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14.흙날. 맑음

조회 수 437 추천 수 0 2020.04.13 21:23:18


 

맑으나 낮은 기온에 거친 바람.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개학이 더 연장될 것 같다는 의견들이 속속.

 

어제 된장집 지붕 뼈대에 슬레이트를 덮었다.

오늘 남아있던 것을 마저 작업하다.

당장 덜렁거리지는 않겠으나

바람 많은 이곳이니 전체적으로 본 건물과 지붕을 끈으로 묶자는 의견들.

예전에 10mm 너비의 TV전선으로 묶었던 것처럼.

일을 마치고들 이미 내려섰기 그건 또 다른 날 잡기로.

 

오후에는 창고동 뒤란 석축의 마른 풀들을 또 일부 긁어내고,

아침뜨락으로 이동하다.

어그러진 대나무 수로를 정리하고, 각 공간의 흔들리는 팻말들을 다시 박아주고,

감나무 아래 기울어져있던 너럭바위를 지렛대로 올려 받쳐주다.

흘러내리던 시선이(당연히 물도) 편편해지니 편안하고 더 넓어 보이는 바위 얼굴이었네.

미궁으로 가서는 대나무 수행터를 만들 모양을 잡아주었다.

살짝 말린 달팽이 모양으로,

굳이 삐쭉 머리를 내밀고 들여다보는 게 아니면 밖에서 시선이 닿지 않도록.

네 개의 파이프를 밖에서 둥글게 말아 왔고,

그 가운데 하나를 기초로 놓아 대나무를 말뚝용으로 임시 고정.

하얀샘이 한손으로 해머를 잡고 쓰기에 가벼운가 하고 나도 들었는데,

두 손으로도 힘든 작업이었고나.

 

코로나19가 언론기사를 거의 체크하지 않는 삶을 바꿔준.

그러다보면 이런저런 걸 클릭하며 시간이 늘어나는데,

오래 전 기사들이 다시 불려나와 화면을 채우고도 있는.

무려 4년 전 기사를 하나 읽는데

긴 세월 연기하며 연기신이라 불리기까지 하는 한 여배우의 인터뷰였다.

촬영이 다가올수록 너무 힘들어 몇 주 전부터 죽고 싶다고,

하고 싶어서 하기로 했는데도 그 시기가 되면 왜 한다 그랬는가 싶고.

혼자 미친 듯이 한탄하다 같이 작업할 이들을 만나면 또 힘차게 이야기하지만

돌아와서는 밥도 안 넘어가고 눈물 나고 온갖 고민이 들이닥친다지.

그렇게 오래 한 분야에서 일하며 일가를 이룬 이도 말이지.

물꼬에서 살아가는 일도 자주 그렇다.

계자만 해도, 아고, 내가 또 이걸 왜 한다 그래가지고...

온갖 걱정이 일다가 샘들이 들어와 움직이면 또 힘차게 말한다.

그러다 홀로 교무실에 있으면 남은 걱정이 되살아나 번져 가는데

전날의 미리 모임이 지나고 아이들이 들어오는 아침까지도 그건 계속된다.

그런데 아이들이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게 다 괜찮아지나니.

애들을 믿으면 되니까.

그 여배우는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며 그것을 극복해갔다던가,

꼼꼼하게 읽을거리는 아니었기 스르륵 읽었다만.

아무렴, 하고 또 하고, 준비하고 준비할 밖에.

수백 번 했는데도 안 돼요.”

그렇다면 수천 번을 해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664
6635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238
6634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4890
6633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532
6632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406
6631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350
6630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335
6629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317
6628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288
6627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246
6626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220
6625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107
6624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099
6623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680
6622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652
6621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581
6620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570
6619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531
6618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463
6617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4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