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학교를 나서지 않았다. 지금도 계자 중? 그렇다고도 할.

계자는 본 계자 말고도 그 앞과 뒤가 있으니.

가방 싸서 간다고 해봐야 달골이지만

계자 때처럼 교무실 바닥에서 자며 계자 후속 작업들.

계자를 끝내고 할 청소들이 있고,

그 사이 계자 기록도 마저 해서 누리집에 올릴.

작업을 해오던 흐름을 끊지 않으려고도.

복도를 오가며 이번 계자 아이들이 벽에 남긴 낙서를 본다.

이곳이 낡은 곳이기에 그렇게 한 게 아니다그럴 수 있는 공간이기에.

새 건물이어도 물꼬는 낙서를 허용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런 허용이 필요한.

172계자 아이들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

 

아이구, 아침에야 교무실 청소.

아직 남은 계자 기록이 있으나 이렇게 지낼 수는 없으니까.

청소기를 돌리고 손걸레질로 구석구석 닦다.

비로소 사람 사는 곳이 되었다.

계자 때 모둠방을 나왔던 짐들이 쌓였다가 나가기도 했고,

계자 때 짬을 내지 못해서도 두어 차례 쓸어주기만 겨우 했던.

미끈해진 바닥 위에 비로소 깔개를 털고 까니, 개운하고 또 개운한.

오늘 밤은 잠같이 자겄다.

 

때마다 부엌에서 가서 밥상을 차리고,

오가며 틈틈이 보이는 것들을 치운다.

널었던 이불들이 볕을 충분히 쬐었을 때 들이다.

빨랫줄 공간이 있어야 세탁기에서 돌아간 빨래가 또 널리고,

팍팍 빤 걸레며들도 볕에 널릴.

다섯 개의 거울을 깨끗하게 닦고,

부엌곳간을 쓸고 흩트려진 물건을 자리 잡아주고,

남은 먹을거리들을 정리하고.

한발 더 나가 부엌 뒤란 후미진 곳에 놓인 등산의자며들 닦고 말리고.

걸레 든 김에 뒤란 나무 아래 효소 항아리들도 닦고.

학교아저씨한테도 나뭇가지들 치우는 일이며 바깥일들 몇을 하십사 이르고.

(이번 계자를 하며 한 결심 하나는 그거였다.

계자 사후 청소를 더 꼼꼼히 하겠다는.

계자를 앞두고 놓친, 계자를 하며 눈에 걸렸으나 쫓겨 할 수 없었던 것들도

잊지 않고 미루지 않고 최대한 하겠노라고.

겨울보다는 여름에 일하기가 더 수월하니

지금 하는 게 겨울계자를 또 원활하게 하는 게 될.

남은 계자 기록이며 밥을 챙기고 냉장고와 부엌곳간을 정리하는 며칠

학교 아저씨한테 맡겨두는 몇 가지 일들을

이번에는 교무실에서 진을 치고 오가며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겠다고.

마지막 확인이 끝나야 청소가 된 거다!

그건 더 제대로 살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라.

오늘을 잘 살아 내일을 또한 잘 살겠다는 뜻이라.

아이들과 물꼬에서 늘 하는 그 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늘 긴장하며 살 수 없지만 정성들여 살아보겠다는 그것.)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계자로 쓰러졌다면 엄두도 못낼.

172계자 교장 일을 수행한 휘령샘이며 품앗샘들이 그토록 노련하지 않았다면,

그런 헌신이 없었다면 못했을.

다른 계자에 견주어 잠을 더 잘 수 있는 건 아니었어도

고단이 덜함. 다시 고마운, 한때 아이였고, 그때도 그랬지만 동지고 동료인 벗들이여!

 

기락샘이 습이들 산책.

계자에서 자유로운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한 제습이와 가습이던지.

그러니 그들은 아이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북적일 땐 주인이 자기들을 쳐다볼 새가 없으니.

대신 남은 반찬들이며 먹을거리가 풍족하긴 하지만

산책이 무척 그리웠을 그들.

 

가마솥방 화분을 돌보다.

어제 모두 꺼내 물을 흠뻑 주었더랬다.

오늘은 웃자란 것들 자르거나 뿌리를 갈라주거나.

다시 있던 창가 자리들로 옮기다.

다육이는 웬만하면 잘 자란다 하지만

겨울은 너무 춥고, 비 많은 여름도 썩 좋지 않은 이곳 환경이다.

다육도 종류에 따라 성장이 다 다르고.

자주 연명 수준이다가 이렇게 돌볼 땐 생기를 좀 찾고.

그 힘으로 한동안 살아주면 또 그들에게 이처럼 시간을 내고는 한다.

많지도 않은 이네도 한번 잡으면 두어 시간을 내주어야 하는 거라.

 

저녁밥상을 물린 뒤엔 오이김치를 담다.

산오름을 위해 마련했다가 비가 내려 고스란히 남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던.

산오름에서 물 대신 쓰일 것이었으니

폭우로 이미 흠뻑 젖었던 우리에게 소용없었던.

덕분에 주말의 멧골책방에서 또 잘 먹겠고나.


방금 자정께 172계자 닫는 날 기록을 끝내고 누리집에 올리다.

새벽에는 아이들 갈무리글을 옮길 참.

낮에는 계자 후속 청소를 이어갈 테고,

내일 저녁에는 교무실을 떠나 집으로 가겄다.

아직 사진을 올리는 일이 있고(밖에서 샘들이 할 것이다),

교무실에서 필요한 서류정리들이며 있지만

굳이 교무실을 지켜서 해야 하는 건 아니니.

아침뜨락 풀을 맨 뒤 출근을 하고

가마솥방에서 저녁밥상을 물린 뒤 퇴근을 하는 이곳 일상은 계속되겠지만

잠은 교무실이 아닌 방에서 잘.

 

내일은 계자 후속 통화.

이번 계자는 물꼬에서 댁댁이 전화를 돌리는 않겠다,

얘기를 나누고픈 분들이 전화를 주십사 했다.

09~24시까지 전화기를 열어놓는다 알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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