 엄마 아빠도 다 알고...”
해방을 맞이할 아침을 염원하는 일제시대의 함경도 북청지방의 가무
‘돈돌라리’를 시작으로
신민요 ‘아리랑타령’을 배워나갔습니다.
“돈돌라리는 중독성이 있어요.”
서현샘 말대로 아이들이 내내 흥얼거리고 다녔지요.
다음은 잡색까지 갖춘 큰 풍물단을 만들었더랍니다.
“좀 배웠는데, 재능이 없다 그랬는데, ...”
몇 달을 한 것보다
예서 한 몇 십 분에 비로소 가락이 정리가 되더라는 한 품앗이샘처럼
쉽게 짧은 공연을 할 만치 신명나게 악을 울렸지요.
참으로 흥겹습디다.
장구를 잡은 재호의 열정은 정말이지 대단했지요.
‘우리가락 시간 때는 큰 소리에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린 듯했고 흥이 겨웠다. 아마 아이들도 그런 기분에 열심히 쳤으리라 생각된다.’(새끼일꾼 연규의 하루 정리글에서)

오늘 낮밥은 채식식단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물꼬의 밥상도 그러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채식으로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이
준비해온 음식들이었습니다.
이어 ‘왜 채식을 해야 하는가’ 하는 작은 강의가 있었지요.
내용이야 의미 있고, 한편 영상도 재미가 있었으나
아이들은, 특히 새끼일꾼들은 학교 혹은 학원 같애서 싫어라고도 했답니다.
여튼 고기를 대체한 것들을 먹어본 아이들,
부모님께 돌아가 권해볼 거라고도 하였지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정해놓았던 열린교실을 하고픈 이들과
계곡으로 달려가고픈 이들이 팽팽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임시한데모임’이었지요.
그런 가운데 모두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이 등장하고
결국 계곡행으로 결론이 났지요.
그런데 모든 재미에는 서현샘의 말처럼,
그만큼의 위험이 또한 도사리고 있기 일쑤입니다.
바위미끄럼틀을 타고, 폭포수에 들어가고,
자주 샘들 간담을 서늘케 하던 아이들,
무사히 재밌게 학교까지 닿았네요.
열이 있는 나경이와, 책을 좋아하는 재창이와 재호,
중이염을 앓는 현우, 그리고 우석, 형찬, 주용이는
학교에 남아 그 나름대로 빈 학교를 채우며 즐거웠더랍니다.
돌아온 아이들 씻을 적이었던가요,
원규가 안 씻는다고 형찬이가 타이르고 있데요.

저녁을 먹고 모이는 ‘한데모임’은 늘 북적입니다.
한껏 노래를 부른 아이들은 손말을 익히고
의결기구 안으로 모이게 되지요.
‘아이들의 토론, 의사소통 시간, 그 방식이 좋다.
자기 이야기를 하고, 경청하고,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대학과 다른 모습이다. 대학생들도 못하는 거다.’
하루 정리글에 쓴 찬일샘의 감탄이었습니다.
‘늘 조용히 말씀하시는데 잘 따른다.’
새끼일꾼 인영의 말처럼 아이들은 잘 듣고 잘 말합니다.
그럼요, 그럼요, 그럴 밖에요.
기꺼이 자기를 쓰려 온 좋은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이 자연이 우리를 순화시켜주는 걸요.

샘들이 더 재밌게 보내는 대동놀이!
애고 어른이고 아주 죽기살기로 달리고 있습니다,
온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도 하고.
다시 또 땀에 전 아이들이 씻으러 들어갑니다.
하루에 옷을 몇 벌을 내더란 말인가요.

