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려오기 바빠 아침에 못한 수행, 밤에 절하다.


어버이날이다.

이 잘난 물꼬 일 하느라고 때때마다 집안 행사에 걸음 못해도

이날만큼은 인사드리기 좋은 때.

고모에 삼촌에 집안 어르신들 챙기고

두루 물꼬 인연의 어르신들게 안부를 여쭙다.

사람 노릇하게 하는 고마운 날이라.


6일이라 착각하여 면소재지 임산 장날인 줄 알았네.

더 늦기 전에 고추모를 들여오자 했는데,

대해리로 돌아오며 장에 들어가자 했는데,

다행히 버스 정류장 앞에 모종이 늘어서 있다.

“이웃에서 키운 건데 팔아달라네.”

1년을 넘게 비웠던 산마을이라

마침 마트의 나이 많은 부부와도 반가이 인사 나눈다.

20년 세월, 그네를 처음 보았던 그때가 지금의 내 나이 즈음이었을 거라.

냉장고에서 맛난 것을 꺼내 주신다.

한 해 몇 차례나 그곳을 들리겠는가,

그때마다 반갑다고 뭔가를 주시는데,

내게 팔아서 남기는 이문보다 번번이 넘칠 선물이라.

하지만 당신들 계산법에서는 파는 물건의 이윤은 이윤이고

이웃맞이는 이웃맞이이실 것이다.

그것은 물꼬의 계산법이기도 하고, 우리가 잊었던 옛시절의 계산법이기도 할.


마을로 바삐 들어서자 경로잔치를 끝낸 젊은 엄마들이 경로당을 나서고 있다.

“밥이라도 먹으러 와!”

엊저녁부터 들어왔던 문자들이었다.

“이제 오는 거야?”

집이 먼 한 댁을 태워다 드린다. 선걸음이었으니.

교무실부터 들어서서 7월 초에 나들이 올 제도학교에 개괄 안내서를 보낸다.

2차 세밀한 일정과 예산은 다시 챙기기로.


창고동에 있는 호스 끌어다 사이집 바깥수도에 연결한다.

그런데 자꾸 빠져서 애를 먹네.

꼭지 잠금쇠도 소용이 없다.

철사로든 단단히 매두어야겠다.

수압을 낮춰보지만 그것역시 맥없다.

오늘은 이대로, 내일은 손을 보자.

시간 반 물을 주다.

잔디도, 언덕 위에 꽂은 개나리도.


저녁에야 어제오늘 연이어 들어오는 영동 읍내 한 어르신의 연락에 겨우 문자로 답한다.

내친 김에 낼 오시겠단다.

무슨 일이 있으시나...

대체로 그리 서두르면 당신에게 무슨 일인가 생겨 상담을 오는 경우이던데...


한 아이(어느새 대학생이다)의 갈등을 상담한다.

작정하고 해코지를 하려는 이들을 어찌 막을까.

마음의 길이 그렇다. 정신없이 내달린다.

밉기로 해도 그러하고, 사랑하기로 해도 그러하다.

내적, 혹은 외적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끝을 모르고 달릴.

오해가 오해를 부르고.

무리가 한 인간의 멸망을 보고야 말겠다는 듯이 덤비고 있다.

무서운 일이다. 인간이란 때로 얼마나 잔인하더냐.

"너도 네가 싫어하는 애들 잘되는 거 싫잖아.

나도 그런 마음 있다. 그런데 그들이 안 되면 그 미움조차 내게 풀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역으로 그들이 잘 되길 바란다.

그러면 여유가 생길 테고

미움도 감정의 색깔이 달라질 테니까.

네가 잘 돼야 한다. 그래야 여유도 생기고 그릇도 커지고 미움도 준다."

말로 다 풀려 말고 일단 그대 스스로 먼저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앉아서 혼자글로 정리를 좀 해보라 권했다.

누구에게나 사는 일이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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