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부조한다.

말간 얼굴처럼 열린 하늘, 나가기 편하라고.

 

해건지기’.

아이들도 어른들도 늦은 밤을 지났다.

시끄러워 달아나려는 멧골의 밤을 붙잡느라 혼났네. 아이구, 팔이야.

새벽에 일어나 계자 기록 하나 올리고, 7시 밥을 하러 가는 복도가 고요했다.

8시에나 어른이고 애들이고 깨우기로 한 아침.

 

어른 해건지기 안내하고 후다닥, 아이들 해건지기 안내하고 후다닥,

다른 날이라면 밥바라지로서 걸음이 조금 바쁠 텐데

오늘은 밥에 집중하면 된다. 더구나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까지 있다.

남자샘 넷이 태풍 때문에 걷어두었던 그늘막 둘을 다시 치고,

부엌에서는 부모들에게 돌려보낼 반찬통이며 가방이며 챙겨 내놓고,

아이들과 여자샘들이 이불을 털거나 요를 내다 널거나.

 

봇짐을 다시 꾸리고,

먼지풀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우리가 지냈던 공간이니 잘 정리하기.

그것을 넘어서 우리가 이곳에 왔을 때 누군가 우리를 맞기 위해 한 준비처럼

우리도 다음에 이 공간을 쓸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청소하기.

우리 그런 사람들이다, 그런 큰 마음을 가진, 하하.

 

갈무리글’.

“10분만 벌어주셔!”

대개는, 11시면 아이들이 모둠방에 모이고

갈무리글을 쓰며 그간의 행적을 돌아보고 있을 때,

비로소 샘들도 나갈 준비와 함께 부모님들을 만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교무실에서 일이 더뎠고, 부엌에도 들여다봐야 해서

휘령샘을 먼저 들여보낸 뒤에야 모둠방.

상을 내려줄까냐 물으니 바닥에 엎드리는 게 편하단다.

이곳 삶에 익어진 아이들.

마친보람’.

정오. 아이들이 글집을 들고

복도 끝에 길게 늘어섰다.

마지막 함께 부를 노래를 물으니 군밤타령에다 홀로아리랑을 부르겠단다.

하나만 하라 했네.

한 사람 한 사람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

글집에 도장을 받고.

애썼노라는 샘들의 박수를 받으며 가마솥방으로.

마지막 낮밥이 기다리고 있었다.

 

헤어짐’. 13시 대문이 열렸다.

부모님들 벌써 와 계시고.

맨 끝에 나오던 혁준이 얼굴이 부어있다,

애들이 이름 가지고 놀린다고.

마지막 헤어지는 인사에 앞서 물었다.

혁준이 이름을 잘못 부른 사람이 있다면 가서 다시 그의 이름을 바로 불러주라고.

수범이다. 그리고 태양이. 재밌어 그랬겠지. 그 마음이야 알겄다.

하지만 상대가 속상해하면 그건 이미 장난이 아니라 폭력이 된다.

아이들 바로 가서 사과하더라.

혁준이 역시 바로 괜찮다 한다.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남은 감정의 찌꺼기까지 털고 가라 애쓰노니.

그리고 휘령샘의 인사말과 함께 노래.

이번 주제가는 봄시내였는데,

아이들은 홀로아리랑에 더 꽂혔다.

아쿠, 뒤에서 가사를 불러주던 내가 그만 마지막 소절을 놓쳤네.

미안, 미안, 내가 가사를 틀려서 아이들을 더 빛나게 못해주었다...

그리고 떠나는 아이들, 민준 은우 하랑 김도(김도현) 정인 유도(유도윤) 작도(김도윤)

빛나 환희 수범 태양 현준 지민 지성 지율 혁준 서윤 태준 윤진, 안녕.

우리(어른들)를 때때마다 가르쳤던,

열악함도 아이들의 즐거움을 막을 수가 없음을 보여준,

세상이 아름다운 건 아이들이 있기 때문임을 알려준,

그들이 꾸려준 계자였나니.

