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계자 사흗날, 2010. 8. 3.불날. 흐리다 비 내리다 개다


엄마 보고 싶다고 첫날밤부터 울던 채현과 덩달아 울던 채영,
그리고 한술 더 뜨던 장남 채환
(그동안 달래고 설득하고 꼬드기고 뭐 여러 가지 일들 있었겠지요.),
이제는 같은 까닭으로 교무실 들어서는데,
손을 휘휘 저으며 나가라는 시늉을 하면,
그냥 나갑니다.
어찌나 웃긴지.
씨알도 안 먹히네, 내가 좀 심하긴 했지,
뭐 그런 생각까지도 하면서 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문제가 없단 걸 저들도 아는 게지요.
그런 변화들이 고맙고 기특합니다.
울면서 자꾸 뻗댕기면 또 어찌 한답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적절한 수위를 자연스레 찾아간단 말이지요.
아주 말이 안 되게 생떼를 쓰지는 않는단 말입니다.
세쌍둥이가 그렇게 자리를 잡은 계자 사흘째입니다.
헌데, 유준우는 채현이가 참 예쁜 모양입니다.
가끔 울음 비치는 채현이를 빙빙 돌지요.
저(자기)도 얼마나 작고 귀여운데
제(자기) 눈에 채현인 더 어리고 예뿐 겝니다.

“옥샘...”
형찬이가 교무실로 슬며시 들어왔습니다.
자기 이름표에 4년차 꼬마일꾼이라 쓰면 안 되냐 물어왔지요.
하하, 그거 괜찮습니다, 꼬마일꾼!
그러고 보면 말이 좀 안되긴 했지만
집이 그리운 아이라든가, 아이들 싸움의 현장에서
나름 오래 다녔다고 조언이란 걸 하는 형찬이란 말이지요.
슬쩍, 너도 한마디 보태봐라,
문제의 현장에서 그리 형찬의 의견을 묻기도 했더랬습니다.
하니 자부심이 생긴 겝니다.
그리고 그에 준하는 이름을 얻고 싶었던 게지요.
쓰라 하였습니다.
그리하야 형찬이 물꼬 꼬마일꾼 1호가 되었더랍니다.

어느 해보다 5,6학년 아이들의 삶이 무겁습니다.
현 정권의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을 테지요.
계자가 끝나면 또 일상으로 나는 돌아가 힘겨운 날들을 살아갈 거다,
한결 같이 그런 식의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저 아이들을 누르는지요,
무엇을 위해 그리 해야 하는지요.
왜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만 있고 현재가 없는지요
가만히 냉정하게 계산해보면 우리 아이들 모두가 변호사 판사가 될 수도 없는데,
그 바람대로 되지 못했다 하여 그들 삶이 낙오자로 돼버리진 않을지,
세상을 아름답고 선하고 행복하게 살 방법들이 얼마나 많을진대
그들을 모두 한 곳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잘 짚어봐야지 않을지요.
그래서 틈틈이 6학년들과 이어달리기 면담 중입니다.
밥을 먹으며, 잠시 방에 앉아서, 복도에서 마주쳐서, 교무실에 불러다,
혹은 마당 평상에 앉거나 마당을 걷다가
위로이고 힘을 주자 싶었습니다.
혹 다른 길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삶을 더 넓게 보자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더랬지요.

이번 계자에도 시작하면서 끝나면서 생일들이 있습니다.
“8월에 생일인 사람 다 모아 잔치해야겄네.”
얼음케잌??만들려고 준비합니다,
사실 이름만 그리 근사하지 별 것도 아닌.
거기 시루떡 좀 쪄서 초 꽂고 예쁜 도라지꽃을 얹으면 어떨까요?
끝날 아침에 하자 합니다.
희중샘, 새끼일꾼 태우, 그리고 용균, 예언, 호정이도 8월이라던가요.

해건지기.
몸수련 마음수련하고
나와서 침묵하며 풀 뽑고 학교둘레 나고 자란 것들 보며 산책합니다.
새끼일꾼들이 사람 들고 날 적마다 한바탕 비질을 하지요.
보고 배우는 법입니다.
그러면 아이들 역시 어느 순간 그리 하고 있지요.
어느 한 틈 건표가 빗자루를 들고 앞에 있는 아람샘을 꼬드겼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 샘 밖에 없네요.”
복도를 같이 쓸자 하니
바삐 어디로 가던 아람샘도 별 수 없이 쓸다 지나갔지요.
나중에 예원이는 아침에 잡았던 호미를 다시 들고
아이들 물놀이 갔을 적 혼자 풀을 매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그렇습니다.
누구든 그리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면 더욱 뜻 깊지 않겠는지요.
“예원, 고마웠어!”
이 친구 이번에 와서는 이곳을 즐길 줄 압니다.
그래서 꼭 계자에 ‘두 번은 필수’라고 말하지요,
처음엔 불편한 것만 안고 가기 쉬우니.

