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3.물날. 맑음

조회 수 235 추천 수 0 2023.12.24 23:55:31


엊그제 많이 내린 비였다.

골짝은 아직 물소리가 넘쳤다.

해건지기를 끝내고 아침뜨락에 들어서서 밥못 수위 조절을 하고 나왔다.

 

인근 도시에 있는 병원의 안과를 다녀오다.

최근 두어 달 눈이 심하게 뻑뻑했다.

아들이 병원에 있는 덕에 예약을 바로 잡아주었다.

눈물샘이 다 닫혀있다고.

아들이 보낸 건강보조식품에다 오늘 가져온 약들까지 줄을 세우고 보니

어르신들의 식탁이 생각났다.

, 나도 그런 노인이 되었을세.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부지런히 뭔가 해야겠구나.

아이를 낳고 아이 없던 젊은 날을 다 뭐했나 싶다고 말하고는 했는데,

아이 자란 뒤 그 많은 시간은 또 무얼 하였나, 그래.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하루가 길었다고, 저녁과 밤이 길더라고,

손전화를 놓고 읽고 썼다던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사는 일, 매일을 잘 사는 것 그게 전부다.

하루하루 좋은 습관을 실천하고 건강하게 살기.

이 하루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저녁에 달골에 방문자가 있었다.

그래도 오늘이 가기 전 해놓고 싶은 일은 해야지.

걸음이 쟀다.

아침뜨락의 밥못 내려오는 계단 기둥에 계단솔라등을 놓는 일.

나무기둥이라 피스를 둘씩 박다.

언제 적부터 마련해두고 위치를 못 잡아주고 있었는데,

지점들이 생각났던.

햇발동 데크 올라서는 양옆,

그리고 창고동 앞 화단, 그러니까 벽돌길 따라 세 개도 벽돌을 놓고 그 위로.

양면테이프가 있었지만, 거의 기능은 못하는 상황.

걸쳐만 두었다. 나중에 실리콘을 쏘기로.

 

, 마을 사람 하나 올라왔다, 어제에 이어.

물꼬 살면서 학교마당을 벗어나 마실 갈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생활 흐름이 달라서도.

더구나 달골로 오는 건 더욱 없는 일.

얘기 나누는 동안 뜨개질을 했다. 오랜만에 하는 뜨개질. 손은 노니까.

여기 있으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네!”

대해리만도 깊은 골짝인데,

여긴 마을에서도 더 깊이 산으로 들어오니 적요하기까지.

좋은 곳에 산다. 그런 만큼 내놓아야지. 아이들을, 사람들을 더욱 애써서 섬기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6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61
6555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140
6554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140
6553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38
6552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37
6551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36
6550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129
6549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28
6548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26
6547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26
6546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24
6545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123
6544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119
6543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118
6542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18
6541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16
654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13
6539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09
6538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02
6537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10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