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 닫는 날, 2020. 4.26.해날. 맑음

조회 수 299 추천 수 0 2020.08.04 11:32:29


 

아침뜨락에서 아침을 연다.

아침뜨락이 예뻐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다. 한발씩.

미궁에는 대나무 기도처가 만들어지고 있다.

혼자 들어가서 하늘과 만나는 자리.

풀은 겁나게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어때도 생명들은 생명의 길로 가고 있다.

 

달골에서 학교로 내려와 수행방에 들다.

몸을 풀고 대배를 하지.

백배를 온 마음으로 온 힘으로.

거기 바람을 싣고.

하늘을 경외하고 다른 존재에 겸손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나기를 몸으로 익히는데

어찌 절망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있으리.

 

아침밥을 천천히 먹고 수행방 이불을 터는 것으로 빈들 마지막 일정을 챙겼다.

갈무리를 하고 낮밥을 먹지.

샐러드도 있고, 차와 우유 마실거리들이 놓였다.

감자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빵을 굽기도 해서 잼도 발라먹고.

 

사람들을 보내고 바로 책상으로 간다.

분교로 돌아가서는 또 그곳 생활에 집중할 것이라

가능하면 오늘 5월에 출판하려는 책의 마감고를 물꼬에 있을 때 다 보는 걸로,

밤에도 이어가기로.

 

내일 분교로 갈 준비를 하는 저녁.

시래기국밥을 끓인다.

밥 한 번 먹읍시다!”

아직 아이들이 등교개학을 않고, 그래서 급식실도 문이 닫힌,

그래서 교사들은 도시락을 가져와 먹고,

그것마저 코로나19 비대면식사 권장과 함께 따로 먹는 일이 잦은.

그나마 분교는 식구가 몇 되지 않아

돌봄실에 더러 모여 같이 먹는 일이 있기는 한.

물꼬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이라면 밥을 하고 해우소 청소를 하고 풀을 매는 일.

그까짓 열도 안 되는 식구밥이야 무에 그리 일이더냐,

날마다도 하지.

그런데 분교 급식실 식기를 함부로 꺼내 쓸 수는 없어

쟁반, 큰대접, 수저와 국자, 반찬접시, 양념이며들을 바리바리 상자에 쌌다.

그건들 또 무슨 그리 일이랴, 차가 있는 걸.

거기엔 그런 메시지가 들어있는지도...

그리 허술하게 밥을 먹어서야 어디 되겠는지.

얼마나 중한 밥이더냐,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생명을 나아가게 하는 밥 아니더냐!’

물꼬 사람들 멕이듯 정성스럽게 끓였다.

시래기국은 이래서 또 좋지, 오래 끓이면 더 맛난.

 

, 자정이 넘어가는데 아직 보던 마감고는 겨우 절반을 지나고 있네.

마저 보느냐, 분교의 생활을 위해 자고 내일 밤으로 넘기느냐 지금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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