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90일수행 중.

 

김장 돌보기부터.

얼마 전 김장을 했고, 오늘 열어보고 간을 살폈다.

늦은 감이 없잖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될 건 또 아니었다.

김장물을 떠내 소금물을 만들어 부었고,

백김치에는 소금간을 더했다. 더하여 마늘생강을 이제야 넣었다.

배추김치 하고 났더니 냉동실에 얼려둔 것까지 다 털어야했더래서

백김치에는 소금물만 부었댔던.

김치통마다 배추우거지를 덮었다. 그 위로 다시 소금을 조금 뿌려두다.

생애 처음 써보는 김치냉장고다.

신기하기도 하지, 이제 김치냉장고가 하나 있어도 좋으련 하던 참이었다.

김장을 해놓고 한 해 내내 먹는다고들 하던 걸

물꼬는 때때마다 김치를 담가왔던.

예전에 집안에서 김치냉장고가 왔을 적,

그땐 그런 거 쓰지 않겠다며 식당 하는 댁에 덜렁 줘버렸던.

김치냉장고도 김장항아리 때처럼 간을 하는 게 맞는지?

한해를 지내보면 알겠지.

 

2시부터 7시까지 삼거리집에 있었다.

삼거리집’, 낱말을 잘 고르려는 물꼬로 보면 지나치게 평이한 이름이다.

철수 영희 같은 이름자.

어쩌면 평범해서 돌아보게 되는 이름자일 수도.

삼거리에 있어 그리 불리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사거리라는 걸 삼거리라 일컬은 뒤에 깨달았지만 부르던 대로 부르기로 했다.

마을 주차장을 중심으로

마을을 나가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고, 윗마을 돌고개(석현),

그리고 물꼬(뒷마을 댓마로 가는 길이기도 한)로 길이 갈라진다.

앞채 뒷채, 그리고 창고로 구성된.

달골이 보다 중심이 된다면 폭설에 오르내리기 힘들지 않을까,

마을에 거점이 필요하겠다,

학교아저씨가 마을 안에 살기를 바라기도 했고,

두어 해 알아보고 있던 차에 집이 연이 되었다.

건물은 어릴 적 물꼬에서 방과후공부를 하기도 했던 딸들이 기증한.

심지어 그곳은

커다란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TV, 에어컨, 전자렌지, 전기밥솥도 갖추고 있었다.

땅 가격은 기락샘이 감당했다.

(동시에 집 앞의 500평 가까이 되는 밭도 빌렸다.)

뒷채는 학교아저씨가 쓰게 될 테고,

앞채는 물꼬 인연들이 쓸(물꼬의 하루 흐름과 상관없이) 게스트하우스 쯤,

그리고 창고는 북카페 정도로 되지 않을까.

현재 가마솥방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을 그곳에서 할 수도 있을.

 

아직 삼거리집에서 묵어보지는 않았다.

쓰기로는 지난여름 계자 때 폭우를 뚫고 간 산오름에서

아이들과 낮밥을 그곳에서 먹었다.

그 사이 계자에서 냉장고를 잘 썼고,

보일러와 수도관을 고쳤고,

이불이며 쓰레기들을 들어냈고,

아주 가끔 들여다보며 돌보고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을 했고,

김장오가리에 묻는 대신 그곳의 김치냉장고를 쓰게 된.

 

이번 겨울계자에서 들고나는 날 그곳을 열어놓으려 한다.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쓰기 편하도록.

견에 염색해서 조각으로 붙인 장식물 하나 벽에다 붙였다.

욕실문 열고 나오면 마주하는(부엌장 뒷면이기도) 곳에다 조각보도 하나 걸었다.

현관 장 안팎과 위, 바닥에 있는 너저분한 것들도 치워냈다.

한 평짜리 그 공간에도 사람이 살고 남은 흔적들이 있었던.

이불장 정리하고 장 위 상자들 정리.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정리.

가스렌지 있던 자리에는 기름때가 온천지였다.

가스렌지는 어디로 갔을까? 대신 휴대용 버너가 놓여 있었다.

아주머니를 먼저 보내고 한 이태 혼자 살았던 아저씨였다.

그마저도 적지 않은 시간을 암으로 병원에서 보냈던.

항암치료 사이 집으로 왔을 때 얼마쯤 썼을 공간.

 

아직 맞은편 장은 손을 대지도 못한 채 어둑해져

저녁을 먹으러 학교 부엌으로 돌아갔네.

이제는 아주 늦게까지는 일을 않기로 했다.

여기서 끝. 다른 날에 이어가기로. 내일은 다른 일정이 잡혀있기.

오전에는 아침뜨락에,

오후에는 학교건물 리모델링을 위해 설계팀(3)이 배관팀 전기팀과 방문 일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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