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시 일어나 07시 달골 발,

11학년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게 하고 제도학교행.

샘 없이도 이곳 삶이 이 곳 흐름에 익숙하게 흘러요.”

늦은 오후 돌아오니 아이가 그랬더라지.

볼 살이 붙고, 하지만 몸은 날렵해지고,

저 아래서부터 힘도 생겨나고 있는 아이라.

 

오늘과 내일 있는 특강은 지난학기동안 제도학교 지원수업을 했던 곳.

아침마다 놀았던 1학년 채밤, “옥샘 없을 때 기분 안 좋았어요!”

제 딴에 하는 고백이었다!

그리웠다, 그리웠다, 그리웠다.

아이들이, 아이들이, 아이들이 마구 달려왔다.

곧 등교한 1학년, 2학년들만이 아니라 고학년들까지.

아이들이 복도를 몰려다니며 옥샘, 옥샘 불러주었다.

샘들도 얼마나 반가이들 인사를 건네는지.

일부러 얼굴을 보러들도 와주었다.

 

제도학교는 한창 공사 중이었다.

보수하는 내부도 있었다.

이런 어수선한 때에...

지난학기 익숙하게 드나든 특수학급에 일단 짐을 풀고

헤집어놓은 곳들을 지나 본관과 툭 떨어져 산 쪽으로 붙은 예능실로 간다.

본교 특수샘이 뒷배로 움직여준다.

춤명상을 위해 싸 짊어지고 간 것도 적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해준 준비 또한 여러 날 애를 쓰셨게다 싶었다.

지난학기도 내 수업에만 쓰였던 예능실이었는데,

이번학기 역시 밖에서 들어오는 방과후수업 없이 돌아가고 있어

여전히 꽉 꽉 닫혀있던 곳.

미리 환기와 청소를 부탁했더랬다.

특수학급 도움샘이 애먹었겠다.


5,6학년이 먼저 시작하다.

명상이라니 지레 지루하리란다 해놓고도

호흡명상부터 진하게 하고 앉았더라.

3,4학년은 춤명상이 명상춤다웠다.

시작 전 뛰다가 이 시간에 동행하는 소품을 한 아이가 엎었더랬는데,

녹아내린 초가 잔을 넘고 천에 온통 얼룩을 남기고.

특수학급 도움샘이 얼른 와서 치우는데 손을 보탰네.

지난학기 특수학급에서 함께 움직인 그라.

그의 안정감은 그때도 큰 도움이었는데.

내가 제도학기를 떠나오기 전 그이는

여러 날 물꼬에 보낼 것들을 당신댁에서 실어 날랐댔지.

누군가에게 뭔가를 챙겨준다는 건 얼마나 번다한 일이던가.

오늘도 그로 금세 수업준비가 회복되었네.

4학년 담임이 미안해라 했고, 아이들을 암 소리 못하게 눌러두었는데,

그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던 거라.

수도 많고 에너지도 넘쳐 시끄럽다는 4학년들의 분위기를

미리 가라앉혀주었으니 말이다.


1,2학년은 앞서의 학년들보다 오히려 잘 따라오고 있어서

춤명상에 한 가지를 더 했더라지.

경칩춤을 추며 개구리처럼 팔딱팔딱.

어쿠, 아차, 조금 더 낮은 음을 고를 걸 그랬나,

아이들이 너무 팔락거리게 되었으나 아, 그래도 좋았다, 좋았다.

아직 어린 아이가 넷이라는 남자샘, 댁네 아이들과도 해봐야겠다 음악을 챙기셨네.

제 학급을 벗어나 나들이를 온 것만 같았던 아이들이라.

애썼다고 맛난 양갱을 아이들에게 들려 보내다.

샘들은 돌아가며 참관을 왔고,

교장샘도 영상으로 우리 시간을 기록하였네.

담이 결려 아침까지 통증이 있었으나

알지,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어딘가 숨을 줄!


교장샘과 번잡하지 않게 일찍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급식실에서 먼저 준비해주었네.