아이들 책을 읽어주고 모인 어른 ‘하루재기’.
새끼일꾼 연정은 이리 쓰고 있습니다.
‘집에선 동생들한테 화만 내는데, 물꼬에선 애들이 착하고 예쁘고... 엊그제 못지않게 완존 잼있었고 정말 하루 하루를 물꼬에서 살면서 나의 행동도 달라진 거 같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정말 하루하루 보람찬 거 같고 내 자신이 기특하다.’
두 동생을 데리고 아이로 계자를 오던 인영,
지난 겨울 예비새끼일꾼 과정을 거쳤고
드디어 새끼일꾼으로 첫걸음인 여름입니다.
얼마나 각오를 하고 왔길래 그리 움직일 수 있는 겐지...
빗자루를 아주 안고 삽니다.
기특하고 고맙지요.
샘들의 칭찬 또한 대단했습니다.
‘저녁 ‘한데모임’에서 [자유학교 노래 2]를 부르며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하나로 뒤엉켜 자유자유’하는데... 난 이곳이 좋지만 편하진 않다. 나도 민정이처럼 집에 가고 싶다. 피하고 싶고 숨고 싶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을 보며 너무 부끄러워 눈물이 났다. 있는 그대로의 이 부족한 모습도 사랑하고 싶고, 진정한 나눔, 다 비워서 걸림 없이 편안한 나눔을 하며 살아가고프다.’
이렇게 쓰고 있던 현아샘이 말을 이어갑니다.
“시골에 대안학교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데
그거 생각만 했지 실현방법도 몰랐고, 바쁘고 시간만 가고,
정말 제가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깨지고,
정말 엄청난 일, 엄청난 내공을 가져야하는... 게임에서 하수인 듯
자신을 돌아보고 있어요.
여기 있으면 공동체생활이니 자기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는...
환경운동만 해도 집에선 나태한데...”
이곳 일꾼들이 너무나 존경스럽다 덧붙였지요.
기대오는 아이들보며 마음 뿌듯하더라는 새끼일꾼 연규,
“여기 있는 사람들과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 친척도 아니고...”
그런데도 깊이 맺어지는 관계들이 감동이더랍니다.
선영샘은 아이들에게 막 읽어주고 나왔던 책 <빨간풍선>의
한 구절을 읽어주었습니다.
“친구란 무슨 일이든 해주는 겁니다.”
나경이 아픈 배를 만져주고, 정인이에게 괜찮다 위로하고,
우석이에게 괜찮아 하고 말을 건네고,
그리고 괜찮았답니다.
관심 받고 사랑받고 스스로 서게 하는 방법,
결과에만 집중하려고 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다지요.
그리고 하루 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쉼을 주고, 나를 바라볼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물꼬에 오면, 나를 돌아보게 되고, 아이들과 옥쌤, 모둠 쌤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배려가 있고 살펴주고 사이좋은 자유를 배우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좀 더 아이들을 깊숙이 바라보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천천히 마음을 열어 보이는 규범이, 나를 챙겨주는 정인이, 큰 깨달음을 준 나경이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내일이 기대됩니다.’
찬일샘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자신이 정말 신났다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자유학교 물꼬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통하지 않고도 배우는 것들, 기술적인 부분이든 배려든 동료들과 돕는 것이든... 사물 첨 치는데 정말 신나고, 춤명상도, 안해본 것인데 신기하고 거기 집중하게 되고...”
그리고 하루 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지요.
‘물꼬 오는 이유, 자원봉사 아니다. 봉사활동 안 좋아함, 같이 바꿔나가는 과정을 즐긴다. 물꼬에서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물꼬에서 자연스레 정착 되어있는 언어하나까지도.
함께 배움. 배움의 장은 따로 있는 게 아님.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특히 물꼬, 기대하는 것보다 배울 것들 많다.’

“(오늘 밤을 자면)두 밤 밖에 안 남았어요.”
주용이가 다가오더니 그랬습니다,
유순함으로 그 결이 곁에 있는 이에게도 번져가게 하는 아이.
나경이가 종일 아파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새벽 2시, 잠이 깨 아프다 한다길래,
건너가 곁에 누워 재우고 교무실로 돌아옵니다.
아마도 밤새 곁을 지켜얄 듯합니다.
“류옥하다 형 언제와요?”
“형 알어?”
“아뇨. 그런데 형은 좋겠어요, 날마다 이렇게 시골에서 놀아서.”
원준이였지요.
참 예쁜 우리 아이들이 잘도 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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