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수행 뒤 모둠방부터 돌아보다.

"남아나는 게 없다!"

어른들은 아이들 휩쓸고 지난 자리를 그리 말씀하곤 하셨다.

아이들은 낙서 아니어도 꼭 그들의 흔적을 남긴다.

예컨대 아프리카 젬베며 네팔 사랑기며 아이들이 찢고 줄을 끊어먹었던 악기.

쓰임을 잘 알려주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쳐서.

이번에는 티피와 벽걸이 명상천(태피리스트까지는 아니고 천에다 나무 그림을 그린)을 그래 놓았네.

그러지 말기를 바랐다면 치워두면 되었을 테고,

있었으니 또 잘 놀면서 그리 했을.

티피의 찢어진 부분을 꿰매고,

벽걸이 명상천은 손을 조금 보아 사다리 가져와 다시 걸다.

 

수박화채를 냈다.

날이 좋았다. 소나기 온다더니 건너뛰고 갔다.

빨래들이 볕을 잘 머금었다.

들이고 개고 옷방으로.

다른 일에 밀려 아직 옷장으로 넣지는 못하고 쌓아두다.

 

밥 접시를 모두 꺼내 닦다.

계자를 끝낸 접시는 마지막으로 먹은 카레가 배 있었다.

따뜻한 물에 세제 풀어 담갔다가 틈새까지 수세미질.

큰 접시들 묵은 때도 벗기기.

반들반들해졌다.

어깨랑 팔이 뻐근하다.

기락샘이 거들었다.

마르고 나면 상시에 쓸 스무여 개만 남기고 들여놓을 테다.

 

청소도구를 쓰는 것에 대해 다시 안내하다.

청소가 깨끗하려면 청소도구부터 깨끗해야.

그래서 청소의 끝이 청소도구 정리이고,

그리 해두면 바로 쓰면 될.

쓰고자 하는 지금 잘 안 돼 있다면 그것부터 하면 될.

본관 청소기를 씻다. 안의 필터며 부품들 꺼내서 먼지 털고 물로 씻고,

마르는 동안 걸레로 청소기의 안쪽과 겉쪽을 틈새까지 구석구석 닦다.

또한 적절한 쓰임에 적절한 도구가 있어야. 청소가 아니어도.

오늘만 해도 복도에 있는 소목이 만든 나무 등을 닦는데,

대야에 물을 담아 걸레와 함께 청소용 칫솔을 가져갔다.

물 묻혀가며 나무와 나무가 짜 맞춰져 있는 틈새를 칫솔로 닦다.

그 일을 한 해 몇 차례나 하겠는가.

한 번 할 때 그리 꼼꼼하게.

그걸 걸레로 손가락 집어넣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땀범벅이 된 뒤 숨 돌리며 실로 팔찌를 하나 엮다.

마침 어느 구석에서 정리하다 그것들이 나온 지는 한참,

영어여서라기보다 설명서 그걸 읽을 짬이 또 어려웠던 거라.

이번에 해보겠다. 그럼 애들하고도 할 테지.

처음엔 방향을 반대로 해서 헤매었더니 으응 됨, 된다.

실로 팔찌를 만들 때면

실을 바닥에 종이테이프를 붙여 고정하고 엮고는 했더랬는데,

이런 틀(고무매트 재질의)도 있네. 수월하더라.

 

계자를 같이 꾸린 샘들이 보름 안으로 평가글들을 쓴다.

새끼일꾼 채성 형님이 먼저 써서 보냈네.

새끼일꾼 세 번째, 세 번은 해야 일이 좀 되는구나 싶더란다.

구석에 가려진 일들을 찾을 줄 알게 된 건 해찬샘 도움이 컸다고,

휘령샘 현진샘이 오가며 해준 응원이 힘나게 하더라고,

옥샘은 존재 자체가 큰 힘이라고,

6,7학년들, 특히 지율이가 도움이 컸다고 했다.

전엔 버틴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은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올해 물꼬 10년차더라나. ‘인생의 반 이상을 물꼬로 채워 기쁘다했다.

로 내가 되는 시간들이라.

 

172계자 사진이 올라갔다.

해찬샘이 모아 하다샘한테 전하고, 하다샘이 정리하여 올리다.

그렇게 막을 내리고 이제 어제가 된 172계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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