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촉촉했다.

새벽 도둑비 다녀갔다.

봄바람이었다. 달았다.

이른 아침, 아침뜨락에 들었다.

2어른의 학교에서 구근을 심은 튤립이 싹을 올렸다.

사진을 찍어 함께 일정을 꾸렸던 이들에게 보냈다.

오늘도 그리 힘차게 하루들을 모시라 하였네.

 

밥못 위 물고기 입모양대로 심은 개나리를 들여다봤다.

... 멧돼지 다녀갔다!

땅을 파면 감자를 놓는 줄 아는 그들이라.

여기도 그런가 하고 왔을.

뽑힌 뿌리 몇과 파놓은 구덕들을 덮어주었다.

저녁에 다시 올라 물도 주었네.

 

전화부터 한 통 했다.

작년에 제도학교 특수학급에서 담임을 맡았던, 지적장애를 가진 6학년 아이.

중학교에 입학을 했고, 그네 할머니한테 근황을 물은.

50분 가까이 걸리는 버스를 혼자 타고 오간다고.

첫날만 할머니랑 같이 타고 이튿날부터는 그랬더라고.

그날 자꾸 할머니를 향해 뒤를 돌아보더라지, 시무룩했더라지.

돌아올 땐 먼저 내리는 또래 아이 하나가 같이 버스를 탄단다.

선상님이 고생하셨지유. 다 선상님이 가르친 보람이지유.”

한여름 볕이 가장 뜨거웠던 그때,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내 차로 이동하며

저 끝에서 이 끝으로 버스를 타고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한 번은 내 차를 같이 타고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전체 상황을 안내하고,

한 번은 할머니랑 같이 타게 하고 나는 차로 뒤를 따르고,

같이 버스를 타고 가고 타고 오기를 두어 차례...

고마웠다.

고마운 봄소식이었다.


오늘 줄 선 일들을 챙겨보자.

문자부터 확인한다.

날마다 쓰고 날마다 찍는 분이 아침마다 보내주는 글을

읽는 그걸 날마다 못하네. 오늘은 열다.

기상도를 보내오셨다, 봄꽃이 수채화처럼 번진 줄 알았다는.

황사의 바람결이었다.

어제 베이징에 기준치 200배의 최악의 황사가 덮쳤고, 세계의 종말인 줄 알았다고들.

의사인 당신의 실천을 적어보냈다.

낱개포장이나 금은박 포장이나 파우치 포장보다 병에 든 약을 처방하신다지.

딸기를 사도 스티로폼에 담은 것보다 종이 박스 걸 사고,

플라스틱용기에 담은 샌드위치나 빵보다 종이에 싼 걸 사며,

슈퍼에서도 비닐봉지에 담아오지 않기로 하셨다고.

두렵고도 반가운 봄이 오고 밤새 봄비가 내렸다고 글월이 끝났다.

어느 새 또 느슨해졌다가 이런 글 앞에 다시 자신의 생활을 점검한다.

 

물꼬요새 기록 몇 올리고,

요새 안에서만 오가는 차량에 주유도 해야 하네,

마침 면소재지 나가 습이들 사료도 들이지.

지난 겨울계자에서 옷방을 정리하며 나온 얼마쯤의 옷가지도

밖으로 꺼냈네.

깨끗하게 빨아둔 것들이니 아파트의 재활용박스에 보내도 되는.

여며서 마을을 나가는 차에 실었다.


논두렁(후원회원)은 늘 고만고만한 수준을 유지한다. 스물 남짓.

누군가 빠지면 신기하게 또 그 자리를 다른 이가 채워준다.

이달부터 논두렁이 되기로 했다는,

어릴 적 보육원에서 물꼬랑 인연을 맺었던 이의 연락을 받았다.

후원으로 꾸린다는 걸 막연히 알았지만 그렇게 정기적으로 하는 건 몰랐다고, 생각 못했다고.

세상에! 내가 보태도 시원찮을 것을 저가 버는 밥을 물꼬가 나누다니!

넘들이 기피하는 공장에서, 함께 직업훈련을 했던 동기들이 다 떠나는 동안

홀로 지난 10년 현장을 지켜낸 그였다.

서울에서 한 살림 살아내기가 여간 고단치 않을 것을.

만원은 너무 짜다 생각해서요~’며 무척 큰돈을 달마다 보내겠다 했다.

오늘 당장 이달치를 보낸.

너무 많아. 반만!’이라고 문자를 썼다가, 다 보내라고 다시 썼다.

있으면 쓰는 게 돈의 속성이라 허투루 새버릴까 봐.

엄마라면 그랬을 것이다. 차곡차곡 모아 장가 밑천 보탰을.

절반은 물꼬 후원으로, 절반은 따로 적립을 하마 했다.

어려운 시절을 그대가 또 한 힘 보태네.

이곳에서도 열심히 살아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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