‘손풀기’를 끝내고 고래방으로 건너가 ‘우리가락’을 합니다.
춘향가 판소리도 듣고
해방을 노래하던 ‘돈돌라리’와 우리 삶을 빗댄 ‘아리랑타령’을
흥겨이 불렀습니다.
그리고 풍물 한 바탕.
“처음 해보는 사람도 단 20분 만에 공연이 가능한 기적을
우리는 오늘 경험할 것입니다.”
몸으로 먼저 가락을 익히고,
그리고 악기를 몸에 붙여 바로 소리를 만들고,
그 다음 너른 공원에서(?)의 공연이었지요.
됩디다, 신명나게.
‘우리가락에서는 옥샘의 판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귀에 쏙쏙 들어왔다. 음에 맞춰 노래를 하고 율동을 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모르는 음에도 한마음으로 하니 재밌었다. 사물놀이를 할 때는 귀가 멍해질 정도로 크게, 정신없이 놀았다.’(수지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우리가락 시간에는 옥샘이 말한 대로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잘 따라하고 빨리 배우기도 해서 신기하기도 했다.’(진혁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우리가락 시간에 오랜만에 듣는 풍물소리는 듣기 좋았다. 잠 오는 게 풍물소리로 깼다.’(찬별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짧은 시간에도 공연할 수 있다는 기적을 또 한번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 아이들이 너무 산만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시간이 조금 흐르고 집중력이 강해지자 열중해서 하는데 보기 좋았어요.’(아람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우리가락시간에는 정말 너무 너무 내가 흥이 나고 재미있어서 노래부르는데, 어깨를 움직이고 그랬다. 정말 오는 중에서는 우리가락이 제일 재밌었다. 강강수월래도 부르고 풍물놀이 (장구) 정말 너무 흥겨웠다.’(새끼일꾼 윤지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오늘 낮밥은 채식요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육식에 익숙했던 이들을 위한 대체채식식단,
이라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이미 우리가 예서 먹는 식단이 채식이니까요.
그간 계자 때 외부에서 강좌 혹은 단체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지원프로그램이 많으니 그 건으로 오기도 했고,
기꺼이 마음을 내서 가진 재주를 나누러도 왔더랬지요.
인형극단에서 와서 인형도 만들고
흙집을 짓는 이들이 와서 같이 흙벽을 쌓기도 했고
과학학회에서 와서 과학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몇 가지 공연물이 올려지기도 했더랍니다.
유네스코의 국제유스캠프에서 결합하기도 한 몇 해도 있었네요.
그런데 그것들의 질을 떠나
대부분 부정적인 내부 평가들이 있었습니다.
이미 물꼬만으로 충분하고 풍성하다는 결론들이었지요.
그래서 최근엔 외부강좌 없이 해오던 계자였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에 채식모임이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접촉의 기회를 줄 수도 있겠다 싶었고
한편 부엌도 한 끼 식사준비에서 쉬어줄 수 있겠구나 싶어
겸사겸사 ‘채식으로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을 오십사하였더랬지요.
‘점심으로 채식을 먹었는데, 콩으로 만든 고기와 밀로 만든 치킨 등등 여러 채소로 고기 뺨치는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채식에 대해서는 놀랐지만 그 강연의 내용면에서는 실망했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강의인데 너무 수준 높은 단어를 선택하는 등등...’(새끼일꾼 경철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그런데 강연을 한다는 것은 그 쪽 분야에 전문가라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의 질문에 ‘전 잘 모르겠어요.’ ‘안 해봐서 모르겠어요.’ 이런 답변이 많아서 아쉬웠다.’(희중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열린교실’이 이어집니다.
어찌할까 의논부터 하였지요.
물놀이가 대세를 이루니 말입니다.
‘쉰다’와 ‘물놀이’로 양분됩니다.
그것은 다시 네 교실로 정비가 되데요.
뒹굴뒹굴 쉬는 ‘구들더께’, 목공시간이 아쉬웠던 ‘뚝딱뚝딱’,
그리고 힘을 다 빼고 책방에서 피서를 원하는 ‘책이랑’,
나머지야 물론 ‘물놀이’였지요.
뚝딱뚝딱에는 영우 승법 용균 건이가 들어갔습니다.
정리를 약속하고 저들끼리 연 교실이었지요.
앞서 쓴 대로 예원인 홀로 호미 들고 마당에서 풀을 매고,
책방에서 서영 호정 채현 채영이가 도란거리거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종건이는 스스로 고독했고,
태풍이는 풍금에 심취해서 복도를 지켰네요.

