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15.달날. 맑음

조회 수 540 추천 수 0 2019.05.12 22:31:43


고단해서 쓰러질 것 같은. (그러나 사람같이 사는)

그 고단은 삶의 고단이 아니라 그저 노동의 고단.

그래서 힘을 빼는 기진맥진이 아니라 얼마든지 끙 하고 일어날 수 있는 고단.

사람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음을 확인케 하는.

곤해도 몇 자 오늘을 기록하노니,


학교 꽃밭에서 군자란 무더기를 더 파서 아침뜨樂행.

옴자 곁으로 바위를 중심으로 영원을 상징하는 글자 하나 또 있었더랬는데,

오래 잊혔다가 다시 풀을 매고 땅을 패고 글자를 새기고

거기 군자란 심었다, 한 쪽만.

나머지 반은 또 힘이 닿는 날에 하기로.

군자란인 까닭은 그저 군자란이 추운 이 골짝에서 목숨 줄 질기고,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이집 동쪽 바깥 벽면 아래

공사하고 남아 쌓여있던 벽체용 세라믹 조각들을 깔아놓았더랬다.

그것을 걷어내고 풀을 맸고 땅을 골랐다.

산에서 잔디 패와 한 줌씩 띄엄띄엄 놓았네.

북쪽으로 돌아서는 벽면 아래에는 난 종류도 두어 포기 심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파온 것이다.


아침뜨樂 옴자 머리 부분 한 쪽 끝에는 걸터앉는 돌담 하나 쌓기 시작했다.

아침뜨樂에서 나온 돌들이다.

돌담의 필요보다 나온 돌을 일단 모아두는,

버려지거나 함부로가 아닌 모양으로 둘 요량으로.

수로에든 어디든 필요할 때 움직일 수도 있을.

영영 돌무더기 의자가 되거나.


괭이질, 호미질, 가래질에 돌까지 만지니 어깨통증이 심해졌다.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그리 되는.

책상 앞에서도 그렇다.

시간마다 기지개를 켜야지 싶지만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난다.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야 만다던 경고를 기억할 것.


어두워서야 달골 빠져나와 늦은 저녁 밥상.

다시 달골, 겨우 씻고 의자에 앉아 일어서지지가 않는 몸.

이제 교정작업 해야는데, 출판사 두 곳의 교정 원고가 손에 넘겨졌는데,

내일은 한전에서 문제의 현장에 실사를 나오기로 하다.

도대체 그간 나온 실사들은 다 무어였더냐 말이다...

올해는 그냥 지나지 않겠다. 문제가 생기고부터 10년이 흐른 시간이다.


오래 소원했던 벗 하나에게 문자를 넣다.

그를 보아서 좋았지만 보지 않아서도 느껴지는 자유로움이 있어 또한 좋았음을 고백한다.

사실은 날선 감정들이 없잖았다.

이제 미울 게 무엇이겠는가, 그저 죽어가는 날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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