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4.나무날. 비

조회 수 234 추천 수 0 2023.12.24 23:56:14


아침부터 흐리더니 정오부터 비 빠졌다.

눈이 아니라 비다. 우기마냥 비가 내린다.

흐린 아침이더니 부슬비가 내리는 오전이었다.

오후에는 비가 굵어졌다.

 

비 때문에, 비 덕에 전화들을 좀 챙겼다.

제가 대낮에 전화 할 일이 언제 있겠어?”

발해 1300호를 같이 추모하는 선배들한테 다가올 1월의 추모제는 어찌 하는가 물었다.

언젠가 물꼬에서 한 적 있다.

서울서 준비들을 하면 그리 가고,

별 움직임 없으면 물꼬에서 해요. 몸만 오셔.”

, 제사 지내는 사람이다, 하하. 올해부터 집안 제사를 모시게 되었던.

기제사를 지냈고, 차례도 지냈다.

해보니 별일 아니었다.

추모제 제상도 가뿐히 차릴.

참 특이하네...”

요새 다들 지내던 제사도 안 지내신다고.

제사를 지내며 얼굴도 알지 못했던, 돌아가신 어르신들과 이어지는 느낌과

사람이 죽고 그를 기리는 일이 깊고 깊은 일이구나 하는 감동이 있었더랬다.

 

뭘 그리 통화를 길게 하노?”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고교 은사님이었다.

그 댁에서 수험생활 얼마쯤을 했던.

아침마다 선생님은 담임을 맡고 계시던 반의 아이를 통해

3의 도시락 두 개를 보내오셨더랬다.

시어른들을 모시고 살았는데,

그 댁을 드나들며 어른들과도 각별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유품을 정리하며 하신 전화였다.

할아버지 세상 떠나셨을 땐 빈소에 갔더랬는데.

삶이 번잡하겠다 살펴주신 배려이기도 했겠다.

 

한쪽에서 한 방 맞고, 다른 쪽서 위로 받고.

그래서 살아지는 생이다. 그래서 생은 또 굴러간다.

마을에서 우울한 일이 있더니

윤호샘 건호샘이 계자에 붙는단다.

윤호샘은 미국 여행을 앞두고 짧게라도.

새끼일꾼 채성 형님이 보낸, 청계 올 아이들 잘 만나 데리고 오겠다는 메일이 들어와 있다.

고마워라.

물꼬에서 나누는 연대와 우정과 사랑이 이리 또 살고 싶게 하는 삶이라.

 

학교 매입 건 방문자가 있었다. 이게 무슨 일?

외국합작회사로 사업타당성을 검토한다고.

매입해서 수련원을 짓고 거기 실내수영장과 카트장도 있어야 한단다.

명함을 두고 간 걸 받아 뒤늦게 통화를 하다.

도교육청에서는 매각 공지가 났고, 군청은 아직 매입을 못하는 상황이니 이런 일이.

우리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애닯지 않기로.

학교를 쓰든 그렇지 못하든 물꼬는 계속될 테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6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39
6555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138
6554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136
6553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34
6552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32
6551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24
6550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22
6549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121
6548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120
6547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20
6546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20
6545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115
6544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113
6543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12
6542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112
6541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112
654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106
6539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104
6538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099
6537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09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