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 7.물날. 맑음

조회 수 357 추천 수 0 2020.11.18 22:18:38


 

바람 많은 밤이다.

 

몸을 풀고 대배를 하고 호흡명상을 끝내고 창고동을 나와

햇발동에서 가벼운 아침밥.

팥쥐는 거실에서 온라인학습을 시작하고,

콩쥐는 아침뜨락을 같이 걷다.

수도관을 솟구치게 달아놓은 밥못의 관이

물을 틀자 무지개를 만들어보였다.

미궁의 가장자리 밧줄이 흐트러져 있네.

안쪽 벽돌 선으로부터 간격을 일정하게 하여 밧줄을 놓고 밟고.


호미 들고 밭에 들다.

풀을 매는 일이 수행이기도 하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 콩쥐는 그만큼 사유 면적이 넓은 듯, 유연하기도.

오늘은 콩쥐의 연애관을 듣지.

좋아한다는 건 서로가 어디에 있건 좋아한다는 마음이 먼저 아닌가,

멀다고, 보지 못한다고 변하는 게 아니다,

만나고 같이 놀고 그런 것도 좋지만 그런 것으로 유지되는 걸 넘어서는 거라는.

물꼬 살림에 대해서도 어쩌다 이야기가 나오고

이곳에서의 활동을 돈으로 환산해보기도 하고.

, 도저히 돈으로 계산을 할 수 없네요!”

고마웠네.

 

낮밥으로 스파게티를 먹다.

고교 남학생의 먹성들이라니.

기준치 100그램이 1인분으로 좀 적다 싶더래도 200그램이면 되지 했다.

혹시 하고 넉넉하게 더 삶아냈는데 그걸 다 해치웠네.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이 각자 교과학습을 하는 동안

제습이 가습이들을 오늘은 동시에 데리고 산책을 시켜본다.

되더라.


저녁답에 정화조와 배관들, 그리고 양변기 둘이 배달돼 왔다.

오랜 숙제 하나 풀려한다.

흙집에 화장실 두 칸 만들려.

여자 쪽 남자 쪽에 각 하나씩.

현재 내부 창고로 쓰이는 공간이 처음 흙집을 지었을 때 생태화장실 공간이기도 했던.

냄새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아이들 뒷간을 부엌 뒤란 비닐하우스 안으로 뺐던.

다시 실내화장실로 쓰게 된 거지.

다음 주에 공사를 하려 한다.

 

아이들은 책방에서 교과학습을 끝내고 책방 책들을 뒤적이고,

5시 가마솥방에 모였다.

저녁 밥상을 준비하는 동안 식탁에서 아이들이 고구마줄기 껍질 벗기기.

처음 해본다고들 했다.

찬거리 하나도 어떤 과정들을 거쳐 밥상에 오르는지 살피는 시간이 되리.

당장 데쳐서 널다. 겨울 묵나물이 될.

앞서 만든 고구마줄기김치가 넉넉하기도 해서.

 

주에 두차례, 물날과 흙날은 실타래.

책을 밀고 거실에서 집중상담을 하는 시간.

나 자신 살펴보기로 시작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로 닿게 될.

오늘은 관계며 나를 둘러싼 것들 살피기.

무엇으로 자신이 살아가는가 생각해 보기.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자기가 어디에 있는가 생각이 정리된다고들.

아이들은 살면서 이런 시간(자신을 살펴볼)이 아쉬웠노라고도 했다.

끄트머리엔 그런 말도 덧붙여졌더라지;

어떤 칼날이 우리를 해쳐도 자신이 해쳐지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인생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 뿐!

 

남도의 집안 어르신이 보낸 상자가 도착했다.

한 해 두어 차례 오는 찬이다.

위탁교육이라 여럿 있는 밥상을 위해 와서 더욱 좋다.

아이들도 게장을 퍽 좋아한다는데, 간장으로도 고추장으로도 해서 보내왔다.

물꼬에는 물꼬 안에 사는 이들 말고도

이렇게 멀리서도 아이들에게 닿는 따스한 마음들이 있는!

그게 다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영혼을 살 찌우고 머리를 채우고

그리고 몸은 때마다 다양한 따순 밥에 그 끼니에 직접 만든 찬 서너 가지를 포함 

찌개나 국을 빼고도 다섯 가지 찬이 기본으로 오른 밥상을 맞는다.

아침: 고기완자국과 기지떡과 모과차

낮밥: 스파게티

저녁: 고기덮밥에 달걀국, 김치부침개, 김치,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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