샘들만 드림팀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드림팀이었던 172계자.

애썼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 아까비...”

반찬을 준비하였으나 물꼬까지 오지 못하고 잃어버린 경우가 있었다.

아이쿠, 하느라 애썼을 그 마음, 닿지 않아 속상했을 그 마음...

괜찮습니다. 그래도 잘 멕였습니다.

반찬은 오지 않았지만 마음이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날 고학년 여자 아이들만 따로 불렀다.

불편한 곳이라 달거리라도 하면 얼마나 불편할까, 이 폭염에.

그게 또 무슨 전염병처럼 누가 하면 곁에서도 시작하기도.

옷에라도 묻으면 귀찮기도 하고 찝찝도 하고.

그찮아도 한 아이가 그 기간이라는 귀뜸도 있었던 지라.

비닐을 달라고 했다. 아이구, 그걸 여러 날 가방에 두자면...

가져오라 했다, 할머니니까 괜찮다고. 빨아서 빨래방에 널어두겠노라고.

이런 건 학교에서 가방에 싸서 보내죠.”

휘령샘 왈.

빨아 보낼 수 있는 물꼬여 참 좋다.

속옷을 간단하게 빠는 거야 씻는 곳에서 가르치기도 하지만,

이건 어른들도 좀 난감할 수 있는 거라.

잘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내가 그리 쓰일 수 있어서 기뻤나니.

 

글집에 학년이 틀리게 기록된 이도 있었다.

숫자는 꼭 그리 문제가 생기고는 하더라.

하지만 모인 우리는 금세 헷갈려하지 않음.

혁준 4년 아니고 3,

지성과 지민은 6년 아니고 5.

미안해...”

 

아이들 떠나자마자 면사무소 산업계 전화부터 돌린다.

제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달골 대문 앞 아주 작은 다리, 토사로 막혀 그 위로 물과 돌들이 흘러넘친.

산판을 하고, 또 길도 냈던 경사가 그대로 물길이 돼 패이고.

굴착기 보내주기로.

달골에 접근하기 위해 길에 널린 돌들을 간밤에 현철샘이 치우고,

상황을 확인한 뒤 알려주고 떠났던.

샘들이 아이들 글을 읽는 동안

그제야 아침부터 못 챙겨먹었던 요기를 하였네.

 

드디어 샘들 갈무리모임에 이르다.

아이들이 또 성큰 자랐듯 우리 어른들도 그러했나니.

현진, 새끼일꾼 때에는 뒤를 돌아보는 연습도 충분하지 못했고.

아이들과 나이차도 얼마 안 돼 언어도 정제되지 않았고,

아이들 돌발행동에 화부터 났고, 아이들의 감정보다 내 감정이 먼저였더란다.

품앗이로 좀 더 커서 오니 선생으로서의 품격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어요.”

존중하는 언어를 써야 아이들이 적절한 선을 지키고 말에 따른다는 것도 다시 보게 되고,

이제는 아이들이 왜 그랬는지 들어볼 들을 귀가 더 생긴 것 같고,

이것이 물꼬에서 배울 수 있는 점 아닌가 싶다 했다.

어떤 경우에는 일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보다도 중요한 것이 일을 나누는 것이더라,

그냥 내가 하는 것이 솔선수범일 수 있지만

다른 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다들(특히 새끼일꾼) 일을 나누고, 일을 찾는 역할을 많이 배워갔으면 좋겠다는.

해찬, 복학 후 의욕 넘치는 시간들을 보내오느라 많지 지친 상태에서

계자 합류가 고민되었는데, 역시나 물론 몸은 좀 힘들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낸 1주일이었다고.

이곳에서는 사회에 있던 마음의 짐을 전부 내려놓을 수 있고,

혼란스런 생각의 덩어리들과 고민들을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고,

그게 자신이 항상 이곳에 오는 이유이지 싶다 했다.