물놀이.
바위미끄럼틀도 있지요,
수준에 따라 깊이가 다른,
그리고 지붕 넓고 나무로 둘러친 수영장도 있지요,
햇볕에 따땃해진 바위쉼터도 있지요...
대대적인 물싸움이 벌어집니다.
드디어 연합군이 등장을 하고 전쟁은 종식되기에 이르지요.
그리고 자잘한 아이들의 옴작거림도 재미납니다.
나가면 꼭 볼일 볼 일도 생기지 않던가요.
‘하필 내내 들고 가던 휴지가 없어서 물로 닦아주었는데 내가 이 아이의 보호자가 된 느낌? 채현이가 저를 의지해주는 것 같아 너무 고마웠어요.’(아람샘의 하루 정리글에서)

저녁을 먹고 ‘한데모임’을 할 적,
아직 끝나지 않은 설거지는 새끼일꾼이나 샘들이 붙습니다.
‘저녁에 설거지 하는데 전에 배웠던 신아외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그찮아도 진주는 신아외기소리 다시 가르쳐주시면 안되냔 조르고 있었더랬답니다) 또, 중간중간에 애들이 돈돌라리 노래 부르는 거에요. 저도 신나서 열심히 부르며, 설거지도 하고, 넘 좋아요, 가요가 아닌 민요를 부른다는 게.’(새끼일꾼 진주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오늘 한데모임은 성재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많이 컸더라구요. 답변도 그렇고. (*그동안)보고 배운 게 많았을 거예요.’(새끼일꾼 태우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아이들끼리 사회자를 정하고 진행하는데 서로 의견을 잘 말하고 잘 진행하여서 참 어린데도 물꼬를 오면 차분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진혁샘의 하루 정리글 가운데서)

‘대동놀이’.
‘미친 듯이 했다’고들 합니다.
도대체 여태 뭣하고 살았데요, 글쎄.
여와서 처음 놀아보는 사람들만 같습니다, 애도 어른들도.
토끼도 잡고 닭도 잡고 멧돼지도 잡고,
아주 동물농장을 차리며 놓았더랍니다.
흠쩍 젖어 다시 씻는곳으로 향해야 했지요.

모둠하루재기를 끝낸 아이들이 샘들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잠자리고 간 뒤
가마솥방에서의 샘들 하루재기.
“진혁이오빠가 진짜 자기 쉼없이 계속 일하고, 애들 옆에 있고 하는 거에요. 아 오빠 대단하다라고 생각해서 “오빠는 진짜 일만 한다.”이러니까 ‘자원봉사하러 왔으면 봉사해야지!’이러는데 진짜 존경스러웠어요.”
새끼일꾼 진주가 그랬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선생들입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참, 잠자리를 깔 때였던가요,
채환이가 뭔가로 퉁퉁거리는데 한 새끼일꾼이 한 마디를 던졌더랬습니다.
그런데 채현이가 그랬답니다.
‘언니들이 오빠한테 좋은 말로 하면 오빠도 그렇게 해.’
맞습니다.
여기서 우리 서로에게 그리 애쓰고 있지요.
관계를 어떻게 맺고 그 관계들이 어떻게 깊어지는가를 봅니다.

하루재기의 마지막 자리, 여담 하나 있었습니다.
“요새 지역에 있는 한 대학에서의 한 교수와 학생 하나의 갈등을 바라보고 있는데...”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고 빨리 수습하는 게 좋을 텐데,
하기야 그런 인품이면 이 지경에 이르지도 않았겠지요,
그런데 그 교수가 학생들 앞세워 해당 학생을 협박하고
학생들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문제제기한 학생에 대해 나쁜 여론을 만들고
하는 과정을 보고 있지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이런 일이 무슨 대술까 싶지만
그러나 일상이 삶을 채우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 말 하자고 이 늦은 시간 말을 꺼냈겠는지요.
“우리 그냥 아이들하고 있을 때
깨끗이 우리 어른 잘못 인정하고 새로 시작합시다.
그러면 아이들도 우리에게 너그럽지요.
어줍잖게 피해 갈라 그러고 권위로 누르려 하고
여기서 우리 그러지 맙시다.”
진정 아이들과 어른들이 조화로울 길에 대해 역설했더랬답니다.
그리고 야삼경도 지난 교무실에서
아름다운 청년 찬별샘과 수지샘과 우리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세상에, 나이 스물들입니다.
그런데 이 방학의 긴 날을 예서 이리 보내고 있습니다.
갑자기 사는 일에 희망적이게 됩디다.
그런 건강한 젊은이들이라니요.
그들이 세상을 끌고 갑니다,
거기 물꼬도 실려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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