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는 녹차 한창이라더이다...

 

한국화가 미죽샘 만납니다.

물꼬의 오랜 바깥샘이시지요.

2004학년도 봄학기부터 2011학년도인 지난 봄학기까지

일흔 노구로 자원봉사를 들어오셨습니다.

밥을 먹었고 차를 마셨고 굳이 찻값을 미리 지불해놓으셨지요.

당신은 늘 그러하십니다.

그리고 지고추!

우리 지고추 그만 물러버려 못 먹었단 얘기에

거기 식구 많으니 담은 것 다 가져가라며 실어주셨습니다.

아,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물꼬를 짊어지고 가는지요.

 

때로 기억은 사실과 다릅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중심으로 우리가 마주서 있을 땐 쉬 다툴 수밖에요.

가정용 재봉틀로는 어쩌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 가방 하나 있어

지난주 영동 읍내 예닐곱 군데를 넘게 고칠 만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도시로 가얄 거라는 얘기를 반복해서 듣다 포기할 무렵

한 가게에 거의 어거지로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엉뚱한 집에서 물건을 찾고 있었던 거지요.

마침 아이가 차에 있었던 날이라

그에게 전화를 걸고서야 가방을 맡긴 골목을 알았더랍니다.

하여 내 기억도 자꾸 의심할 것!

 

상주하지 않아도 물꼬 식구는 여럿입니다.

오늘 한 분이 앞에서 손을 맞잡다시피하며 그러십니다.

“내가, 옥샘 아니었으면 ‘안’ 살았을 거요.”

부모형제 다 있으나

집을 떠나 물꼬를 의지하며 제법 긴 세월을 사셨습니다.

가족들에게 울화가 많아 그만 다 뒤집고 죽고 말지 하다가도

그리 깃들어 사셨다 했습니다.

저도 그를 기대며 오래 살았습니다.

눈물 괴었습니다,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의지하며 사는 시간에,

생을 견딘 그 시간에.

그러면서 사람이 생을 건너가는 거지요.

그게 사람의 삶일지니...

 

엊저녁 남도의 수업을 마치고 고성으로 넘어갔더랍니다.

강원도 사시는 어르신 한분 전남대까지 강의 가신 길에

마침 전화 주신 밤이었네요,

지리산 화개동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는.

그리고 남해로 건너가셨다는 아침.

마침 수행모임을 자정 가까이에 끝내고

장승학교 들어가서 얻어잤던 밤입니다.

아침, 경주로 다시 가서 수업을 하고 와야 했으나

일정을 바꿀 수 있게 되어 여유로왔던지라

어쩜 같이 마주하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 내가 남도까지 또 가겠느냐셨는데,

그래서 가는 길에 물꼬도 들렀다 가시면 좋으련,

내일부터 몽당계자 일정 있어 머물기를 청하지 못했습니다.

더 좋은 날 모시려 그랬나 보다 하려지요.

 

요가계의 전설로 불리는 스승님이 연락 주셨습니다.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요가며

같이 뭔가를 꾸려보면 어떻겠는가 지난 가을부터 얘기 오갔습니다.

지난 가을학기,

서울과 남도를 오가며 보내느라 아주 녹초가 되었더랬습니다.

영동과 서울은 기차로, 남도는 차를 가지고 움직였지요.

무슨 그리 중한 것이 있다고 그 긴 길을 오갔던지요.

하여 이번 봄학기는 남도 동물매개치료만 가고 있습니다.

마침 가는 길에 수행모임 하나 시작.

아무래도 선생님과의 연대행동은 더 후일이어야겠습니다.

 

낼은 봄 몽당계자.

장을 보고 떡집을 들렀다 돌아옵니다.

밤에는 아이들이 묵을 달골 청소.

혼자 살아도 한 살림, 아이가 몇 되지 않아도 계자는 또 계자이지요.

아이들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 정체성’이 아이들에게 있고,

‘물꼬의 존재성’도 역시 거기 있다는 생각 새삼 듭니다.

 

초등 4학년 때 보았던 친구가 벌써 고교생이 되었다고 글월 보내왔습니다.

‘...사진첩 보니깐 옥샘은 여전히 소나무처럼 푸르게 웃고 계시네요.’

소나무처럼 푸르게 웃는다...

고마운 인사입니다.

정말 소나무처럼 푸르게 웃어야겠다 하지요.

 

아, 낼은 몽당계자입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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