자주 왔음에도 평소에는 드문 밤마실, 또 새로운 야외한데모임 같은 활동들이

자신에게도 무척 특별하고도 잔잔한 여운을 주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적은 선생들로 꾸려진 계자였음에도 

관계적 갈등 없이 흘러갔기에 더욱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평온을 안고 가는 계자였다 평하다.

 

성빈샘,

아이들이 정말 모르기 때문에 하는 행동들이 나를 열 받게 할 때

직접적으로 짜증을 내지는 못했지만 태도에서 조금 묻어나오더라구요.

당시엔 잘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실수했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마음을 정돈하는 것에 대해 계자를 통해 충격으로 배웠다는 그였다.

이제 스무 살, 이제 어른의 출발선인 걸.

 

3년 반 만에 물꼬에 온 휘향샘,

다시 오기까지 마음을 결정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았는데

그럼에도 다시 오게 된 것은... 아이들의 갈무리글에 답이 있더라고.

물꼬는 힐링하는 곳이다. 물꼬는 내가 제일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다.

물꼬는 놀면서 배우는 곳이다.’

그에게도 물꼬는 그런 곳이라고.

 

새끼일꾼 채성 형님,

이전 계자들보다 더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꽤 잘 해낸 것 같고, 그런 제가 마음에 듭니다!

샘들이 엄청 적었는데 적은 티가 정말 하나도 나지 않았던 최고의 드림팀이었습니다.

이런 계자에 참여해서 보탬이 되고, 저도 성장할 수 있었어서 기뻤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자신에게 만족함(오만이 아니라), , 최고일세!

정말 그는 그러했다.

 

계자 교장이었던 휘령샘,

오고 또 오는 물꼬죠,”

저번 계자 이후에 매뉴얼을 만들자 말을 보냈고,

6월쯤에 초안을 만들었던 그였다.

그걸 이번 계자에서 잘 쓰며 진두지휘하다.

자꾸자꾸 까먹는 나를 위해, 샘들에게 안내를 잘하기 위한 용도로도 잘 썼고,

이제 다시 수정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둘러보니 휘향샘을 제외하고 지나간 계자에서 모두 아이들이 아닌 샘이 없다지.

정말 감회가 새롭다고, 아이들이 자라서 나의 동료가 되다니!

샘들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훌륭한 계자 교장이었고, 훌륭한 샘들이었다.

오늘이 내일을 밀고 갑니다.
잘 산 오늘이 잘 살 내일을 끌고 옵니다.

주신 힘으로 또 살겠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173계자 샘들 면면을 보자.

병설유치원 교사, 특수교사 셋, 고교교사, 예비 외교관, 경제학도, 건축학도, 직장인,

새끼일꾼 하나, 뒷배 둘, 그리고 학교아저씨.

계자 중에 곳간 구석에 163계자(2016학년도 겨울) 글집이 나왔더랬다.

(164계자는 그로부터 2년을 건너뛴다.

2017년이 물꼬 안식년, 2018년 한해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던.)

그 계자에 아이 11, 어른이 21명이었다! 세상에 아이:교사가 1:2

현재 예비새끼일꾼 현준이 그때 일곱 살, 현재 새끼일꾼 채성이 초등 2,

현재 품앗이 새내기 성빈샘이 그때 6학년,

휘령샘, 휘향샘, 현진샘이 그때도 있었다.

현진샘이 스무 살이 되며 밥바라지 뒷배였던.

그리고 여기 우리 다시 있다.

같이 동료로 같이 책상에 둘러앉아 갈무리 모임을 하고 있다!

 

계자에 동행하고 있는 이들만이 계자를 꾸리는 게 아니다. 멀리서도 함께한다.

부모님들이 반찬을 해서 보내시고,

번번이 지율모 문영샘이

고속도로를 달려오다 황간나들목에서 내리면 수월한데

영동나들목에 내려 돌아서 영동역에 내리는 아이들을 실어오는 수고도 마다않고,

부엌의 놓친 것들을 꼭 챙겨 오신다.