급식실 앞에서 줄을 서 있던 2학년 아이들이,

옥샘, 옥샘, 옥샘, 하고 외치며 손들을 흔들었다.

, 이 정도면 뭐라도 줘야는 거 아니예요?”

2학년 담임샘이 한마디.

그러게요. 좋아! 이 반만 물꼬에 초대하는 걸로!”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지난학기 단체급식에서 내게 개인밥상을 차려 내주던 조리실 식구들.

오늘도 고기를 뺀 국을 따로 끓여주었다.

조리사샘은 댁에서 처음 띄웠노라고,

어제 옥샘 온단 소식 듣고 챙겨왔다며 청국장을 몇 덩이 선물로 주었다.

제도학교를 떠나올 때 그가 만든 옷을 선물로 받았기도.

이러니 이 학교를 또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 거나.

그래서도 또 온 걸음이었던.

 

5교시와 6교시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분교로 넘어갔다.

교장샘이 짐을 주차장에 있는 차까지 들어주셨다.

지난학기 제도학교 지원수업에서 이 분교 소속이었다.

석면제거공사로 우리 모두 대부분을 본교에서 보냈지만.

분교 아이들이 몇 되지 않으니

전교생을 데리고 춤명상과 차명상.

앞은 특수학급에서, 뒤는 바닥난방이 되는 돌봄실에서.

분교 특수샘과 돌봄샘이 뒷배로 움직여주었다.


아이들을 보내고는 샘들과 찻자리.

지난학기 우리 자주 이리 앉았더랬지.

조퇴한다고 나가던 샘도 마지막까지 함께한.

샘들이 설거지며 남은 일들을 다 챙겨주셨더라

선생님 가신다고 우리 다 나왔어!”

그러게, 주무관님까지 분교 모든 식구들이 나와

짐을 옮겨주고 배웅을 해주었다.

물꼬를 두고 그리 오랫동안(한 학기) 제도학교를 갈 일이 또 있을까만

여기라면 내 또 올 수 있으리.

근데 분교에서도 춤명상 깔개천을 해드셨네, 아이들이.

한 아이의 발에 천이 끌리고, 해서 그 위에 있던 녹고 있던 초가 담긴 유리잔이 엎어지고...

본교에서 수습했던 상황이 있어 어여 정리했더라지.

깔개천을 청주까지 가서 사서 오버룩을 맡기느라 애먹었던 옛적이 생각났네.

인터넷을 뒤지면 구할 수 있겠지...

 

그곳에 가면 그곳의 인연들이 또 있지.

지난학기 우리 학급의 6학년 한동이네를 들렀다.

할머니가 맞았다.(할머니랑 사는)

먹을거리 좀 챙겨 들여 준.

할머니는 당신 손톱 아리도록 까놓은 밤과

텃밭에서 실하게 자란 무를 뽑아주셨다.

댁의 쭈꾸와 쫑, 두 마리 강아지도 여전히 잘 있더라.

아이 커가는 동안 간간이 이렇게 걸음할 수 있었으면.

바느질을 같이 했던 댁에도 들러 차 한 잔 나누고 돌아왔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진즉부터 오늘내일 움직임을 위탁교육 과정에 있는 아이와 미리 그려놓았더랬네.

학교아저씨와 11학년 아이는 오전 일수행을 달골에서 함께하다.

창고동 뒤란 축대 사이 마른풀들을 걷어내는 일.

오후는 책방에서 학과공부를 하였고,

저녁밥상 돕기로는 올 가을 마지막 남은 마늘들을 까고 있었더란다.

아침 점심 밥상은 이틀 내리 같은 것으로!

 

아침: 토스트와 잼과 우유

낮밥: 카레와 냉장고 안의 반찬들

저녁: 밤밥과 청국장, 고기볶음, 어묵볶음, 호박고지나물, 고추장게장, 고구마줄기김치, 그리고 물꼬 요플레

 

(* 제도학교 아이들 이름은 가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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