이번 계자는 태양부 동옥샘이 보낸 치킨배달도 있었고(다시는 들이지 않음요!),

오랜 밥바라지 인교샘이 얼려먹는 쭈쭈바를 한 상자 보내왔다.

어제 도착해서 하루 만에 얼려지지 않아 아이들을 주지는 못하였네.

물꼬에는 다른 일정도 많으니까... 다음 주말만 해도 물꼬 책방. 그 다음 주말도.

현철샘이 농사지은 옥수수와 참외와 샘들 밤참을 위한 족발을 볶아 왔더랬다.

진영샘이 벽옷걸이를 몇 해 전 선물로 주셨는데

(주신 실리콘도마도 마침 손목앓이로 나무도마가 퍽 무거웠던 때 요긴했고)

기숙사에 그걸 달 짬을 못내다가 지난 5월 빈들모임에서야 달았다.

이번에는 나무재질의 컵과 그릇이 왔다. 미리 연락이 왔다 보내도 되겠냐고.

직접 디자인하고 찍어내신 것.

써보면 좋겠다 마음은 그리 먹었으나 이번 계자에 꺼낼 짬은 없었다.

계자 끝내고 잘 씻어 말려 겨울계자에 써보겠다.

윤실샘이 샘들을 위해 오래되고 낡아 비실거리는 커피메이커를 새 걸로 바꾸어주었다.

오늘 들어왔다. 좋다, 참 좋다. 당장 씻어 커피를 내렸다.

커피여과기가 있지만 많은 양이 바삐 필요할 때는 커피메이커가 일을 더는.

물꼬 마당의 그네도 그 댁 영진샘이 마련해주었더랬는데.

지성이네가 깨끗한 책들을 싸서 보냈다.

뭔가를 챙겨 보내는 일이 얼마나 번거롭고 마음을 써야 하는지 너무 잘 안다.

샘들도 들어오며 저마다 여기서 요긴할 것들이며

부탁한 것들이며 상자 상자 들여오고.

 

마무리 청소

모둠방을 나와 교무실이며 컨테이너 창고에 들어갔던 물건 꺼내 제자리 잡아주기.

부엌에서는, 욕실 커튼부터 떼와 빨고 과탄산소다에 담그고.

비가 많이 들었던 얼마 전 검은 곰팡이 점점이 핀.

그걸 못 빨고 계자를 맞고,

계자 가운데라도 하지 했지만 눈에 자꾸만 걸리는데 하지 못한.

얘들아, 미안해!”

16:30 떠나는 순간이 다 되도록 샘들이 움직였더라.

겨우 30여 분 의자에 앉아 숨 돌리고 떠난.

이 구성원들 그대로 모여 계자 또 한 번 해보자고들.

겨울계자가 또 걱정 없겠네, 하하.

 

이심전심이라. 이번 계자가 어느 계자보다 샘들이 적었지만 편안했다.

워낙 훈련된 샘들이고,

그래서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할일을 알고, 일을 찾아서도 하고),

휘령샘을 중심으로 샘들이 끊임없이 논의해가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이번이야말로(저번계자에서 첫 계자교장 맡았던 휘령샘) 혼자 감당해야했던 내 무게를 많이 덜어준.

그대 뒤에 내가 있네. 책임은 내가 짐! 그러니 한껏 하시라.”

지침이라면 그게 다였다.

휘령샘, 참 잘하시더라,

그가 이곳에서 보낸,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계자며 틈틈이 계절마다 다녀간 수행의 결과이기도 할.

게다 학교현장에서 계속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가 최상의 사람이 아닐지 몰라도

바로 저런 좋은 사람이 영향력 있는 자리에 가야 한다 생각느니.

물꼬 큰일 한다.

건강한 사람들을 길러 사회로 보내나니.

 

아이들은 무사히 돌아갔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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